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닭발도 곱창도 딤섬이었다…홍콩서 깨달은 진실
홍콩백끼 - 대표 딤섬집 5곳
■
「 홍콩백끼는 100가지 음식 이야기로 재구성한 홍콩 여행 안내서입니다. 홍콩 맛집 100개를 소개하는 이 여정에 국내 중식당 최초로 미쉐린(미슐랭) 레스토랑에 오른 ‘진진’의 왕육성 사부와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도 동행했습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딤섬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홍콩 음식인 동시에 가장 오해가 많은 먹거리다. 딤섬이 곧 만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홍콩에 가서 보니, 세상에, 닭발도 딤섬이었다.
딤섬은 광둥성에서 기원했다. 원래는 아침과 저녁 사이에 먹는 간식을 뜻했다. 점심(點心)의 광둥어 발음이 ‘딤섬’이다. 차와 곁들여 먹는 간식이었기에 딤섬은 곧 ‘얌차(飲茶)’로 통했다. 지금도 홍콩에서는 얌차가 ‘차를 마시다’는 원뜻이 아니라 ‘차와 함께 딤섬을 즐긴다’는 의미로 쓰인다. 홍콩에서 딤섬은, 교자는 물론이고 찐빵·튀김·탕·죽·떡 등 온갖 음식을 아우른다. 홍콩백끼 첫 순서로 홍콩을 대표하는 딤섬집 5곳을 추렸다.
홍콩에서 가장 소란한 딤섬집 - 린헝라우

100여 년 전의 딤섬집 풍경은 지금과 달랐다. 종업원이 갓 나온 딤섬을 철판 가득 목에 걸고 돌아다니면, 손님이 내키는 대로 집어다 먹는 방식이었다. ‘인간 회전초밥’이었다고나 할까. 당연히 효율이 떨어졌다. 해서 1960년대 등장한 것이 ‘딤섬 카트’다. 옛날식 카트를 밀고 다니며 딤섬을 파는 식당은 홍콩에서도 몇 남지 않았다. 1918년 오픈한 ‘린헝라우(蓮香樓)’가 그중 하나다.

린헝라우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딤섬집’이자 ‘가장 소란스러운 식당’으로 유명하다. 영문 메뉴판이 없고, 오로지 광둥어만 통해 초행자는 공략법을 미리 숙지하는 게 좋다.
일단 주문은 받지 않는다. 종업원이 카트 가득 딤섬을 싣고 나오며 메뉴를 외치면 주문표를 쥐고 카트 앞으로 돌진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카트가 내 앞에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본전도 못 뽑는다. 찜통 하나에 보통 교자 3~4개가 들어가는데, 25~42홍콩달러(HKD)를 받는다. 약 4200~7200원. 우리 같은 외국인이 딤섬 전쟁터에서 각자도생하는 장면을 엿보는 재미만으로도 린헝라우는 가볼 만한 곳이다.
25g도, 30g도 아닌 26g 딤섬 - 원 하버 로드

딤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새우교자 하가우다. 하여 홍콩 사람 누구나 하가우에 관해 일가견이 있다. 홍콩 사람이 꼽는 훌륭한 상태의 하가우는 이런 식이다.
“속이 비칠 정도로 피가 얇지만,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터지지 않을 만큼 탄력이 있어야 한다.” “저울로 잰 듯 무게가 일정해야 한다.”
홍콩에서 만난 맛 칼럼니스트 챙보홍(77)은 “주름이 13개여야 보기에도 좋고 식감도 좋다”고 강조했다. 5성 호텔 그랜드 하얏트 홍콩의 광둥 요리 전문 ‘원 하버 로드’에서 맛본 하가우의 주름이 정확히 13개였다.

원 하버 로드의 하가우는 시금치를 가미해 고운 연둣빛을 띠었다. 챈홍청(51) 총주방장은 “하가우는 피가 얇고 무게에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며 “한 입 크기로 26g에 맞춰 빚는다”고 설명했다. 25g도, 30g도 아닌 26g이란 설명에 할 말을 잃었다.
새우와 전복을 올린 씨우마이, 금박을 올린 메로 교자도 각별했다. 메뉴 하나에 대략 100HKD(약 1만7700원)를 받는다. 랍스터 육수를 곁들인 만둣국 형태의 꾼통가우가 168HKD(약 2만8000원)로 가장 비쌌다.
딤섬 초보라면 이 집부터 - 원딤섬

구룡반도 몽콕(旺角)의 ‘원딤섬’은 딤섬 초보라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식당이다. 2007년 처음 문을 열었고, 2011년 ‘미쉐린 가이드’ 1스타에 올랐다. 딤섬 한 그릇이 20~35HKD 정도다(약 3500~6100원). 사진 앨범처럼 두꺼운 메뉴판을 쓰는데, 한글도 제공한다.
켄 우(65) 사장은 “많은 체인점이 유통 과정에서 2~3일씩 딤섬을 묵혔다가 사용하는데, 딤섬은 갓 빚어 찐 게 가장 맛있다”고 강조했다. 원딤섬은 직원 9명이 새벽 1시 30분부터 나와 그날 쓸 교자를 빚는다.

