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의 타이틀…역사를 품은 ‘타점왕’ 도전기

조회 19,9292025. 1. 16. 수정

[베팬알기] ㉒KBO & 베어스 역사 속 타점왕 이야기

베어스 구단 역사에서 타점왕을 차지한 3명의 주인공 김상호, 타이론 우즈, 김재환(왼쪽부터). ⓒ두산베어스
『OB의 김상호가 95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선린상고 계명대 출신으로 88년 MBC 청룡에 입단한 김상호는 90년 OB로 이적한 뒤 올 시즌 전 경기, 전 이닝에 출장, 홈런(25개)과 타점(101점) 2관왕에 올랐다.』 <1995년 10월 13일자 경향신문>

베어스 구단은 1995년 김상호를 최초의 타점왕으로 배출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4차례 타점왕을 내놓았다. 베어스의 역대 타점왕 주인공들은 모두 사연이 있는 최초의 사나이들이다.

[베팬알기-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 이번 편에서는 ‘타점왕’의 세계에 대해 살펴본다.

타자의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타점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다. ⓒ두산베어스

타점(打點). 메이저리그에서는 RBI(Run batted In)라고 일컫는다. 보통 영어로 런(Run)이라고 하면 ‘달리다’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야구에서 Run은 ‘달리다’ 외에도 ‘득점’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자면 타자의 타격 행위(밀어내기 볼넷이나 사구,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포함)를 통해 1득점 이상 발생했을 때 타자에게 타점이 주어는 것이다. 다만 상대 수비수의 실책이나 타자의 병살타일 때 선행주자가 득점하면 타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타점은 타율, 홈런과 더불어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구성하는 3대 기록이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항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타점이 메이저리그에서 공식 용어로 정착되고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은 것은 1920년부터였다. 1876년 내셔널리그가 창설되고, 1901년 아메리칸리그가 발족했으니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타격 트리플 크라운 항목 중에서도 타율과 홈런보다 늦게 인정받은 셈이다.

타점은 ‘뉴욕 프레스’의 어니 라니건 기자가 고안했다. 편집장인 짐 프라이스와 함께 1907년 신문 스포츠면 박스 스코어에 타점 기록을 넣기 시작하면서 1919년까지 비공식으로 타점을 집계해 왔다.

그러다 마침내 1920년 타점이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으로 인정됐고, 그 이후 기록 관련 종사자들이 수년에 걸쳐 1920년 이전의 타점 기록을 복원하면서 과거 기록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해 타점의 허와 실, 가치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팀의 전력, 타순, 구장 크기, 선행주자의 상황, 감독 통제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록이기 때문에 타점 자체로 타자의 능력치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타점은 타자의 공격력과 득점 생산 능력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봉 고과 산정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기사를 쓰거나 MVP를 포함해 각종 시상식 투표를 할 때 여전히 유용한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OB 베어스 신경식은 1982년 원년에 타율 4위, 타점 3위에 올랐다. 타점은 팀 내 1위였다. ⓒ두산베어스

◆1982년 초대 타점왕은 김성한, 베어스 최다타점은 신경식

KBO리그가 출범한 1982년 초대 타점왕은 해태 타이거즈의 김성한이 차지했다. 팀당 80경기를 소화했던 원년에 김성한은 투수로 10승을 올리고, 타자로 3할 타율(0.305)과 13홈런, 69타점을 기록하면서 ‘KBO판 원조 이도류’로 맹활약했다.

앞으로 한 시즌에 투수로서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고 타자로서 타점왕과 3할 타율을 기록하는 선수가 KBO리그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만약 원년에 김성한이 투수나 타자 한 자리에 집중했더라면 더 빼어난 성적이 나왔을지 모른다.

타점 2위는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 백인천으로 64타점이었다.

KBO 40주년 레전드로 뽑힌 김성한은 1982년 해태 원년 멤버로 KBO 초대 타점왕에 올랐다. 그해 투수로도 10승을 올리면서 투타 이도류로 맹활약했다. ⓒKBO

초대 우승 팀 OB 베어스는 원년부터 타점왕 도전에 나섰지만 하늘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학다리’ 신경식이 54타점으로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했는데, KBO리그 전체에서는 3위였다. 윤동균이 47타점으로 팀 내 2위이자 리그 9위에 포진했다.

