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vs 아디다스, '올림픽 마케팅' 승자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 26일(현지시간) 개막하면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스포츠업체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마케팅 전쟁’을 펼친다. 최근 나이키가 부진의 늪에 빠지고 아디다스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가운데 올림픽에서 양사의 성과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로 올림픽은 각각 30억명 이상이 시청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도 비슷한 기록을 낼 경우 전 세계 인구의 37%가 시청하게 되는 것으로 막대한 마케팅 노출 효과를 낼 수 있다.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정보업체인 스폰서유나이티드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관련 스폰서쉽이나 콘텐츠를 구매한 스포츠웨어 브랜드는 총 368개에 달한다. 그만큼 올림픽은 스포츠 브랜드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나이키가 지난 회계연도에 마케팅 및 스폰서쉽 들인 비용은 43억(약 6조원)달러다. 앞서 나이키는 유로2024과 파리 올림픽에서 광고를 확대해 6월부터 3개월 동안 운영 비용이 한 자릿수 중반 비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나이키 마케팅 임원은 올해 초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리 올림픽에서 나이키가 미디어에 최대 규모의 지출”을 할 것이라며 “나이키에게 수년 만에 가장 큰 순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마케팅에 약 25억유로(약 3조8000억원)를 지출한 아디다스도 올해 광고비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로 스포츠업체의 마케팅 예산 규모가 클수록 선수 스폰서쉽 수도 늘어난다. 시티리서치에 따르면 시청률이 높은 상위 스포츠 리그를 조사한 결과 마케팅 예산이 가장 큰 나이키의 스타 선수 및 팀 스폰서쉽 규모가 가장 컸다. 아디다스와 푸마는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다만 시청률과 팬 참여도가 높은 농구나 축구와 같은 스포츠 리그에 비하면 올림픽 마케팅은 가시적인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요르 굴덴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실적 발표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착용한 스포츠 유니폼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올림픽은 “상업적인 이벤트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올림픽은 신기술을 출시하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스포츠 종목에서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 올림픽이 열린 분기에 마케팅 예산을 대폭 늘렸다. 해당 기간에 나이키 매출은 급증했지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크지 않았다. 아디다스도 올림 기간 동안 매출이 눈에 띄게 급증한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림픽은 여전히 주요 스포츠 업체들에게 중요한 마케팅 기회로 여겨진다. 특히 나이키의 경우 최근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과거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올림픽에서의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키는 이번 올림픽에서 특히 신발에 주력한다. 지난 4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새로운 육상 선수용 스파이크화, 농구화와 축구화 등이 포함된 ‘나이키 블루프린트 팩’을 공개했다. 또 케냐 마라톤 영웅 엘리우드 킵초게와 영국 단거리 선수 디나 애셔-스미스를 후원한다. 나이키는 올림픽을 계기로 신제품 출시를 강화하고 그동안의 소비자직접판매(DTC) 전략에서 벗어나 판매 채널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스폰서유나이티드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육상 선수 중 64명이 소셜미디어(SNS)에서 나이키를 홍보했다. 푸마는 51명, 아디다스는 39명, 후발주자인 온러닝, 호카, 브룩스는 각각 13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신생 경쟁업체들의 전략도 관심을 끈다. 온러닝은 스위스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업체이며 룰루레몬은 캐나다 대표팀의 후원사다. 호카는 국가대표팀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일부 육상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앞서 온러닝은 마케팅 예산을 여름 올림픽 기간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