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허리띠 졸라 2조 아꼈지만…밑 빠진 독 물붓기
석탄발전 비중 높여 1조원 절감
정부, 脫탄소 정책 대치 지적도
절감효과 미비...요금 정상화해야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한국전력이 자산 매각과 함께 석탄발전상한제 완화 등을 통해 2조원 가까이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석탄발전 비중을 늘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투입할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통해 1조원 상당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나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대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한전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 3분기 기준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총 1조9841억원을 절감했다. 이는 올해 한전이 세운 재무구조 개선 목표치(2조6335억원) 대비 75.3% 수준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 5월 사상 최대적자를 줄이기 위해 6조원 규모의 고강도 긴축재정안을 발표하고 출자 지분 및 부동산 매각 등 세부 이행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비용절감 효과 키운 석탄발전세부적으로 한전은 비용절감 부분에서 육지·제주지역 가격분리 및 석탄발전상한제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총 1조770억원의 연료 구입비를 절감했다. 석탄발전상한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량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산하 5개 발전공기업과 함께 자발적으로 감축할 상한 규모를 정하고 보통 4~6월, 9~11월 등 에너지 수요가 적은 기간에 실시한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의 재무구조개선 작업 발표 직후인 올해 5월 석탄발전은 29.9%에서 9월 34.1%로 4.2%포인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LNG 비중은 26.3%에서 24.6%로 1.7%포인트 감소했다. 이 기간 석탄발전 비중을 늘려 LNG 발전에 투입할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문제는 늘어난 석탄발전 비중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한전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재정건전화계획을 통해 목표한 총 12.8TWh(테라와트시)의 LNG 발전량을 석탄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67만t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 1kWh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LNG 549g, 석탄 992g)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이는 900㎿(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 1기를 건설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비용절감을 위해 공공석탄발전 가동비중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조다. 한전은 내년 재무구조 개선 목표치를 1조5200억원으로 정하고 비용절감을 통해 1300억원 상당을 추가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한전이 적자경영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대치하는 비용절감 방안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전의 석탄발전 비중을 유지하는 측면은 기본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에 반하는 부분이 있지만 워낙 현재 비용구조가 악화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다만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절감 비용…한 달 운영비 불과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본질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가도 있다. 월평균 운영비로 2조5000억원 상당이 필요한 한전으로서 연간 2조원 안팎의 비용절감 자구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한전이 앞서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한국전력공사 2022~2026년 재정건전화계획’에 따르면 5년간 총 14조3000억원을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절감액은 연평균 2조8600억원 규모로 실제 한전의 한 달 운영비 수준에 불과하다.
올 3분기까지 시행한 비용절감 실적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목표치 대비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절감 비용이 크지 않다. 구체적으로 자산매각 부분의 경우 의정부변전소 잔여부지 2945억원, 제물포지사 및 제주전력지사 등 사옥 602억원(4개소), 제주·경남본부 등 사택 84억원(4개소) 등을 처분해 올해 목표치(3806억원)의 96.5%(3676억원)를 달성했다. 사업조정 부분 역시 전력공급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투자사업 시기를 이연하는 방법으로 송변전 2060억원, 배전 1504억원, 정보통신 비용 550억원 등 목표치(5279억원)의 77.9%(4114억원)를 완료했다.
다음 달부터 시행을 예고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전기를 발전사로부터 구매할 때 기준이 되는 SMP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로 에너지 업계는 제도를 통해 한전이 월평균 4000억원 수준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