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순방 마친 '1호 영업사원' 尹…원전·첨단산업 협력 성과(종합)
체코와 '원전동맹'…유럽시장 진출 교두보
바이오·교통인프라·미래차 등 전방위 협력
북핵, 북러 협력 등 외교안보 이슈도 밀착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오전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2박4일 순방 기간 중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최종계약에 대해 지지를 확인했다. 또 원자력, 교역·투자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체코 관계를 대폭 강화하면서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홍균 외교부 1차관 등이 공항에 나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는 윤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한국 정상으로는 9년 만에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 대통령은 지난 2박4일 동안 정·재계 인사를 두루 만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1호 영업사원'…두코바니 원전 최종계약 굳혔다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최종계약 체결에 대한 체코 정부의 지지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체코도 한국의 두코바니 원전 사업 참여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한수원의 사업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페트르 피알라 총리 역시 20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 함께 플젠시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을 찾아 "(한수원과 최종계약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한수원이 잘 마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미국계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최근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며 '팀코리아' 원전 수주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양국은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파벨 대통령의 경우 "나쁜 시나리오도 물론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체코 현지 브리핑에서 "체코 총리나 대통령, 내각 책임자들과 긴 시간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이란 파트너 외에 두코바니를 짓는 데 있어 다른 대안은 지금 머릿속에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내년 최종계약을 기정사실로 했다.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탈원전 정책으로 몰락 직전까지 갔던 국내 원전 산업이 크게 부흥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전동맹'…체코 넘어 유럽 시장까지 진출
특히 윤 대통령은 체코를 교두보 삼아 유럽 원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구상도 구체화했다. 우선 양국 정부는 원전 건설부터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원전 생태계 전 분야에서 협력하고, 민간의 협력도 서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협력을 계기로 한국과 체코는 세계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미래 주역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1000조 원전 시장 진출 의지를 밝혔다.
이번 두코바니 원전 수주로 향후 체코가 발주할 예정인 테믈린 원전 건설 사업 추가 수주는 물론, 제3국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벨 대통령도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현재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이 원전 개발 계획이 있다"며 "체코에서 협력이 성공한다면 제3국 시장 진출을 같이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공동 연구개발…10년간 3700만달러 투입
윤 대통령은 원전 외 분야에서도 체코와의 협력을 대폭 강화했다. 체코는 자동차 등 제조업 비중이 크고 바이오, 화학·소재, 물리학, 광학 등에서 우수한 연구 역량을 보유한 유럽 내 대표적인 제조업·과학기술 강국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을 계기로 이들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대폭 확대하고,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내실화해 적극적인 협력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핵연료 기술, 합성신약, 인공지능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향후 10년간 3700만달러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회담에서 정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전방위적인 과학기술 분야가 언급됐다"며 "바이오 분야에서 뇌 질환 관련 연구, 인공지능 디지털 분야에서 의료 AI, 우주항공 분야에서 민간우주단체 간의 협력, 원자력 분야에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은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TIPF), 공급망·에너지 대화(SCED), 블타바 첨단산업 협력 비전 MOU 등 총 56건의 MOU 및 문건에 서명했다. 이번 TIPF는 한국 정부가 체결한 25번째 TIPF로, 유럽 국가 중에서는 5번째다. 윤 대통령은 "TIPF를 체결해 산업 전반의 포괄적인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양국의 SCED를 통해 주요 협력 사업을 논의하고 배터리, 미래차, 수소 등 첨단 산업 분야별 협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4대 그룹 총수 동원…한-체코 기업 진출 늘린다
이번 순방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동행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전원 대통령 순방에 함께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많은 산업 분야에서 MOU가 체결된 만큼 앞으로 국내 기업의 체코, 유럽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피알라 총리와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내년 한-체코 수교 35주년 및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원자력, 교역·투자, 관광, 문화 등 분야에서 협력 강화 의지를 표명하고, ‘한-체코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2025~2027년 행동계획’ 채택을 환영했다.
또 양국은 고속철도 협력 MOU를 체결해 교통 인프라 부문으로 양국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체코는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물류의 허브로, 인접국인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를 연결하는 총연장 970km의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번 MOU를 통해 앞으로 현대로템 등 국내 기업들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또 양국은 인천-프라하 간 주 4회 항공기 운항을 주 7회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크라 재건 협력…北위협 공동대응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체코와 협력을 다졌다. 윤 대통령과 파벨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양국 외교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등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철도, 도로, 발전소, 병원 등 인프라 재건에 필요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과 우크라이나 진출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체코 기업이 협력하는 방식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도 확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파벨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을 '불법 협력'이자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대한 공동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체코가 연대해 국제무대에서 이러한 위협에 굳건하게 맞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뜻을 모았다.
尹 국내 업무 복귀…24일 韓대표와 만찬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국내 현안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24일에는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한다. 당초 지난달 30일 만찬이 예정돼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추석 민심을 듣는 게 먼저"라며 일정을 미뤘다. 만찬에선 의대 증원 문제,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민감한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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