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베테랑2'로 얻은 용기와 확신 [D:인터뷰]
배우 정해인이 2013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 밤' 등을 통해 로맨스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데 이어 넷플릭스 'D.P' 시리즈로 정의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킨 그였기에 이번 '베테랑2'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리고 정해인은 '베테랑2'를 통해 자신을 향한 예상 가능한 것들을 모두 뒤집었다.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을 위해 '베테랑2'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었다. '시동'으로 인연을 맺은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어떤 작품인지도 모른 채 미팅에 나가 함께할 영화가 '베테랑2'라는 말에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고 떠올렸다.
"제가 출연할 영화가 '베테랑2'라는게 너무 기뻤어요. '베테랑1'을 극장에서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N차 관람을 했던 관객 중 한 명이었거든요. 그러면서 갑자기 부담감이 밀려오더라고요. 하하. '베테랑1' 스코어가 얼마였지 하고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는 살인하기 위해 이유와 사건을 만드는 인물이다. 범죄자들을 처단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것도 박선우가 살인하기 위해 만든 그림일 뿐이다. 이런 정해인의 행동을 보고 여론은 사적재제를 실현하는 정의의 '해치'라면서 찬양한다. 정해인은 박선우를 접근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 본인이 평범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을 전환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박선우를 연기하기 위해 제 발상을 모두 전환해야 했어요. 박선우는 나르시시즘에 관종, 소시오패스 경향이 다분해요. 목적과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선이든 악이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죠.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인 거예요. 그런 일련의 행위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왜 그랬나'라는 전사도 없었고요. 그래서 전사가 대본에는 없었지만 제 나름대로 박선우의 뿌리로 살을 붙였는데 감독님께서 그런 건 다 없어도 되고 대본과 상황에만 집중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오히려 단순하고 명료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정해인의 도전은 통한 듯 보인다. 600만 관객을 향해가며 흥행에 성공한 '베테랑2'. 극중 박선우의 예측할 수 없는 텅 빈 눈빛 연기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관객들에게도 호평 받고 있다. 이 눈빛 연기 역시 정해인의 고민을 더한 끝에 완성됐다.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찾아보니 침착하고 권위적이더라고요. 시선이 지저분하지도 않고요. 심리학적으로 보통 몇 초 이상 눈을 쳐다보면 부담을 느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 점을 박선우 연기하는데 활용했어요. 또 눈빛 연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칭찬해 주셨는데 모자 쓰고 마스크 쓰고 눈빛 외에는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테크니컬적인 부분이 필요해 연습 했어요. 배우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저는 연기할 때 보이는 감정이 중요해 어떤 표정을 짓는지에 신경을 안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별히 얼굴의 움직임 관찰을 많이 했어요."
'베테랑2'에서는 과감하고 날카로운 정해인의 액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전작보다 강도와 기술이 한층 화려해진 액션신들이 다수 등장하며, 정해인은 이러한 장면에서 대부분 대역 없이 직접 몸을 던져 연기를 소화했다.
"액션은 안전하게 찍었어요. 긴장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기 때문에 큰 사고 없이 넘어갈 수 있었어요. 액션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중요하더라고요. 한 두 테이크 찍는 게 아니라 앵글마다 몇십 테이크를 가야 하니까 체력이 금방 방전되더라고요. 그래서 달리기와 심폐소생술로 체력을 올려놨어요. '베테랑2' 찍을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건강했을 시기일 거예요. 하하. 액션도 가능하면 제가 직접 하고 싶었어요. 대역분도 있었지만 겁이 없는 편이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몸을 던졌죠. 경험상 몸을 사리면 더 위험하더라고요. 또 안전장치나 매트들이 설치돼 있기도 했고, 촬영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변수는 날씨였어요. 남산 액션신 찍을 때 한파였거든요. 찍다가 눈이 와서 촬영을 중단하고 취소한 적도 있어요."
충무로를 대표하고 '베테랑'의 핵심인 황정민과의 호흡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배우로서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고 현장에 어떤 존재로 서 있어야 하는지 더 선명하게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제가 어디 가서 열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황정민 선배님을 보면서 스스로 아직 멀었구나를 느낀 순간들이 많았어요. 선배님은 본인이 카메라에 나오지 않아도 함께 대사를 쳐주거나 그러셨어요. 본인 연기하실 때보다 더 에너지를 내면서 카메라 뒤에서 연기하시는데 한참 후배인 저로서는 정말 감사했죠."
정해인은 '베테랑2'에 대한 도전 자체로 용기 있는 시도였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익숙했던 로맨스 장르를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와 장르에 뛰어든 것이 틀린 판단이 아니었음을 관객들의 사랑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연기를 새로운 도전과 함께 이뤄나가고 싶은 정해인이다.
"저는 관객들의 평으로 질타, 위로, 힘을 받아요. 저는 대중예술하는 사람이니까 대중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중요하거든요. 많은 분들께서 제가 로코나 멜로 하는 걸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누아르 같은 걸 안 해봐서 한 번 도전하고 싶거든요. 하고 싶은 연기와 원하는 연기의 교집합을 잘 찾아가려고 해요. 이 부분이 저와 회사가 머리를 맞대고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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