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대신 민심’ 日 이시바, 비자금 의원 최소 10명 쳐낸다
민심 이반 심각 수준
과거 최대 계파 ‘아베파’ 반발 거세
여론과 당내 압박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내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을 대상으로 칼을 뽑았다. 일각에선 10명 이상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당내 화합을 중시해 공천에 이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으나 여론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다만 과거 당내 최대 계파이자 스캔들 연루 의원이 가장 많았던 아베파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해 중의원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TBS방송은 7일 자민당 관계자를 인용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중 최소 10명 이상이 공천을 받지 못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앞서 자민당은 전날 비자금 스캔들로 징계를 받은 의원 중 4번째인 ‘비공천’ 방침보다 무거운 처분을 받은 자는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더라도 정치윤리심사위원회 불출석 등 책임을 다하지 않았거나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은 의원들도 공천하지 않을 방침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등 최소 6명은 비공천이 확실시된다.
기존 징계 경중에 상관없이 정치자금 수지보고서를 부실 기재한 의원들은 비례대표 명단에 중복 입후보를 못 한다. 일본은 지역구 의원이 비례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중복해 올릴 수 있다. 적은 표차로 낙선한 지역구 의원 중 이를 통해 구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당 의원은 4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애초 당 지도부는 이달 27일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결속을 다지기 위해 원칙적으로 경쟁력이 있으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도 공천할 계획이었다.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도 “일시적인 감정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이 공개된 이후 여론의 역풍이 거셌다. JNN방송이 5~6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선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혹 공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75% 달했다.
당내에서도 “비리 의원 지키려다 다 낙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최근 극비리에 진행한 중의원 선거 정세조사 결과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은 “국민들의 감정을 생각했을 때 자민당의 대응이 어떻게 비춰지겠냐”며 스캔들 연루 의원들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다.
결국 이시바 총리는 “때로는 냉정한 결단도 필요하다”며 고이즈미의 손을 들어줬다. 이시바 총리의 측근은 마이니치신문에 “모두가 만족할 방안은 없다. 고뇌 끝에 내린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은 무소속 출마자들에 대한 자객 공천은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원 없이 살아 돌아오면 책임을 진 것으로 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비자금 스캔들의 진원지이자 과거 당내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에선 “사형선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정적이었던 이시바 총리의 보복이라는 시각도 강하다. 최대 100여명에 달했던 아베파 중 생환 가능한 사람은 20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일각에선 당 분열 가능성도 나온다. 한 아베파 의원은 “자민당의 단결은 이제 없다. (이시바는) 동료를 팔아먹는 리더”라고 맹비난했다. 다른 의원은 “선거 결과가 나쁘면 이시바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전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을 지지했던 아소 다로 당 최고고문도 이시바 정권의 단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소속 출마자들의 지역구에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우정 민영화를 목표로 조기 해산을 했을 당시 자민당은 민영화 반대파 의원 지역구에 새 얼굴을 중심으로 자객 공천을 단행했다. 이들은 신선함을 바탕으로 민영화 반대 탈당파 의원과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선전했고 자민당은 300석 가까운 의석을 얻으며 압승했다.
하지만 공천을 하지 않을 때에는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과 야당의 일대일 구도가 되기 때문에 지역구를 사수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지역구에 대한 단일화에 나선 상황이다. 산케이신문은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의원이 대거 낙선하면 총리 스스로 책임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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