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손님이 왕이다"…'불멸의 여자', 잔혹한 자본주의의 민낯

류지윤 2023. 3.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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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개봉

영화 '불멸의 여자'가 연극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되 영화의 특성을 살린 연출로 자본주의의 현실을 보여줬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불멸의 여자'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 최종태 감독, 배우 이음, 윤가현, 이정경, 윤재진, 원작자 최원석이 참석했다.


'불멸의 여자'는 손님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강요당하는 화장품 판매사원 희경(이음 분)과 눈가 주름방지용 화장품 반품을 요구하는 갑질 손님 정란(윤가현 분)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파격 잔혹극이다. 갑질이라는 주제를 동명의 연극 '불멸의 여자'를 영상 언어로 담아냈다.


최종태 감독은 "저는 사실 영화보다 연극 연출을 먼저 했었다. 비록 대학시절이긴 했지만 제법 많은 연극을 연출해 영화를 바라보는 태도나 시야가 조금 달랐던 것 같다"라며 "'불멸의 여자' 연극을 보면서 스토리가 상당히 영화적이라는 생각이었었다.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에게서도 영화적인 요소를 많이 발견했다. 섬세한 감정과 이 이야기가 연극에서보다 조금 더 폭발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불멸의 여자'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밝혔다.


최 감독은 "연극 무대를 영화에서 어떤 거리감으로 촬영할까 고민했고, 아날로그적 조명과 촬영 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것들로 한 공간에서의 호흡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안내상을 제외한 연극 '불멸의 여인'에 참여한 배우들이 그대로 영화에 출연했다. 갑질 고객을 미소로 상대해야 하는 희경 역의 이음은 "일반 영화를 찍을 때는 현장에서 배우와 마주치는 것과는 완전히 격이 달랐다. 연극은 관객에게 연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상대 배우와의 약속에 대해 신경 쓴다. 영화를 찍을 땐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려고 했다"라면서도 "연극은 매회 연습을 하지만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영상으로 순간을 기록한다고 느꼈다. 매체에 따라 연기를 다르게 한다기보단 다른 매력을 느끼면서 작업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이음은 "사회적인 구조 안에서 희경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피해자이지만 무조건 피해자라고만 볼 수 있는 배역이다. 이 이야기를 위해 희경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전달자 외에도 내 스스로 이때의 상황이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에 집중했다"라고 주안점을 밝혔다.


진상 고객 황정란 역의 윤가현은 "연극 속의 황정란은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영화는 희곡과 다르게 약간 가해자적인 측면이 조금 더 들어가 있다. 그래서 너무 가해자처럼 비칠까 봐 걱정도 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할 때 연극과 영화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았다. 사실 나는 연극 연기를 더 좋아한다. 영화나 방송은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해보니 차이가 없었다. 그저 내가 그 인물로서 얼마큼 집중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황정란이 이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더 집중했다"라고 전했다.


최종태 감독은 "연극은 희경과 정란의 파워, 감정 밸런스가 비슷하다. 영화는 한 사람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싶어 황정란의 속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른 배우들은 연극 그대로의 캐릭터를 연기하면 됐지만 윤가현 씨는 후반부 완전히 달라진 황정란을 연기해야 해서 힘들었을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희경의 매장 동료 승아로 분한 이정경은 "연극은 관객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고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인물의 감정이 변질, 혹은 풍성해진다"라며 "영화에서는 카메라와 호흡하는 방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김성필(안내상 분)의 아내 지은 역의 윤재진은 "내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많아 거짓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연극은 순서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몰입하기 쉬운데 영화는 그렇지 않아 혹시라도 거짓 감정이 티가 날 것 같았다. 또 연결되지 않는 신을 촬영하더라도 호흡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연극은 헤어, 메이크업 상태를 신경 쓰지 않아되 되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제가 먼저 디테일하게 상태를 체크했다"라고 연극과 영화 연기의 연기 차이점을 밝혔다.


최종태 감독은 배우 안내상의 캐스팅 비하인드도 밝혔다. 최 감독은 "안내상은 사실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가장 큰 힘을 준 사람 중 한 명이다. 안내상과 저는 대학 동기다. 기존 연극에서 했던 배우도 훌륭하지만 나이가 조금 어렸다"라며 "안내상을 캐스팅하고 싶은데 정상적인 출연 조건을 제시할 수 없어 부탁했더니 흔쾌히 출연해 줬다. 담배 두 보루 사줬다"라며 "모두가 영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임해줬다. 영화가 어떤 식으로든지 보답이 됐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최종태 감독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대단한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런 형식의 영화가 투자 받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영화로 나오기까지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다. 제작지원에 신용보증기금이라고 적었는데 빌려서 만든 거다. 그렇게 해서라도 꼭 만들고 싶었다"라며 "부천의 극장 일주일을 빌려 하루는 무대를 세팅하고 6일 만에 촬영을 끝내야 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소리 때문에 히터도 틀지 못했고, 극장 운영 시간 내에만 촬영이 가능해 시간을 허투루 쓸 수도 없었다. 아주 적은 자본과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스스로도 기쁘고 배우 및 제작진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원작자 최원석 연출은 "처음에 최성태 감독이 이 연극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술에 취하셨나 생각했다"라며 "무대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4시간 동안의 일을 영화의 원신 원 컷으로 가능한가 싶었다. 작년 첫 번째 기술 시사 때 이 작품을 처음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보고 연극과 영화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금방 느껴졌다. 제 연극은 인물의 골격과 외형적 행동의 근육을 만들어가는데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극단적인 클로즈업, 조명 등을 통해 인물의 내면, 가해자가 된 피해자, 피해자가 된 가해자의 심리를 리얼하게 드러내는데 집중한 영화였다"라고 영화로 만들어진 '불멸의 여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원태 감독은 "감정노동자를 떠나 언제부턴가 우리의 삶에서 소중했던 단어 꿈, 사랑, 행복 등이 자본사회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본래 단어들이 가지고 있던 순결성이 사라졌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은 참 좋은 의미 있는데 그것조차 노동 행위가 되어버린 현실이 참 씁쓸하다. 그렇지만 영화는 가능성과 희망을 찾고 싶었다. 우리는 자본을 위해 이용됐던 가짜가 진짜로 회복 될 때 희망과 삶을 다시 찾을 수 있다"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설명했다. 4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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