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가 저기 있네' 정도로 여겼던 곳의 진짜 역사
[김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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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변숲 도서관 2025년 8월 23일 '길 위의 인문학' |
| ⓒ 김명희 |
그런 까닭에 서변동과 동변동으로 이루어진 무태에는 올해 2월까지 공립 도서관이 없었다. 주민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던 중 최근 몇 년 동안 신흥 대단지 아파트가 연이어 들어섰고, 북구청은 지난 3월 27일 서변로3길 54에 '서변숲 도서관'을 개관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했다.
'길 위의 인문학' 공모에 뽑혀 첫 강좌 개시
서변숲 도서관은 새내기 도서관이면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25 길 위의 인문학' 공모에 선정되었다. 주제는 '대구의 물길, 성곽길 따라 대구 깊이 알기'로, 8월 23일부터 11월 15일까지 강연 8회, 탐방 2회, 후속모임 1회로 총 11회 운영된다.
강의는 '대구 독립운동유적 120곳 답사 여행'(2019년 대구 '올해의 책' 선정)의 저자 정만진 소설가와 '한 손에 들어오는 대구 역사'(대구시사)의 공동저자 김규원 경북대 명예교수가 맡는다. 주요 강연 내용은 △태고부터 독립운동기 △구석기시대부터 임란 △신석기시대부터 왕건 △청동기시대부터 조선 △국채보상운동의 대구 △현대문학 태동기의 대구 △역동의 현대를 말해주는 대구를 주제로 전통사회의 강(江)과 성(城)을 따라 생겨난 길마다 깃든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다.
11월 15일까지 총 11회 강연과 답사 실시
8월 23일 첫 강의에 참가했다. '대덕산성에서 약전골목까지, 대구천을 따라 살펴보는 대구 역사'가 소주제였다. 정만진 소설가는 "전통사회 시기에는 기술력 부족으로 다리를 건설하지 못했다. 대구 금호강에 다리가 처음 놓인 것도 조선 말기인 철종 재위 때였다. 사람들은 물을 만나면 건널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 결과 물길을 따라 사람의 길이 새겨났다"라고 강의를 시작했다.
"앞산에서 흘러내린 천변을 걸으면 대구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대구천 물길을 따라가면서 대덕산성, 안일사, 캠프 헨리, 이천동 고인돌, 건들바위, 약전골목에 서린 역사를 공부할까 합니다. 시기순으로 보면 7천만 년 전 빙하기 말기의 건들바위부터 시작해서 청동기시대의 이천동 고인돌을 거쳐 독립운동시기 안일사와 캠프 헨리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안일사에서 1915년 2월 28일 조선국권회복단이 결성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군부대인 캠프 헨리가 우리니라 독립운동시기와 연관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1919년 3월 8일 대구 부민들이 서문시장에서 출발해 달성군청(현 대구백화점)까지 독립만세 시위 행진을 했는데, 지금의 캠프 헨리 자리에 주둔해 있던 일본군 80연대가 기관총 등을 들고 출동해 무자비하게 진압했다"고 한다.
그 결과 김용해 지사가 최초로 순국했고, 그의 아버지 김태련 장로는 투옥되었다고 한다. 중구 남산교회 외벽에 김태련 부자를 비롯한 독립지사 4인의 부조가 새겨져 있는 것도 1919년 대구독립만세운동을 기리는 현창사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미군부대가 저기 있네'식으로 무덤덤하게 쳐다보며 캠프 헨리 앞을 지나다녔는데, 앞으로는 민족의식을 가지고 '저곳은 일제 군대가 주둔했던 곳이야' 하며 다시 한번 유심히 쳐다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의 3월 8일 만세 시위는 늦은 것이 아니다
강의를 통해 또 한 가지 알게 되었다. 1919년 기미독립만세는 3월 1일에 일어났는데, 대구는 왜 3월 8일이나 되어서 궐기했는지 알지 못했다. 서울 사는 인척이 "대구사람들은 만사에 늦어. 기미년 만세운동 때에도 뒤늦게 참여했다며?'라고 질책 아닌 질책을 할 때에도 제대로 대답을 못했었다. 그런데 캠프 헨리 자리에 일본군 80연대가 주둔했었다는 역사를 배우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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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변숲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강의 중 |
| ⓒ 김명희 |
캠프 헨리 담장 따라 고인돌 모형이 놓여 있는 까닭
대구천이 캠프 헨리 앞뒤로 흐르니 그 일대는 선사인들이 살기에 아주 좋은 땅이었을 것이다. 1927년 우리나라 고인돌 가운데 최초로 발굴된 '이천동 고인돌'이 바로 캠프 헨리 옆에 있었고, 그래서 캠프 헨리 담장을 따라가며 고인돌 모형들이 설치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그 동안은 '미군 부대 담장 아래에 왜 고인돌이 저렇게 많이 있을까?' 하고 궁금하게 여겼는데, 강의를 들으니 의문이 풀렸다.
캠프 헨리에서 시내 중심부로 조금 내려오면 '건들바위'가 있다. 그저 신기한 모양의 바위로만 여겨왔지만, 건들바위는 단순히 기암괴석이 아니라 앞산에서 대구 시내까지가 퇴적암 지대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자연유산이라 한다. 또 기나긴 세월 동안 물이 흐르면서 잔돌과 흙을 없애주어 절벽만 남게 된 하식애(河蝕厓)의 표본이라 한다. '하식애'라는 용어는 처음 듣는다.
은퇴한 뒤 도서관 등의 문화강좌를 찾아다니고, 역사유적 답사에 동행하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 오늘 서변숲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강좌도 그렇지만, 다녀보니 흥미롭고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듣고, 배우고, 부족하지만 글로 적어보는 생활의 재미를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감히 말씀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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