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호패가 된다"…600년 해미읍성, 사흘간 '1421년 조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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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화면에 '호패'가 뜬다.
서산시와 서산문화재단은 1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9일부터 11일까지 충남 서산 해미읍성 일원에서 열리는 '제23회 서산해미읍성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당시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도 함께했다는 기록을 토대로 태종과 충녕대군의 동행, 이듬해 시작된 해미읍성 축성, 1421년 완성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축제의 중심 서사로 삼았다.
이정민 서산해미읍성축제 총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역사를 글로 읽거나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하며 배우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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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 호패 받고 문·무과 응시…장원급제자는 '일일 해미현감'
태종 강무부터 23개 고을 '각자성석'까지 하나의 서사로 연결
1000대 드론쇼·블랙이글스·60인 역사 다이닝으로 밤까지 확장
휴대전화 화면에 '호패'가 뜬다. 성문을 통과한 뒤부터 관람객은 2026년의 관광객이 아니라 1421년 해미읍성의 백성이 된다. 활을 쏘고, 과거시험에 응시한다. 합격하면 홍패를 받고 장원급제자는 하루 동안 '해미현감'이 된다. 올해 서산해미읍성축제가 내세운 것은 옛 행렬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역사 재현이 아니라, 관람객을 서사 안으로 밀어 넣는 '몰입형 역사축제'다.

서산시와 서산문화재단은 1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9일부터 11일까지 충남 서산 해미읍성 일원에서 열리는 '제23회 서산해미읍성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올해 주제는 'HAEMI UNIVERSE 1421, 시간의 문이 열리다'. 1421년은 태종 17년인 1417년 시작된 해미읍성 축성이 세종 3년에 마무리된 해다. 국가유산청도 해미읍성을 왜구에 대응하기 위해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을 옮기며 1417~1421년 축성한 군사 거점으로 설명한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흩어져 있던 역사 재현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는 점이다. 출발점은 1416년 태종이 충청도 도비산과 해미 일대에서 실시한 '강무(講武)'다. 당시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도 함께했다는 기록을 토대로 태종과 충녕대군의 동행, 이듬해 시작된 해미읍성 축성, 1421년 완성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축제의 중심 서사로 삼았다. 기존의 '태종대왕 강무 행렬'에도 공연과 퍼포먼스를 더한다.

이정민 서산해미읍성축제 총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역사를 글로 읽거나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하며 배우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과 과천재즈피크닉,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의 연출 경험이 있는 그는 해미읍성 전체를 하나의 '역사 롤플레잉' 공간처럼 설계했다. 진남문을 지나 QR코드를 찍으면 휴대전화가 조선시대 호패로 바뀌고, 관람객은 이를 들고 성 안 곳곳의 문·무과 체험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600년 된 성벽 자체도 무대가 된다. 해미읍성 성벽에는 축성 당시 공주와 청주 등 충청도 여러 고을이 맡은 구간을 표시한 '각자성석(刻字城石)'이 남아 있다. 특정 구간이 무너지면 어느 고을이 축성했는지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새긴 흔적이다. 올해 개막식에서는 이를 '스물세 고을, 빛으로 성을 쌓다'라는 퍼포먼스로 재구성한다. 충청권 23개 시·군을 상징하는 대형 등롱 23개가 차례로 불을 밝히며 600년 전 공동 축성의 기억을 오늘의 지역 연대로 연결한다.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는 지난해 전통 장인의 기술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충청권의 연대와 자주국방이라는 역사적 의미로 지평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해미읍성이 애초 행정 중심의 읍성이 아니라 충청도 군사를 지휘하는 병영성으로 만들어졌다는 장소의 성격을 전면에 꺼낸 셈이다. 실제 이곳은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이 자리한 뒤 1652년 청주로 옮겨가기까지 200년 넘게 서해안 방어의 군사 거점 역할을 했다.

이 역사적 맥락은 성 밖까지 이어진다. 동문 주차장에는 요격미사일 '천궁'과 '신궁' 모형, 공군 전술차량, 드론 시뮬레이터 등을 배치한 '해미 디펜스 로드'가 들어선다. 옛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의 '국방' 기능을 현대 군사기술과 연결한 것이다. 10일에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도 예정돼 있다.
해가 지면 축제의 무대는 성벽에서 밤하늘로 옮겨간다. 1000대 규모의 드론 라이팅쇼가 사흘 동안 모두 다섯 차례 열린다. 황금 매의 비상과 해미읍성 완공, 충청병마절도사영, 태종 강무 행렬, 방패 등 해미의 역사를 10개 장면으로 그린다. 진남문에서 동헌까지는 바닥과 벽면, 머리 위를 빛과 영상으로 잇는 '빛의 길'을 조성한다. 지난해에도 성벽과 야간 경관을 적극 활용했지만 올해는 드론과 미디어아트가 축제 전체의 역사 서사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차이다.

역사는 식탁에도 오른다. 10일 동헌과 내아에서 60명만 참여할 수 있는 유료 역사 다이닝 '해미성찬 팔폭(海美城饌 八幅)'을 진행한다. 태종의 강무부터 '황금 매의 귀환'까지 600년 역사를 여덟 장면으로 나눠 여덟 접시에 담는다. 김성운 테이블 포포 오너셰프와 김지영 한식당 규반 오너셰프가 서산 간척지 햅쌀과 육쪽마늘, 한우 등 지역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먹는 축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음식에도 이야기를 부여한 셈이다.
공연도 사흘의 서사를 따라 배치했다. 개막일인 9일에는 각자성석 퍼포먼스와 장윤정의 축하공연, 1000대 드론쇼가 열린다. 10일에는 블랙이글스 에어쇼와 현대차그룹 필하모닉·서산소년소녀합창단의 '해미 더 클래식', 태권도 무예 퍼포먼스, 가수 딘딘 공연이 이어진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청허정 언덕을 실제 무대로 활용하는 실경 뮤지컬 '달이 되어라'와 파이널 드론쇼가 사흘의 시간을 닫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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