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여줬다, 충분하다" 기쁨의 눈물 흘리며 후회없이 떠나는 최민정

이준목 2026. 2. 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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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으로 마무리... 12년 선수 인생의 끝자락에서 울린 '유종의 미'

[이준목 기자]

 2월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성남시청)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민정은 21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길리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은 이날 획득한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을 더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최민정은 한국이 낳은 역대 최고의 쇼트트랙 스타 중 한 명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추가해 개인 통산 메달을 7개(금 4·은 3)로 늘렸다.

역대 한국 스포츠 선수 중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합쳐 종전 최다 메달 수상자는 사격 진종오와 양궁 김수녕,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이 공유하던 6개였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선배들을 제치고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을 수립하며 단독 1위로 등극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의 모범적인 세대교체'를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김길리와 최민정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길리는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과 더불어 이번 대회 2관왕으로 등극하며 최민정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는 모습을 증명했다. 최민정 역시 이번 대회에서 건재한 기량을 보여줬음에도 "이제 김길리에게 에이스 칭호를 물려주게 됐다"며 흔쾌히 후배의 성장을 인정했다.

최민정이 홀가분하게 올림픽 은퇴를 선언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김길리 역시 존경하는 선배의 은퇴 소식을 전해 듣고 놀라움과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최민정은 인터뷰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해서 기쁘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많은 기록을 세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믹스트존 인터뷰 내내 감정이 북받친 듯 최민정은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아서가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라고 설명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올림픽이 좀 힘들었는데 잘 끝나서 후련한 눈물인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엄청난 기록을 세울 수 있어 더 뿌듯하고 후련했다. 벌써 세 번째 올림픽인데 12년 동안 달려왔던 시간들이 생각나 만감이 교차했다. 첫 올림픽 나갈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엄청난 기록을 세울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벌써 세 번째 올림픽이 돼 7번째 메달까지 따니까 스스로가 좀 자랑스러웠다."

어머니의 편지, 큰 힘이 됐다

마지막 올림픽에 나서는 딸을 위해 "너는 이미 엄마 인생의 금메달"이라던 최민정 어머니의 따뜻한 응원 편지는 큰 화제가 됐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엄마 편지를 읽으면서 많은 힘이 됐다.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자신 있게 경기를 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사실 엄마도 응원하러 밀라노에 오셨다. 엄마 앞에서 멋진 경기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언제나 제 편이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최민정은 대회에 나서기 전부터 이번 밀라노 대회를 자신의 '선수 인생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비록 현역 은퇴는 아직 아니라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최민정 없는 쇼트트랙 대표팀은 아직 낯설다.

무엇보다 여전히 최정상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최민정이기에, 일각에서는 충분히 다음 올림픽도 가능하지 않냐고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미 후회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증명했기에 미련이 없다는 것이 최민정의 고백이다. 과연 세 번째 올림픽은 '선수 최민정'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저한테 마지막 올림픽인 것 같아 더 만감이 교차한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올림픽이 막 끝났는데도 여전히 마지막이라는 생각밖에 잘 안 든다. (올림픽 은퇴 번복 여부는) 일단 쉬면서 생각해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해서 충분한 것 같다."

이제 국가대표의 부담을 내려놓은 최민정은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편하게 지내보고 싶다"며 편안한 일상에 대한 소망을 밝혔다.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바로 지금'을 꼽았다.

"1500미터 은메달을 딱 따고 태극기를 두르고 경기장을 돌면서 모든 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무리를 정말 잘한 것 같아서 좋다. 웃으면서 끝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해왔던 걸 생각하니까 여러 가지 감정이 많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

그래도 너무 후련하게 끝낸 것 같아서 기쁘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잘할 수 있었던 건 주변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이다. 저보다는 도와주신 분들에게 더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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