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밀어내고 '마라·할랄'…유학생이 바꾼 대학가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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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앞 회기역 일대에서 만난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씨(21)는 학생식당 식단표를 훑더니 익숙한 듯 발길을 돌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유학생 유치는 대학의 생존 전략이자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며 "이제 대학가는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전 세계의 생활 양식이 공존하고 교류하는 가장 트렌디한 글로벌 소비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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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 대학가 상권의 새로운 버팀목"
할랄 학식부터 'SNS 성지'도…다문화 특수
"제육볶음은 '매워서(Hot)' 무서워요. 우린 그냥 학교 앞 쌀국수집으로 가려고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앞 회기역 일대에서 만난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씨(21)는 학생식당 식단표를 훑더니 익숙한 듯 발길을 돌렸다. 한국 특유의 화끈한 매운맛에 지쳐 고향의 맛을 찾아 나선 것이다. 과거 대학생들이 '제부(제육볶음과 부대찌개)'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골목은 이제 알싸한 마라 향과 진한 피시소스 내음이 섞이며 색다른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대학가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캠퍼스 상권 지도가 바뀌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5만3400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20만9000명에서 1년 새 21.3%나 급증한 수치다. 정부가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 가동에 속도를 내면서 대학가는 이제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이 어우러진 '미니 지구촌' 경제권으로 진화하고 있다.

상권의 풍경은 이 수치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골목마다 한자로 된 간판과 동남아 현지 언어들이 생동감 있게 교차한다. 중국 식료품점 안은 고향의 향신료와 라면을 고르는 유학생들로 북적였다. 중국인 유학생 왕모씨(23)는 "학교 근처에 마라탕 가게가 많아져서 고향 집에 온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낀다"며 "때때로 한국 음식도 즐기지만, 가끔 고향의 맛을 느끼면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유학 생활의 가장 큰 에너지"라며 웃어 보였다.
최근 대학가 상권의 핵심 키워드는 '취향의 장기 집권'이다. 일반적인 번화가에선 마라탕이나 쌀국수 열풍이 소강상태에 들어섰지만, 대학가는 이야기가 다르다. 한양대 인근 사근동과 마장동 일대에는 외국인 대상 식당들이 꾸준히 세를 불리며 상권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 학생에겐 '이색적인 별미'지만, 유학생에겐 '매일 먹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한양대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한국 학생들은 유행 따라 메뉴를 바꾸지만, 유학생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골"이라며 "덕분에 상권이 죽지 않고 늘 활력이 넘친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글로벌 낭만'은 신촌과 홍대입구역 등 서울 주요 거점 상권으로도 확장 중이다. 홍대 인근 한 블록에는 마라탕 전문점 5곳 이상이 밀집해 새로운 '마라탕 골목'을 만들었고, 인근 닭갈비 가게는 치즈를 듬뿍 넣은 비주얼로 유학생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성지가 됐다. 방문객 절반이 외국인인 이들 식당의 메뉴판에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나란히 적혀 글로벌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대학 당국도 유학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서울대, 한양대, 세종대, 경희대 등은 이미 학식 메뉴에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음식)' 표시를 도입했다. 종교나 입맛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캠퍼스 식탁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유학생 유치는 대학의 생존 전략이자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며 "이제 대학가는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전 세계의 생활 양식이 공존하고 교류하는 가장 트렌디한 글로벌 소비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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