타점은 한동안 베어스와 인연이 먼 타격 타이틀이었다. 1994년까지 연도별 타점 순위를 보면 가장 높은 순위가 1982년 신경식의 3위였으니 말이다. 두 번째로 높은 순위가 5위였는데 1985년 신경식(58타점)과 1993년 김형석(62타점)이었다.

1995년 서울팀 최초 홈런왕과 타점왕, MVP에 오른 김상호가 2011년 모처럼 잠실구장에 나타나 시구를 했다. ⓒ두산베어스

◆서울팀 최초 타점왕 ‘터미네이터’ 김상호

KBO 출범 후 14번째 시즌인 1995년, 베어스 구단 역사상 최초 타점왕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터미네이터’ 김상호. 1990년 재일교포 에이스 최일언을 LG에 내주고 영입한 외야수였다. 힘은 장사였지만 거칠게 타격하는 스타일의 선수였다.

그러다 1995년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렸다. 타율 0.272, 25홈런, 101타점이라는 눈부신 기록을 작성했다. 팀당 126경기를 치르던 그해 전경기, 전이닝을 소화하면서 베어스 구단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서울팀 선수로는 최초로 홈런왕과 타점왕에 올랐고, 서울팀 타자 최초로 페넌트레이스 MVP까지 거머쥐는 새 역사를 썼다.

그 시절 한 시즌 100타점은 범접하기 힘든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전까지 KBO 역사상 빙그레 이글스 장종훈(1991년 114타점, 1992년 119타점)만이 유일하게 그 고지를 밟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상호는 시즌 100타점을 돌파한 KBO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됐다. 베어스 역사에서는 최초의 선수로 기록됐다.

1998년 OB 베어스의 타이론 우즈는 외국인선수 최초로 홈런왕과 타점왕, MVP를 거머쥐었다. ⓒ두산베어스

◆외국인 최초 타점왕 우즈, 잠실 좌타자 최초 타점왕 김재환

김상호를 포함해 베어스 구단에서는 지금까지 총 3명이 4차례 타점왕에 올랐다. 두 번째 주인공은 타이론 우즈였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OB 베어스에 입단한 우즈는 첫해부터 타율 0.305에 42홈런, 103타점을 기록했다. 당시 빙그레 장종훈이 보유하고 있던 KBO 최다 홈런(41개)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아울러 우즈는 외국인 타자 최초로 타점왕에 오르는 한편 3년 전 김상호가 세운 구단의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그러면서 베어스 구단 3번째 정규시즌 MVP 트로피를 받았다.

우즈는 2001년 113타점을 기록하면서 한 번 더 타점 1위를 거머쥐었다. 구단 역사상 3번째 우승을 차지한 해였다. 지금까지 베어스에서 타점왕에 두 차례 오른 선수는 우즈가 유일하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2018년 호쾌한 타격으로 44홈런과 133타점을 기록하면서 MVP에 올랐다. ⓒ두산베어스

2018년에는 김재환이 타점왕 계보를 이어나갔다. 김재환은 그해 타율 0.344, 44홈런, 133타점으로 정점을 찍었다.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역대 좌타자 중 최초로 홈런왕과 타점왕, 시즌 MVP까지 석권했다. 특히 홈런과 타점은 서울 팀 역대 선수 중 한 시즌 최다 기록으로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베어스는 이렇듯 타점왕을 아주 많이 배출하지는 않았지만 타점왕이 나올 때마다 의미를 담아냈다. 서울팀 최초(김상호)였고, 외국인 최초(타이론 우즈)였고, 잠실 좌타자 최초(김재환)였다.

김동주는 현역 시절 베어스 간판타자이가 국가대표 4번타자로 활약했지만 KBO리그 타점왕에는 오르지 못했다. ⓒ두산베어스

◆타점왕과 인연 없었던 ‘두목곰’…구단 역사상 개인통산 최다타점

두산 베어스의 강타자를 떠올릴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두목곰’ 김동주다. 정교함과 장타력, 클러치 능력까지 두루 갖춘 그는 대졸 신인으로 입단한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베어스 군단의 핵심 타자로 활약했다. 프로선수가 모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에서도 늘 4번타자를 맡았을 정도로 타점 생산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동주는 KBO 타점왕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데뷔 첫해인 1998년 89타점으로 단숨에 리그 5위에 오르고, 2000년 106타점으로 4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타점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상에 이르지는 못했다.

순위상으로 가장 아쉬웠던 해는 2008년이었다. 그해 104타점을 기록해 리그 2위에 머물렀다. 1위인 롯데 카림 가르시아(111타점)에 7개 뒤졌다.

