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혹’ 가향담배 손대면 금연 어렵다…흡연 이어갈 확률 1.4배

거부감 적은 맛과 향을 내세워 청소년 등을 유혹하는 ‘가향담배’가 한번 시작하면 더 끊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을 이어갈 확률이 다른 담배보다 높지만 유해성은 별 차이가 없는 만큼, 강력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앞두고 이러한 가향담배의 위험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26일 밝혔다. 가향담배는 멘톨·과일·초콜릿 등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제조한 제품이다. 궐련 필터에 캡슐을 넣거나, 액상형 전자담배에 액상 제재를 첨가하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담배 제품이 가진 쓴맛과 매캐한 냄새 등을 가려 거부감을 줄이고, 청소년·젊은 층이 ‘덜 해로운 담배’로 인식해서 계속 피우게 하는 경향이 강하다. 2024년 청소년건강패널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77.3%는 첫 담배 제품으로 가향담배를 사용했다. 액상형 전자담배(86.3%), 궐련형 전자담배(87.4%)에서 가향담배로 시작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가향 마케팅에 노출된 청소년이 가향담배를 택하는 비율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면서 “젊은 세대가 담배를 끊는 주된 이유는 건강보다 냄새다. 냄새가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해 금연 동기가 생기는데, 가향담배가 늘어난다는 건 그러한 동기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연세대 연구진에 따르면 가향담배 첫 한두 모금 정도로 흡연을 시도한 경우, 비가향담배로 시도했을 때보다 현재 흡연할 확률이 1.4배 높았다. 특히 가향담배로 흡연을 계속 이어갈 확률은 10.9배 높게 나왔다. 해외 연구에서도 향이 첨가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2년 뒤 담배를 끊지 못할 가능성이 비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1.9배에 달했다. 가향담배의 중독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담배 시장에서 가향담배의 점유율은 2014년 14%에서 2023년 46.5%까지 빠르게 올랐다. 정부 규제가 따라가지 못한 사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더 많은 흡연자를 끌어들이는 상황을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신규 사용자를 유인하고 기존 사용자의 지속 사용에 기여한다”면서 가향 성분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하지만 가향 성분은 담배 위험을 덜 느끼게 할 뿐, 담배가 가진 유해성 자체를 줄여주진 않는다. 또한 향료나 당류는 전자담배 기기로 가열돼 에어로졸 형태로 흡입하면 호흡기질환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캐나다 등 담배 내 가향 첨가를 엄격히 금지하는 해외 국가들이 늘고 있다. 연간 사망 7만여명, 사회경제적 비용 15조원을 초래하는 흡연의 폐해(서울대 연구)를 줄이려면 한국도 가향담배 규제를 빠르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담배 성분의 유해성을 독성·중독성·매혹성 3가지로 나눈다면 가향 성분이 매혹성을 맡고 있다. 담배 입문을 쉽게 만들고 중독으로 안내하는 역할인 만큼 모든 종류의 담배 제품에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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