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위기 속 주총, 고개 숙인 임원들

조회 282025. 3. 19.
한종희 부회장은 “스마트폰, TV 가전 등에서 압도적 시장경쟁력을 가지지 못해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미국발 관세 이슈와 대상국 보복 관세 움직임이 글로벌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삼성은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위기 돌파를 위해선 경영진부터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당부한 말이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비견될 정도로 엄중한 분위기였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실적도 지지부진은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기술력’ 부재다. 삼성전자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렸던 반도체 사업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가 도래한 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기술 경쟁력 회복과 ‘5만 전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전략은 있는지 삼성전자 경영진들의 입에 주주,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오전 이른 시간부터 많은 주주들이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했다./ 박설민 기자

◇ 위기 속 주총 현장, 주가 부진에 쏟아지는 질문들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이번 주주총회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이 의장으로 나서 지난해 경영성과 및 향후 사업 전략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주요 안건으로는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4인(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3인(전영현, 노태문, 송재혁)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신제윤,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의장을 맡은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 심화, IT 기술 급변 등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매출 30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며 “2024년 회사의 브랜드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으로 사상 첫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5년 연속 글로벌 5위를 수성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주총장 내 주주들의 반응은 다소 냉랭했다.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오전 11시 기준 5만8,000원 후반대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약 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9만전자’ 돌파를 눈앞에 뒀었던 것과 비교하면 40% 폭락했다.

이에 대해 한종희 부회장은 “스마트폰, TV 가전 등에서 압도적 시장경쟁력을 가지지 못해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미국발 관세 이슈와 대상국 보복 관세 움직임이 글로벌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자사주 10조원어치를 매입하고 2월에는 3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가 회복을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경영진들의 운영 방안 개선안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도 나왔다. 한 주주는 “최근 뉴스를 보니 은행권에서 횡령이 발생하는 등 내부 운영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내부 운영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부 책임자들이 기업 운영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운영 실태는 감사위원회와 이사회 주주총회에 보고되며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부 회계 관리 제도 전담 부서인 내부 회계 관리 그룹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회계 부서와 완전히 분리돼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신뢰성 있는 회계 정보를 공시하고 있고 횡령 등의 부정을 예방하거나 즉시 적발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기술 경쟁력 회복과 ‘5만 전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전략은 있는지 삼성전자 경영진들의 입에 주주,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전자

◇ 불거진 ‘HBM 위기론’… “기술 트렌드 파악 늦은 것 인정”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적이 가장 많았던 부분은 ‘반도체 경쟁력 저하’였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부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주총에 참가한 한 주주는 “AI산업이 급성장하면서 HBM시장에서 SK하이닉스같은 다른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는 울먹이며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를 통과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식을 매입했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며 “이 때문에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임원진들도 HBM 경쟁력 부족에 대해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HBM 경쟁력 부족이 우리 주가 부진에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초기 기술력 확보 대응이 늦은 것은 인정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근 무역 갈등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불확실성 증가하면서 어려움과 예상되는 난관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기술력 강화와 전사적인 노력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예상으로는 올해 2분기, 빠르면 하반기부터 HBM3 12단으로 AI D램 시장을 전환해 고객수요를 맞추겠다”며 “작년 대비 HBM 공급은 상당 수준 올라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이를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여러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적이 가장 많았던 부분은 ‘반도체 경쟁력 저하’였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부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 박설민 기자

중국의 저가형 반도체 시장 진출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의 저가 D램 물량 공세 이후 국내 중국 반도체 수출량은 크게 줄었다. 1일 산업부가 발표한 2월 ICT 수출 동향에 따르면 미국, 아세안 지역 등 주요국 반도체 수출은 63.5%, 22.2%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15.3% 감소했다.

전영현 DS부문장은 “삼성전자는 고부가 시장 중심의 고성능 SSD, HBM 등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면서도 “DDR4와 같은 저가 제품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대해선 삼성전자도 수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제품 성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저전력 반도체 적극 적용해서 차별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단 공정도 적용해 원가 경쟁력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간판’인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 전략에도 주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적극 추진하는 ‘갤럭시 AI’ 기반의 AI스마트폰이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이를 기반으로 주가를 어떻게 부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은 “삼성전자는 모바일 리더십을 선도하고자 가장 개인화된 AI, 사용자 특성에 맞는 AI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보안, 프라이버시 분야도 강화해 갤럭시를 통해 가장 안전한 AI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사위크|수원=박설민 기자>

/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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