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하루 한 판도 안 팔려”… 고물가에 지갑 닫은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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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기조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풍성한 명절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껑충 뛴 원재료와 음식 가격 탓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고, 시장 상인들은 발길이 끊긴 상점에 앉아 손님을 간절히 기다렸다.
이곳에서 40년간 전과 송편을 팔아온 박명희(66)씨는 "지난해만 해도 추석에 전과 떡을 하루에 몇 판씩 새로 냈다. 그러나 올해는 하루에 한판도 안 팔린다"며 "18일에도 시장에 나와 남은 음식을 다 팔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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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기조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풍성한 명절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껑충 뛴 원재료와 음식 가격 탓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고, 시장 상인들은 발길이 끊긴 상점에 앉아 손님을 간절히 기다렸다. 팍팍한 살림 탓에 부모님 등 가족에게 줄 명절 용돈이 부담된다는 직장인도 많았다.
지난 16일 오후 5시쯤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 300m가량 이어진 시장 내 문을 연 상점은 단 8곳이었다. 이 시장은 지상에만 총 242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추석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지만 떡집과 전집, 차례 음식 전문점을 포함한 230여 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중앙시장 상인들은 “이렇게 손님이 없는 추석 명절은 역대 처음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추석날인 지난 17일 오전 다시 찾은 시장은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 어두컴컴했다. 영업 중인 상점은 5곳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40년간 전과 송편을 팔아온 박명희(66)씨는 “지난해만 해도 추석에 전과 떡을 하루에 몇 판씩 새로 냈다. 그러나 올해는 하루에 한판도 안 팔린다”며 “18일에도 시장에 나와 남은 음식을 다 팔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인들 모두 코로나 때보다 경기가 더 좋지 않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날 3시간가량 곳곳을 둘러봤지만, 시장을 찾은 손님 10명을 채 만나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구매량도 확연히 줄었다. 박씨는 “4인 가족이 전을 나눠 먹으려면 통상 4만~5만원 어치는 사야 하는데, 다들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1만~2만원 어치 정도만 산다”고 했다. 중앙시장에서 한과와 차례용 전을 산 전모(51)씨는 “예전엔 차례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가족들이 넉넉히 나눠 먹었다면, 요새는 가격이 너무 올라 딱 상 차릴 만큼만 산다”고 했다.
명절 음식 종류를 줄이는 분위기가 완연했다. 전씨는 지난 20여년간 직접 만들던 동그랑땡, 육전, 배추전을 올해부터 생략했다. 대신 시장에서 모둠전을 샀다. 전씨는 “명절 준비에 30만~40만원 정도 들었는데, 과거와 비슷하게 음식을 하면 돈이 두 배는 들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품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추석을 앞두고 명절 음식을 판매하던 반찬 가게들은 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금치 가격이 60% 이상 오르는 등 일부 식재료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반찬 제조업체는 추석 직전 시금치 대신 생취나물로 품목을 바꿨다. 업체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여름철마다 폭염이 길어지면서 채소류 가격이 많이 올라 수급 상황에 맞게 판매 음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고향을 찾았던 직장인들의 부담도 컸다. 지난 1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3)씨는 “통상 부모님과 조카들 용돈을 합쳐 명절마다 50만원 가령 필요했는데, 올해는 상여금이 많지 않아 금액을 절반 정도로 줄였다”며 “원래 소고기를 사 가기도 했는데 올해는 부담이 돼 용돈 이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장모(28)씨도 “이번 추석 지출이 큰 부담이었는데, 조카들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가족들 용돈으로 추석에만 60만원을 쓰고 보니, 다음 달 공과금이 벌써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윤예솔 김승연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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