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테슬라 합치나… 머스크 ‘4조 달러 제국’ 시나리오
전기차·우주·AI·로봇 아우르는 초대형 기업
머스크, 스페이스X 의결권 82% 이상 보유
사업 시너지 뚜렷하지만 시장 반응이 관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합쳐 4조 달러(약 6100조원) 규모의 거대 기술 복합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아이디어 정도로 거론됐던 두 회사 합병론은 스페이스X 상장과 함께 구체적인 질문으로 부상했다. ‘머스크가 원하면 가능하다’는 게 결론이지만 주주 소송, 독점 논란 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몸집이 더 큰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전망된다. 이날 기준 두 회사 시가총액은 스페이스X가 약 2조5840억 달러, 테슬라가 약 1조4020억 달러다.
두 회사를 합치면 약 4조 달러 규모의 기술 복합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영역은 전기차와 로켓,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인공지능(AI), 자율주행 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배터리, 태양광, 소셜미디어 엑스(X)까지 아우르게 된다. 일종의 ‘일론 주식회사’라고 NYT는 표현했다.

두 회사 CEO인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의사결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주주이면서 테슬라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그가 스페이스X에서 보유한 의결권은 82%가 넘는다. 테슬라도 약 20%를 장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테슬라 주식과 자사 주식을 교환하자고 제안하는 방식을 예상한다. 이 경우 테슬라 주주들은 보유 주식 대신 스페이스X나 합병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게 된다. 이 방법은 머스크에게도 유리하다.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적은 테슬라를 스페이스X가 품는 형태가 되면 머스크는 합병 이후에도 새 회사에 대한 과반 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실제로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반대 소송에서 이기려면 합병으로 주주들이 손실을 봤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텍사스대 로스쿨 제임스 스핀들러 교수는 “머스크가 회사를 계속 잘 운영하고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소송을 제기하기에 꽤 높은 장벽이 된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모두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긴 점도 합병을 막기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델라웨어에서는 소액주주도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텍사스에서 이를 다투려면 회사 지분의 최소 3%를 보유해야 한다. 2018년 머스크의 대규모 성과 보상안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던 테슬라 주주는 보유 주식이 9주에 불과했다.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3% 지분은 420억 달러에 해당한다. 주주들이 반대 소송을 내려면 그만한 자금을 모아야 한다. 스핀들러 교수는 NYT에 “정말 엄청난 규모의 주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꽤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이 기준을 충족할 만한 곳은 뱅가드나 피델리티 같은 대형 투자회사 정도다. 이들은 통상 이런 소송에 나서지 않는다고 NYT는 설명했다.
합병 절차상으로도 머스크의 영향력은 크다. 텍사스에서 합병하려면 주주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머스크는 이미 약 20%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나머지 주주 중에도 머스크를 강하게 지지하는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테슬라 주주들은 최근 머스크가 일정 목표를 달성할 경우 약 1조 달러 규모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보상안도 승인했다.
스페이스X에서 머스크의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다른 투자자는 1주당 1표를 행사하지만 머스크는 특별주식으로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델라웨어대 와인버그 기업지배구조센터의 찰스 엘슨 창립 이사는 “머스크는 기본적으로, 원하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합병이 현실화하면 산업적 파급력은 막대하다. 테슬라의 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 기술과 스페이스X의 로켓·위성·우주 수송 역량이 한 회사 안에 들어간다. 여기에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AI, 로봇,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까지 결합하면 주력 사업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초대형 기술기업이 된다.

이런 결합이 자연스럽다고 보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테슬라가 가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건설 역량이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가 우주로 화물을 보내는 비용을 낮춘 만큼 장기적으로 태양광 기반 궤도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연방 규제 당국이 반독점이나 국가안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모두 AI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과 로봇, 통신, 우주를 망라하게 된다는 사실이 명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서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후보들에게 거액을 기부해 왔다.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여러 대형 거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유럽 당국이 구글, 메타, 애플 사례처럼 반독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도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결합이 특정 시장을 지배한다고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영역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변수는 주가다. 주가가 계속 오르는 강세장에서는 주주들이 합병을 문제 삼을 유인이 약해진다. 반대로 테슬라나 스페이스X의 주가가 흔들리면 합병 조건과 머스크의 지배력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 NYT는 “아마 합병의 가장 큰 장애물은 주가 급락일 것”이라고 해설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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