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원은 처음부터 조용한 배우였다. 어디서 본 듯한 단정한 얼굴, 말수는 적지만 또렷한 말투, 그런 첫인상을 남기던 사람. 화면 속에서도 유난히 튀지 않는데, 이상하게 눈길이 머무는 배우였다.
그런데 알고 보면 참 묘한 이력을 가졌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원에서는 진화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사과정까지 고민했을 만큼 진지한 공부를 해온 이력이 있다.
똑 부러지는 대사 톤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건 다소 의외의 방식이었다.
결혼정보회사 광고였다. 정돈된 인상, 또렷한 이목구비, 말하지 않아도 신뢰가 느껴지는 분위기. 당시 광고를 본 이들은 “저 배우 누구야?”라며 하나둘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시원이라는 이름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시간이 흘러, 광고처럼 실제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2021년, 서울대 동문이자 의사인 사람과 조용히 결혼했다는 이야기였다. 특별한 보도도, 화려한 공개도 없었다.
다만 제주도에서 찍은 웨딩 사진 한 장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화제가 됐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결혼정보회사 광고 모델이 실제 서울대 의사와 결혼했다’는 설정은,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전개였다. 학벌, 직업, 이미지, 모든 면에서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배우로서의 이시원은 더 느리게, 조용히 자리 잡아왔다. 드라마 ‘미생’에서 회계팀 막내 역할로 등장해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후아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다양한 작품에서 지적인 여성 캐릭터로 인상을 남겼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마에스트라’에서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예능 속 이시원도 인상적이다. ‘데블스 플랜’에서는 언변보다는 분석력, 단호한 판단력, 눈치보다 깊이 있는 해석으로 주목받았다.
알고 보니 멘사 출신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사고력 중심의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유난히 조용하지만 낯설지 않은 이유, 어쩌면 그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이시원은 빠르게 성공하거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을 고르고, 꾸준히 걸어온 사람이다. 잠시 스쳐가는 얼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이름이 된 이유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어떤 선택을 할까. 조용하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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