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열지 않고 심장병 고쳤다…2000명 살린 韓 기적의 병원

신성식 2024. 10. 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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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오른쪽부터), 박덕우·안정민 교수가 2000번째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이 가슴을 여는 수술 없이도 망가진 심장 판막을 치료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시술)’ 2000건을 달성했다고 21일 밝혔다. 아시아 최다 기록이다.

TAVI 시술은 허벅지의 동맥혈관을 따라 풍선을 심장판막에 도달시킨 후,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서 풍선을 부풀리고 그물망 형태의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기존 판막을 대체하는 시술이다. 심장의 대문 역할을 하는 대동맥 판막이 노화해 혈액이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에 효과적인 시술이다. 특히 고령의 중증 대동맥판막 질환자를 가슴을 여는 개흉술 없이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시술 시 대동맥 및 혈관 손상, 떨어져 나온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합병증 가능성 등으로 인해 심뇌혈관 중재시술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시술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국내 최초로 TAVI 시술을 시작한 이후 최근 2000번째 시술을 마쳤다. 환자 2000명의 평균 나이가 80.3세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성공률 99.7%를 기록하고 있다. 중증 뇌졸중 발생률 1.9%, 30일 이내 조기 사망률 1.4% 등 합병증 발생률도 극히 낮은 편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TAVI 시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미국 시더스사이나이병원(Cedars-Sinai Medical Center), 클리블랜드클리닉(Cleveland Clinic) 등 해외 유수 병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심장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의료진이 매주 통합진료를 통해 TAVI 시술 여부를 함께 논의하고, 시술 전 초음파·CT 등 이미지 정밀 분석을 통해 판막 크기와 종류를 결정한다. 고위험 환자에게는 시술 과정 중 혈관에 붙어있던 혈전이 떨어져 뇌혈관으로 날아가는 걸 예방하는 혈전 포집 기구를 사용해 혹시 모를 뇌졸중 발생을 막는다.

TAVI 시술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 2022년 5월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됨에 따라 서울아산병원의 시술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306명, 지난해에는 370명의 중증 대동맥판막 질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TAVI 시술을 받았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고난도 TAVI 시술 2000례라는 세계적인 성과를 달성했다”며 “이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심장혈관흉부외과·심장검사팀·심장간호팀 등 관련된 의료진의 유기적인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덕우 심장내과 교수는 “국내 최초·최다 TAVI 시술을 하며 쌓아온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의 독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수술이 어렵거나 비침습적 시술을 원하는 고위험·고령 대동맥판막 질환 환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 사진 병원 제공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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