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밥 한끼라도” 4000일 北억류 김정욱씨 아들의 눈물

박준상 2024. 9.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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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아버지가 어서 빨리 돌아와서 우리 가족 다 같이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욱(62) 선교사가 북한에서 강제 억류·구금된 지 4000일을 맞은 지난 20일 그의 둘째 아들 김도엽(29)씨가 부친에게 띄우는 편지를 국민일보에 보내왔다.

아들 김씨가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얼굴은 2014년 2월 북한 매체가 방영한 기자회견 속 김 선교사의 힘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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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교사 아들 김도엽씨 본보에 편지
“제가 알던 강한 모습으로 와주길”
2013년 10월 北보위부에 체포…무기노동교화형 선고
김정욱 선교사(62)가 2008년 중국 단둥 선교 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물품에 손을 얹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욱 선교사 가족 제공


“한 가지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아버지가 어서 빨리 돌아와서 우리 가족 다 같이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욱(62) 선교사가 북한에서 강제 억류·구금된 지 4000일을 맞은 지난 20일 그의 둘째 아들 김도엽(29)씨가 부친에게 띄우는 편지를 국민일보에 보내왔다. 김씨는 억류 4000일이 되도록 아버지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현실에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한다.

아들 김씨가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얼굴은 2014년 2월 북한 매체가 방영한 기자회견 속 김 선교사의 힘없는 모습이다. 김씨는 편지에서 “안녕하지 못한 아버지의 현재 상황을 알기에 차마 안녕하시냐고 안부를 물을 수가 없네요”라고 한탄했다. 이어 “올 추석 때 오랜만에 외할머니댁 창고에서 본 젊은 시절의 아버지 사진과 북한에서 체포된 후 기자회견 때의 수척해진 아버지 모습이 대비돼 괜히 눈물이 났다”고 적었다.

김 선교사는 김씨가 초등학생이던 2007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쉼터를 운영하며 북한이탈주민, 북한 주민에게 국수를 제공하는 등의 선교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2013년 10월 평양 출신의 지인으로부터 북한으로 직접 들어가 선교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 선교사는 사명감에 평양으로 향했지만, 기다리던 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체포였다. 구체적인 체포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 탈북민을 돕던 김 선교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보위부의 유인 계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2월 27일 평양에서 기자회견하는 김정욱 선교사의 모습. 연합뉴스


김 선교사는 북한에서 국가전복음모죄, 반국가선전선동죄 등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형 김정삼씨를 비롯한 가족과 정부, 종교단체 등이 꾸준히 석방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인 상태다. 김씨는 “저한테는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 4000일이 아버지에게는 처절한 고통에 잠식돼 거의 멈춰버린 듯 느리게만 지나간 시간일 것 같아 아들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사명을 위해 헌신하신 거니까, 그 처음의 마음가짐, 그 신앙이 부서지지 않고 굳건히 서있으시길… 제가 알던 강한 모습 그대로 와주세요. 이 편지가 아버지에게 닿지 못할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이 기도가 어떻게든 아버지에게 전해질 거라 믿어요. 사랑해요 아빠”라며 글을 맺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불법적으로 억류·구금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즉각적이고 무조건 석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미국 국무부도 처음으로 북한을 향해 김 선교사 등 한국인 억류자를 송환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북한에는 김 선교사를 비롯해 김국기·최춘길 선교사, 탈북민 3명 등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돼 있다. 미국 의회가 설립한 연방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종교·신앙 자유 관련 피박해자 명단에는 이들 3명의 선교사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 사람 모두 현재 상태는 ‘미상’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억류자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북한을 계속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차덕철 통일부 납북자대책팀장은 “억류자 송환 촉구 광고영상 제작 등 많은 분이 억류자 문제에 공감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미국·일본·캐나다·태국 등 우리와 같은 피해를 겪은 주요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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