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맞아도 살고, 뒤풀이로 숨지고’…한달새 조선대에서 엇갈린 운명

장선욱 2024. 9. 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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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서 벼락 맞은 교사 28일 만에 기적적 생환.
농활 다녀온 여대생, 술자리 뒤풀이 8일 만에 숨져.

‘벼락 맞고도 살아난 교사, 농활 뒤풀이 끝에 숨진 여대생...’

광주 도심 조선대 캠퍼스에서 20대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렸다. 한 달 사이 생사의 희비가 교차한 얄궂은 젊은이들의 사연이 가슴을 후비고 있다.

20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7시 30분쯤 조선대 체육대학 공원 벤치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 A(20)양이 지난 12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호흡이 멈춘 ’심정지’ 응급상황에 처한 A양은 당시 청소를 하기 위해 캠퍼스를 둘러보던 환경미화원의 신고로 병원에 급히 옮겨지는 과정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바로 코앞에 조선대병원 응급실이 있었지만, 그곳으로 향할 수가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A양을 구급차량에 싣고 100~200m 거리의 응급실로 데려가려 했으나 다른 응급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에게 여력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

다행히 1㎞ 거리의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A양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119구급대가 신고 접수 9분 만에 현장에 신속히 도착했고 전남대병원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으나 A양은 짧은 생을 마감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학 생활의 낭만을 1학기밖에 누리지 못한 A양은 사고 전날 대학 동아리 농촌봉사홛동에 참여했다가 뒤풀이로 새벽까지 3~4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다른 학생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과도한 음주 후유증으로 심정지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들은 논의 끝에 미처 꽃피지 못한 A양의 고귀한 생명이 다른 이의 삶을 연장하는 ‘고귀한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반면 꼬박 한 달 전인 지난달 5일 조선대 교정에서 벼락을 맞고 40분 넘게 호흡을 하지 못하는 ‘심정지’가 왔던 20대 교사는 28일 만에 건강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천우신조(天佑神助)’의 행운을 누렸다.

지난달 5일 정오쯤 조선대 사회대학 주변 나무 옆을 지나다가 벼락을 맞아 심장이 멈췄던 김관행(29) 교사가 전남대 응급의료센터에서 밤낮없는 3일간의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기) 집중 치료 끝에 고비를 넘기고 생환한 것이다.

조선대 사범대 교육대학원에서 직무 관련 연수를 받던 김교사는 점심을 먹기 위해 나무 옆을 걸어가다가 번개와 함께 내리친 벼락에 감전돼 정신을 잃었다.

출동한 119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당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에도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산소공급이 끊긴 혈액 응고와 다발성 장기부전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김교사를 괴롭혔다.

하지만 몸에서 혈액을 빼낸 뒤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더해 체내에 되돌리는 에크모 치료 덕분에 심폐 기증이 정지된 심장이 다시 어렵사리 뛰게되면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심장이 40분간이나 멈췄던 탓에 여러 장기가 훼손되고 뇌까지 손상될지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최후의 수단이 된 의료진의 ‘신의 한 수’ 덕분에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3년 차 국어과목 교사로 고1 담임을 맡은 김교사는 의료진 결정에 따라 퇴원은 했지만 아직은 근력감소와 섭식장애 등으로 아직은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다.

교단에도 당분간 서기는 힘들지만 체력 보강을 거쳐 3~4개월 후면 제자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 도심에는 사고 당일 불안정한 대기 상태가 이어지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는 등 호우특보가 발효됐고 40~50번의 벼락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갈 만큼 낮다. 인터넷 검색에는 28만분의 1에서 428만 9651분의 1까지 천문학적 숫자가 여럿 등장한다. 비교적 편차가 큰 편이다.

6개 번호가 모두 일치하는 로또 당첨 확률은 수학적으로 814만 5060분의 1.

벼락을 맞았다가 ‘로또’나 다름없는 제2의 삶을 누리게 된 김 교사는 어떤 의미에서 벼락과 로또를 동시에 맞은 셈이다.

의식이 깨어난 지 10여 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뗀 데 이어 원기를 충전한 뒤 생기발랄한 종전의 모습을 되찾아 지난 2일 퇴원한 김교사는 ‘벼락 맞고 살아난 소감’을 선행으로 대신했다.

현재 서석교에 재직 중인 김교사는 “멈췄던 내 심장이 다시 뛴 것은 훌륭한 의료진 덕분”이라며 전남대 응급의학과에 발전기금 1000만 원을 기탁하고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준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를 ‘두 번째 아버지’ 삼기로 했다.

김교사는 “의정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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