만두류의 딤섬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교자 형태의 ‘가우(餃)’, 복주머니처럼 입을 벌린 ‘마이(賣)’, 찐빵처럼 두툼한 ‘바오(包)’다. 원딤섬은 대략 70개의 딤섬 메뉴를 내는데, 베스트셀러는 단연 하가우다. 하루 평균 1000개의 하가우를 빚는단다. 50년 경력의 중식 대가 왕육성 사부는 하가우에 다음과 같이 평했다.
“홍콩 사람밖에 못 하는 기술이다. 전분을 익반죽한 뒤 중식칼로 누르고 휙 돌리면 순식간에 투명하고 동그란 만두피가 나온다. 그게 아주 예술이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식당 - 팀호완

‘팀호완’은 딤섬의 수도로 통하는 홍콩에서도 아이콘이 된 이름이다. 2009년 몽콕에서 20석 규모의 작은 딤섬집으로 시작해 2010년 곧바로 ‘미쉐린 가이드’ 1스타에 오르며 성공 신화를 열었다. 당시 딤섬 메뉴 대부분을 우리 돈 1800~4000원에 팔았다. 한때 팀호완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까닭이다. 현재 팀호완은 전 세계 10여 개 나라에 80개 지점을 거느린 글로벌 딤섬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울에도 지점 4개를 두고 있다.
팀호완의 시그니처 메뉴는 33HKD짜리(약 5800원) 돼지고기 바비큐를 넣은 차씨우바오다. 증기에 빵을 찌는 것이 전통식이지만, 팀호완은 겉을 바삭하게 굽는 게 특징이다. 이른바 ‘겉바속촉’의 경지라고 할까. 비스킷 같은 외피를 허물어뜨리고 나면 달짝지근한 차씨우가 혀와 만난다.
팀호완의 성공 이후 홍콩의 수많은 딤섬집이 팀호완처럼 구워내는 차씨우바오를 유행처럼 내놓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팀호완의 차씨우바오를 이렇게 평가했다. “차씨우바오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은 혁신 요리.”
인형이야 딤섬이야 - 소셜 플레이스

홍콩 딤섬은 현재진행형이다. 근래에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흐름을 타고 퓨전 딤섬집의 인기가 부상 중이다. 그중 하나가 센트럴(中環)의 ‘소셜 플레이스’다.
연탄처럼 새까만 ‘관자 트러플씨우마이’, 아기 곰 모양의 ‘리틀 베어 번’, 망고스틴 모양의 ‘랍스터 번’, 붉은색을 입힌 ‘비트 만두’, 아기 돼지 모양의 ‘요거트 푸딩’ 등 딤섬과 디저트 하나하나가 장난감 인형처럼 생겼다. ‘인스타그램에 태그되지 않는 딤섬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외치는 메뉴 구성이라고 할까.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보이는 반응은 “귀여워서 어떻게 먹나요” 같은 댓글이다. 그러나 다들 잘만 먹는다.

실제 맛은 어떨까. 검은 찐빵 같은 ‘차콜 커스터드 번(3개 49HKD·약 8700원)’을 한 입 베어 물자 소금 간을 한 황금빛 커스터드가 용암처럼 쏟아져 나왔다. 거부하기 힘든 ‘단짠’ 조합이었다.
전통적으로 딤섬집은 술을 두지 않는다. 딤섬이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이어서다. 그러나 소셜 플레이스 메뉴판에는 와인·생맥주 같은 주류가 차보다 더 많았다. 딤섬에 관한 통념이 깨진 소셜 플레이스에서 뜨끈한 씨우마이와 함께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켰다.
■ 홍콩백끼- 더 다양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78개 미슐랭’ 홍콩 가봤니…100끼 먹고 찾은 찐 현지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8317
엽기 통돼지 맛 놀라웠다…‘홍콩 마동석’ 2시간 묘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463
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따거…주윤발은 이런 식당만 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3070
홍콩 길거리 오리 머리 ‘쪽쪽’…‘홍어 귀신’ 韓 아재도 쫄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4720
‘메뉴 50개’ 홍콩판 김밥천국…한국인 무조건 사랑할 이 음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8330
」
손민호·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뉴진스 하니 "죄송, 이해 못했어요"…국감장 빵 터트린 그 사투리 | 중앙일보
- "똥오줌 치우는 김 반장…폼은 쇼트트랙" 김동성 깜짝 근황 | 중앙일보
- 당뇨인이 가장 오래 살았다…한알 100원인데 '노화 막는 약' | 중앙일보
- 성유리 억울하다더니…남편 안성현 '코인 상장 뒷돈' 실형 위기 | 중앙일보
- "그때 죽였어야…" 최현석, 딸 띠동갑 남친 보고 뒤늦은 후회? | 중앙일보
- "179억 빚 때문에 파산"…심형래, 14년만에 '개콘' 무대 선다 | 중앙일보
- 우크라 무기 지원?…"한국, 교전국 된다" "칼 안 뽑아야 더 위력" | 중앙일보
- "50점 맞던 애가 90점 맞았다"…발칵 뒤집힌 분당 고등학교, 왜 | 중앙일보
- 김영선, 지역구 이전∙징계 이력에도 공천…당내 '갑툭튀' 말돌아 | 중앙일보
- 한소희 "94년생 아닌 93년생"…실제 나이 속였던 이유 고백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