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에 '최강 ICBM' 물려주겠다"…딸 공개한 김정은 속내
북한이 스스로 ‘핵 강국’ 지위에 올랐음을 강조하며 후대를 위한 핵·미사일 고도화 방침을 천명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조선노동당의 엄숙한 선언’이란 제목의 정론을 통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을 “우리 민족 반만년 역사에 빛날 사변적인 날”로 평가하며 “명실상부한 핵강국,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의 힘과 위용이 다시금 천하를 진감하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8차례 ICBM을 발사하며 성능을 시험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유독 강도 높은 의미를 부여한 것은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성능 검증이 끝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노동신문에 실린 ‘정론’은 북한이 정권 차원의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부적으로 전파할 때 사용하는 기사 형식이다.
신문은 또 “우리 후대들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을 위해 우리는 평화 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CBM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이를 ‘후대의 평화수호’와 연결한 것은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했던 “조선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핵에는 핵으로" 천명…"후대 위해 핵 보검"
앞서 2005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역시 스스로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방북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조선(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핵문제가 해결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국제적 사찰을 수용해 검증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화성-17형' 시험발사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딸과 함께 이를 지켜보는 모습도 공개했다. 딸을 처음으로 대외에 전격 공개한 결정 자체가 ICBM 발사 성공에 대한 자신감에 더해 자녀 세대를 포함한 후대에 강력한 핵·미사일 능력을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 18일 노동신문 보도에서도 이번 ICBM 시험발사에 대해 “우리의 핵무력이 그 어떤 핵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한데 대해 재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보도의 제목엔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핵·미사일 고도화의 책임 소재를 ‘외부의 핵 위협’으로 규정하며, 7차 핵실험 등 미국과 강대강 대치를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험발사 현장에 딸을 대동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화성-17형에 대한 상당한 신뢰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핵에는 핵으로 대답할 것’이라는 등의 표현 등을 감안했을 때 북한은 향후 전략전술무기체계의 지속적 개발과 이를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핵실험 수요와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러 반대에 손발 잘린 안보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21일 북한의 핵 비확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연다. 그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북한의 방패막이 역할을 계속하면서 추가 대북 제재 결의는 물론 의장 성명이나 언론 성명 등의 집단적 대응은 줄곧 무산됐다.
네이트 에반스 주유엔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이번 안보리 공개 회의 소집을 요청하며 “북한의 ICBM 발사는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안보리는 점점 더 무모해지고 불안정한 북한의 행동을 다뤄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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