클린스만호 빅리거만 7명. 안팎으로 봤을 때 역대 최고 구성일까?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SNS

202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설 26인의 명단이 발표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28일 서울 용산에서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역대 최고, 초호화 명단. 

모든 언론이 역대 최고이자 초호화 명단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직업적 호기심이 들었다. 늘 삐딱하게 바라보는 기자의 특성이 발현됐다. 정말 역대 최고의 초호화 명단일까.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쯤 검증해보고 싶었다. 절대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1956년부터 1996년까지 40년간 국내파로 구성

역대 최고 대표팀 명단일까. 역대 대표팀 명단과 비교를 해봐야 했다. 기준은 유럽파 그리고 그 중에서도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숫자로 잡았다. 물론 유럽에서 뛰고 있다고 해서 예전보다 잘한다고 100% 말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상식 차원에서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그리고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조금 더 능력이 좋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항목을 기준으로 삼아봤다. 

1956년 제1회 아시안컵 우승 기념 사진. 이승만 대통령과 경무대에서 찍은 사진

한국은 1956년 홍콩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컵에서부터 나섰다. 김성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최종 엔트리는 17명이었다. 이 가운데 최강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군에 소속되어 있던 선수들이었다. 100% 국내파였다. 국내파 100%로 대표팀을 꾸린 것은 계속 이어졌다. 1960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17명 중 13명이 군 소속. 나머지 4명은 대학 소속이었다. 한국은 여기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우승이었다. 

1964년 이스라엘 대회. 역시 국내파 100%. 여기에 국가대표 2군팀을 내보냈다. 1군팀은 올림픽 예선에 나가야만 했다. 2군팀으로 나간 한국은 3위를 차지했다. 

고려대 재학 시절 차범근. 사진출처=고려대학교 박물관 기록자료실 & SPORTS KU

1968년 이란 대회에는 본선 진출에 실해했다. 1972년 태국에서 아시안컵이 열렸다. 역시나 국내파로 구성했다. 단 이 팀에 눈에 확 들어오는 선수가 있다. 차범근. 고려대 재학중이었던 그는 이 대회를 통해 대표팀에 데뷔했다.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은 1984년 싱가포르 대회였다. 1년전 프로축구가 출범했다. 프로와 대학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허정무, 박창선 등이 참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회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한 17명을 프로 선수로 구성했다. 건국대에 다니던 황선홍이 처음으로 나간 아시안컵이기도 했다. 준우승을 차지했다. 1992년 일본 대회에는 나가지 못했다. 1996년 아랍에미레이트(UAE) 대회에서는 20명 전원을 프로로 채웠다. 김주성, 유상철, 신태용 등 쟁쟁한 프로축구 스타들이 출전했다. 그러나 8강에서 패배하며 진군을 멈췄다. 

로열앤트워프 시절 설기현

#해외파의 등장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엔트리에 해외파, 그것도 유럽파가 드디어 등장했다. 벨기에 로열 앤트워프에 진출한 설기현이 대표팀에 승선했다. 아시안컵에 나선 한국 대표팀 선수 구성 역사상 첫 유럽파였다. 여기에 홍명보, 최성용, 박지성 등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7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해외파 참가의 시작이었다. 

유럽파는 꾸준히 늘어났다. 2004년 중국 대회.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유럽파는 4명으로 늘었다. 빅리거도 1명 포함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던 차두리였다.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에서의 유럽파는 3명이었다. 맨유에서 뛰던 박지성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2011년 카타르 대회. 유럽파 그것도 빅리거들이 많아졌다.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유럽파는 5명이었고, 그 중 빅리거는 3명이었다. 박지성(맨유), 이청용(볼턴) 그리고 손흥민(함부르크)이었다. 빅리거들의 등장에 한국은 강해져갔다. 

2015년 아시안컵 결승전 베스트일레븐

2015년 호주 대회에서 한국은 6명의 유럽파가 스쿼드에 이름을 올렸다. 전원이 다 빅리거였다. 5명의 K리거보다 유럽파가 더 많아졌다. 바야흐로 한국 축구의 빅리거 시대가 도래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1988년 대회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019년 UAE 대회. 한국은 명실상부 최강 전력이었다. 23명 중 유럽파 8명. 그중 7명이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8강에서 카타르에게 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카타르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2023년 카타르 대회. 한국 대표팀은 역사상 최고의 전력으로 선수들을 채웠다. K리거는 11명. J리거 1명, 중동리거 2명 그리고 유럽파가 12명이다. 이 가운데 7명이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버햄턴)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지수(브렌트포드). 내로라하는 팀에서 뛰고 있다. 여기에 오현규와 양현준(이상 셀틱) 그리고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과 조규성(미트윌란) 홍현석(KAA헨트)까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라인업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9월 27일 일본 대표팀 선수들 단체 사진. 사진출처=로이터

#상대적 비교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내부적, 역사적으로 최고의 전력을 꾸린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상대적인 전력이다. 한국과 함께 우승컵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일본, 이란 그리고 호주의 선수 구성을 살펴보자. 역시 유럽파 숫자를 기준삼았다. 

이란과 호주는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 이란은 아직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지 않았다. 11월 A매치 스쿼드를 기준삼았을 때 유럽파는 11명이다. 한국보다 1명 적다. 그런데 퀄러티를 보면 많이 떨어진다. 이란 선수들 중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사다르 아즈문(AS로마)과 사만 고도스(브렌트포드)만 있다. 호주는 아시안컵 명단을 발표했다. 유럽파가 19명이다. 한국보다 7명이나 많다. 하지만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6명이지만 모두 하부리그 소속이다. 독일 무대 역시 하부리그 선수들며 그나마 스코틀랜드나 벨기에, 노르웨이리그 소속 선수들이 1부에서 뛰고 있다. 퀄러티에서 한국보다 떨어진다. 

 역시 최고의 라이벌은 일본이다. 일본은 1월 1일 태국과의 평가전에 나설 24명을 발표했다. 이 경기 후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모양이다. 이 명단에 따르면 유럽파는 11명이다. 일본의 경우 유럽파로만 베스트 일레븐을 짤 수 있다.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7명에 달한다. 독일과 프랑스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폭넓은 선수 풀을 자랑하고 있다. 다만 토미야스 타케히로(아스널)와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이 부상으로 인한 결장 가능성이 높다. 멤버상으로 봤을 때 한국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이제 선수들은 모두 꾸려졌다. 한국은 내부적으로 그리고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1960년 이후 63년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감독만 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