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금융 CEO]①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경영수업 멘토…여승주 부회장, 연임 가능성은

/그래픽=박진화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 대한 경영수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회장이 아직 건재하긴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김 부회장이 차기 총수로서 그룹을 물려받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계열사 간 인적·물적분할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김 부회장이 방산·우주항공 등 제조업을, 김 사장은 금융업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게는 유통업을 맡아 3세 경영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음 순번인 김 사장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도 주목을 받는다. 특히 김 사장은 그룹 내 금융업을 진두지휘하는 차세대 리더로서 소양을 쌓기 위해 지근거리에서 전문경영인들의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도 그의 경영수업 멘토 중 한 명이다. 한화생명에서의 경영수업도 한화금융의 사실상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어 적절한 곳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룹 구조조정 전문가, 한화금융 대표 여승주 부회장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로 만료된다. 2019년 한화생명 대표로 부임한 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해 세 번째 임기를 수행중이며, 지난해 9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60년생인 여 부회장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후 1985년 한화에너지의 전신인 경인에너지에 공채로 입사한 정통 '한화맨'이다. 2002년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에 인수된 후 여 부회장은 한화생명 재정팀장, 전략기획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이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 임원도 지내며 그룹 내에서도 구조조정·체질 개선을 통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경영기획실 내에서 팀은 달랐지만 김 사장이 2014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에 있었던 시기와도 겹친다.

그가 다시 한화 금융으로 돌아온 것은 2015년 말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다. 마찬가지로 김 사장이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에서 한화생명으로 적을 옮긴 해와 같다. 당시 주가연계증권(ELS)의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한화증권에 여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것이다. 그룹의 인사는 적중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곧장 흑자 전환하는 등 한화증권의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

2018년에는 한화생명으로 돌아와 저금리 등 생명보험 업황에 비우호적인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에 나섰다. 부임 이후 2년여 만에 터진 팬데믹에 따른 영업 환경 악화에도 생보 업계 '빅2' 입지를 굳혔다. 특히 보험 업계 새로운 국제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에 앞서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고수익성 보장성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 회계제도는 부채를 시가로 반영하기 때문에 장기 상품을 보유한 생보사들에게는 갑작스레 빚이 늘어나는 구조였던 탓이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를 토대로 한화생명 순이익은 별도 기준 2019년 1146억원에서 지난해 6163억원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4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순이익의 경우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년 대비 27% 늘어난 7840억원이다. 여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실적 악화 등 어려움에 처한 계열사마다 달려가 각 권역에서 본연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 미션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이같은 그의 이력은 김 사장의 경영수업을 위한 현장 경험 재료로도 쌓이면서 노하우를 전파할 수 있게 됐다. 한화생명 내에서 여 부회장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기업의 안정적 운영을 담당하는 한편 김 사장이 차세대 리더로서 한화금융의 장기적인 성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도 하는 셈이다.

한화금융 계열사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이번에 그룹 차원에서의 인사가 전반적으로 조기에 실시돼 사장단 인사와 계열사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며 "이번에 교체된 대표이사들의 경우 7개 계열사 CEO가 인사 대상이었으며, 교체되지 않았다면 인사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원 사장 이력에 무게중심…디지털·글로벌 사업 박차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에 있다가 2015년부터 한화생명으로 옮겨와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지냈다. 한화생명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들의 디지털화와 신사업 물색에 나서왔다. 지난해 초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책을 부여받았다.

김 사장의 커리어에 맞춰 한화생명의 사업 무게 중심도 옮겨가는 중이다. 여 부회장도 디지털과 해외사업에 있어 리스크를 점검하는 한편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담 조직이 강화된 것은 2017년부터다. 이 중 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업계 최초로 출시한 '오렌지트리'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기존 GA 소속 설계사들은 여러 생·손보사의 상품을 다루는 만큼 각 보험사마다 영업지원시스템에 접속해야 했지만, 이 서비스는 원스톱으로 접속할 수 있게 하며 제판분리(보험상품 제조·판매 분리)에 힘을 실었다. 2020년 보험금 인공지능(AI) 자동심사 시스템도 핵심기술 특허를 얻는 등 관련 기술력 기반 특허도 총 15건에 이른다.

글로벌 사업의 경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8년 베트남법인 설립인가를 획득한 후 2009년 4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현지에서 벌어들인 수입보험료는 2009년 16억원에서 지난해 2105억원으로 약 100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법인 인프라도 호치민 2개, 하노이 1개 지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19개로 늘어나며 베트남 전국 영업망을 구축했다.

인도네시아 사업은 현지 은행 지분 투자를 통해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한화금융의 숙원을 이뤄가고 있다. 지난해 3월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인도네시아 리포(Lippo)그룹의 자회사 리포손해보험의 지분 62.6% 인수한 뒤 올해 4월에는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40%를 매입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현재 노부은행 인수를 위해 양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국내에서 쌓은 다년간의 디지털 노하우가 글로벌 신사업 및 해외법인의 확장 전략에 반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바탕으로 보험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