하지만 김동주는 은퇴할 때까지 개인통산 1097타점을 올려 이 부문에서 베어스 역대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현재까지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1000타점을 넘긴 타자는 김동주가 유일하다.

베어스에서 활약한 시즌을 기준으로 보면 2위는 김재환의 932타점이다. 부상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올 시즌 1000타점을 넘고, 내년 시즌에는 김동주를 제치고 베어스 구단 역대 최다타점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홍성흔은 은퇴할 때까지 개인통산 1120타점을 생산했지만 두산 소속으로는 799타점을 기록해 구단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김현수, 안경현, 양의지 등도 이적으로 인해 베어스에서 기록한 통산 타점과 KBO 통산타점이 다소 다르다. 김형석은 마지막 시즌인 1998년 삼성으로 이적했지만 삼성 소속으로는 타점 기록이 없어 베어스 소속 통산 타점과 같다.

지난 시즌까지 구단 역대 개인통산 타점 10걸을 뽑아 보면 정수빈(544타점)이 10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어 주목된다. 주로 테이블 세터로 뛰고 있지만 베어스 원클럽맨으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누적 타점 부문에서 10위권으로 진입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이라는 짧은 기간 510타점을 기록하며 강한 임팩트를 남긴 우즈는 베어스 구단의 개인통산 최다 타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아직도 KBO 역대 외국인 타자 중 통산홈런 174개는 1위이며, 통산타점 510개는 2위(1위는 한화 제이 데이비스 591타점)일 정도로 KBO리그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이만수는 1980년대 4차례 타점왕에 올랐다. 이승엽, 박병호와 함께 역대 타점왕 최다 수상 공동 1위다. ⓒ두산베어스

◆구단별 타점왕 배출 현황…타점왕에 얽힌 이야기

타점왕은 KBO 원년부터 시상식을 시작한 유서 깊은 공식 개인 타이틀이다. 초대 수상자 김성한(해태)을 시작으로 지난해 오스틴 딘(LG)까지 총 43명의 타이틀 홀더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공동 타점왕은 한 번도 없었다.

타점왕 트로피를 가장 많이 가져간 구단은 초창기부터 화력의 팀으로 군림했던 삼성이다. 무려 14번이나 타점왕을 배출했다. 이만수와 이승엽이 4회씩 수상한 것이 절대적이었다. 최형우가 2차례(2011년, 2016년) 타점왕에 올랐고, 김성래(1993년), 양준혁(1994년), 심정수(2007년), 다린 러프(2017년)가 한 번씩 트로피를 추가했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가 6회 수상으로 타점왕 최다 배출 구단 2위에 올라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역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KBO 최초 4년 연속 타점왕을 차지한 박병호의 지분이 매우 크다. 대개 홈런 타자들이 타점왕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 2022년 이정후는 전형적인 슬러거는 아니지만 113타점으로 타점왕을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빙그레와 한화로 이어진 이글스 구단이 5차례 타점을 내놓아 3위에 포진했다. 유승안이 1989년 처음 수상했고, 장종훈이 1990년부터 1992년까지 3년 연속 타점왕에 올랐다. 노시환이 2023년 역사를 이어갔다.

베어스는 앞서 설명한 대로 4차례 타점왕을 배출했다. KIA(해태 포함)와 공동 4위다. 해태 시절엔 김성한이 1982년과 1988년 2차례 수상했고, 김봉연이 1986년, 김상현이 2009년 한 번씩 타점왕에 올랐다.

현대와 롯데가 3회로 뒤를 잇고 있다. 현대는 박재홍이 2차례(1996년, 2000년), 롯데는 이대호가 2차례(2006년, 2010년) 타점왕 트로피를 받았다.

SSG(SK 시절 2004년 이호준), kt(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 NC(2021년 양의지), LG(2024년 오스틴 딘)는 1회씩 수상자를 내놓았다.

LG는 지난해 오스틴 딘의 등장으로 원년 팀 중 가장 늦게 숙원을 풀었다.

KBO에 존재했던 역대 팀 중 쌍방울 레이더스는 유일하게 타점왕을 배출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기태가 1991년 2위에 한 번 오른 것이 타점왕에 가장 근접한 순위였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타점왕에 오른 2018년 13연속경기 타점으로 KBO 신기록을 세웠다. KBO는 이를 기념해 상패와 트로피를 제작했다. ⓒ두산베어스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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