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싹쓸이! K-감성으로 美사회 뒤흔든 두 남녀

조회수 2024. 1. 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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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에미상에서 '성난 사람들' 주연 스티븐 연(오른쪽)과 앨리 웡은 남녀주연상을 차지했다.
'성난 사람들' 에미상 8관왕 가능했던 몇 가지 이유... 시즌2 시간 문제
올해 에미상에서 가장 화려한 기록을 세운 '성난 사람들의 한 장면'. 주연 스티븐 연(오른쪽)과 앨리 웡은 예상대로 남녀주연상을 나란히 차지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예상은 했지만 결과는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이성진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이 1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TV미니시리즈·영화(A 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작품상과 김독상, 남녀주연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이민 가정에서 자란 한국계 감독과 배우, 이들과 비슷한 성장 과정을 지닌 또 다른 아시안 배우들이 빚어낸 이야기가 마침내 미국 주류 대중문화의 상징 에미상까지 석권했다.

'성난 사람들'의 에미상 8관왕 등극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작용했다. 물론 작품의 독창성과 완성도는 기본 중 기본. 이에 더해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를 포함한 미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관통하는 '이민자 정체성' 그리고 '글로벌 공룡 플랫폼 넷플릭스'의 막강한 물량 공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양쯔충 오스카 여우주연상, 정이삭 감독 '미나리' 잇는 '성난 사람들'

'성난 사람들'은 하는 일마다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일용직 노동자 청년(스티븐 연)이 운전 도중 아시아계 여성 사업가 라우(앨리 웡)와 난폭 운전 시비가 붙으면서 겉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성난 사람들'을 단지 두 남녀의 쫓고 쫓기는 '일상 복수극'으로만 볼 수는 없다.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우울과 분노를 두 인물의 일상을 통해 풀어내면서 극적인 재미를 넘어 깊은 공감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이민자의 정체성이라 할 만하다. 스티븐 연이 연기한 한인 청년은 사실 성공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도 챙기고 싶은 'K장남'의 모습이다. 자수성가한 라우 역시 겉으론 남부러울 것 없는 부와 명예를 지녔지만, 이민자 가정인 자신의 집안에선 아내이자 엄마로서 역할에 짓눌린다.

이들의 주변 인물들도 대부분 한인 2세와 미국에 정착한 아시안 이민자들이다. 분노를 야기한 두 인물의 추격전을 블랙코미디로 그리고 있지만, 이들을 진짜 분노케 하는 이유는 힘겨운 일상과 처지이기도 하다.

미국 이민자들의 정체성과 정서를 녹인 작품들이 최근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양쯔충 역시 지난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안 배우로는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사진제공=워터홀컴퍼니 

이처럼 미국에 정착한 아시안의 이야기가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전면에 부각되기 시작한 건 2018년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성공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출연진 모두 아시아계 배우로 캐스팅한 영화는 미국에 정착한 아시안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아시안 배우들이 주연한 아시안 이야기로는 최초의 성과였고, 이는 할리우드에 의미있는 신호탄이 됐다

2022년 배우 양쯔충(양자경)가 주연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거둔 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믿음과 사랑을 찾아가는 미국 내 중국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대혼돈의 멀티버스식라는 판타지 설정으로 풀어내 북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활약에 힘입어 양쯔충은 아시안 배우로는 최초로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대기록을 세웠다.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의 한 장면. 스티븐 연과 한예리가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 부부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판씨네마 

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븐 연과 한예리, 윤여정이 주연한 미국영화 '미나리'도 빼놓기 어렵다.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정 감독은 자신의 유년기 기억과 당시의 감성을 풀어낸 이 영화로 2021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차지했고, 스티븐 연의 장모 역으로 출연한 윤여정도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에미상은 그동안 한국계 등 아시안 감독과 배우들에게 상대적으로 기회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시안 배우가 참여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배역이 한정돼 있던 탓이 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려졌다.

스티븐 연은 이 같은 최근의 흐름에 대해 "사회구조가 격변하면서 모두가 이민자의 정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내놓은 말이다.

●넷플릭스 전폭 지원, '오징어 게임' → '성난 사람들'

올해 에미상의 화제작이 '성난 사람들'이라면, 바로 직전인 지난해 제74회 에미상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단연 주목받았다.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를 거머쥐면서 에미상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2021년 공개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 시간을 기록한 메가 히트작이다. 글로벌 시장 성공을 넘어 에미상 주요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까지 안으면서 현재 시즌2 제작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 바통을 잇는 작품이 바로 '성난 사람들'이라는 데 이견을 갖기 어렵다.

지난해 4월 공개 직후 글로벌 차트에서 눈부신 성과를 낸 '성난 사람들'은 이번 에미상 뿐 아니라 골든글로브 3관왕,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4관왕 등 미국 주요상의 핵심 부문을 휩쓸면서 작품성과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고 있다. 이쯤되면 '만장일치'에 가까운 수상 릴레이다.

이에 대해 창작자가 원하는 제작 방식을 적극 지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너그럽게 수용하는 넷플릭스의 기조가 '오징어 게임'을 넘어 '성난 사람들'의 수상 성과로도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난 사람들'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성진 감독.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성장하면서 겪은 경험과 정서를 자신의 작품에 녹여넣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성진 감독은 '성난 사람들'을 처음 기획할 때 트리트먼트 등을 들고 여러 OTT 플랫폼 및 채널과 만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 중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은 곳이 바로 넷플릭스이다. 아시안 캐릭터 두 명이 난폭운전을 계기로 서로 얽혀 파국으로 치닫는, 어찌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의 가치와 개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덕분에 넷플릭스는 에미상 8관왕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제74회 에미상에서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현재 시즌2 촬영에 한창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에 '성난 사람들' 시즌2의 탄생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이성진 감독은 몇몇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혀왔던 만큼 이번 릴레이 수상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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