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시드권자' 최호성 "KPGA에 나 같은 선수 늘었으면"
후배는 경쟁 상대기보다 '좋은 자극' 주는 존재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어요. 골프와 아예 인연이 없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최고령 시드권자’ 최호성에게 ‘롱런’의 비결을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최호성은 23살, 안양 베네스트CC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까지 골프 연습장을 몰랐다. 연습장의 초록색 그물망을 보곤 닭장인 줄 알았을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재미 삼아 쳐본 샷이 인생을 바꿨다. 매번 헛스윙만 하다 제대로 맞은 공이 200m가량 날아가 떨어졌다. 그때 채가 공을 ‘탁’하고 때리는 느낌을 처음 경험했다. 그 쾌감이 자기 전에도 머릿속에 아른거렸다고 했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이후엔 혹독하게 훈련했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6~7시간씩 연습에 매진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1999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입회한 그는 2008년 하나투어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국내 2승,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3승을 쌓았다. 여기에 올해는 최고령 시드권자라는 타이틀까지 추가했다. 올 시즌 KPGA 투어의 유일한 50대인 그는 쟁쟁한 후배들과 함께 필드에 나선다.

10일 아시아경제와 만난 최호성은 "후배들은 경쟁 상대라기보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뛰어난 기술과 우월한 신체적 조건을 지닌 후배를 볼 때마다 경쟁심보단 동료 선수로서 좋은 자극을 받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최연소 2승’을 올린 김주형을 보며 감탄했다. 김주형은 지난해 8월 2000년대 생으론 처음으로 PGA 투어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개월 뒤인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보다 빠른 기록으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는 "외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후배를 보면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후배들이 지닌 장점을 보고 배우며 자신의 한계를 깨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미디어의 관심도 받았다. 2018년, 피니시 동작에서 한쪽 발을 들고 빙글빙글 도는 일명 ‘낚시꾼 스윙’이 화제가 되면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이듬해 2월에 열린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도 초청받았다. 생애 첫 PGA 투어 대회였다.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지만 ‘스윙 폼이 정석적이지 않다’는 혹평도 따라왔다. 그는 "낚시꾼 스윙은 어린 선수들과 비교해 힘과 유연성이 떨어지는 내가 샷에 최대한 힘을 싣기 위해 개발한 자세"라면서 "모두 생김새가 다르듯 스윙 자세 역시 다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최호성은 올해 시니어 투어도 병행한다. 정규 투어에 초점을 맞추되 여력이 될 때마다 시니어 투어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정규 투어에선 최고령자이지만 시니어 투어에선 ‘루키’다. 그는 "시니어 투어에 가면 나도 신예에 불과하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시간이 갈수록 느낀다. 정규 투어에도 나 같은 50대 선수가 훨씬 많아졌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피력했다.

최근엔 새로운 취미도 시작했다. 붓을 종이에서 한 번도 떼지 않고 그리는 ‘일필 화법’에 재미를 붙였다. 첫 작품으로 낚시꾼 스윙을 하는 본인의 모습을 그렸다. 최호성은 "그림은 골프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다. 아이들과 TV 드라마 속 대사를 따라 하거나 가수 성대모사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시즌 기간 내내 이를 돌려 보며 힘을 얻는다.
우연히 접한 골프는 이제 인생의 전부가 됐다. 그는 "골프는 가족을 지키는 생계 수단이자 인생의 전부"라면서 "오랜 시간을 쳤지만, 골프는 여전히 어렵다. 한 타, 한 타에 가족들이 달렸다고 생각하며 신중하게 친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처럼만 기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최호성은 "매년 힘과 기술력이 뛰어난 어린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골프계에서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다"며 "결국 답은 꾸준한 자기 관리밖에 없는 것 같다. 매일 운동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먹으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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