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보면 술 8잔 마셨는데…판사는 "음주운전 무죄" 왜

김철웅 2024. 9. 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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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자료사진). 뉴스1


술 마시는 모습이 CCTV에 찍히고도 음주운전 무죄가 선고된 판결이 나왔다. CCTV 영상엔 소맥 등 8잔을 마시는 게 확인됐으나 판사는 "술잔에 술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더 따라 마시는 경우도 있다"며 수사기관이 추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11단독 김샛별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2일 오후 10시쯤 인천시 부평구에서 음주 상태로 약 3m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주차 중인 승합차를 들이받은 뒤 차량을 방치한 채 현장을 이탈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식당 CCTV에서 A씨가 소맥(소주+맥주) 1잔과 맥주 7잔, 총 8잔을 마시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소주잔, 맥주잔 용량을 기준으로 A씨가 소주 50㎖, 맥주 1800㎖를 마셨다고 보고,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65%였다고 판단했다.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계산식에 넣고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결론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일반적으로 술잔에 술을 일부만 채워 마시거나 술잔에 술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더 따라 마시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총 1800㎖ 맥주를 마셨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술을 붓고 먹는 영상만으로는 술잔을 가득 채워 마신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 판사는 또 "경찰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맥주 총 1200㎖를 마신 것을 전제로 혈중알코올농도를 0.041%로 계산하기도 했으나 이는 최대치로 계산할 때만 나오는 수치"라며 "위드마크 적용 공식의 근거가 된 피고인의 체중도 사건 발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은 사고 후 가해 차량을 후진해 사고 전 주차상태로 원상 복귀한 뒤 피해자에게 명함을 주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차량 파편이 도로에 흩어지지 않았고 도로 통행에 위험이나 장애도 없었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박한솔 변호사(법무법인 필)는 "위드마크 공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할 때는 작은 미비점이라도 있어선 안 된다. 법원은 피고인의 억울한 사정을 남기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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