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텃밭' 국민의힘 VS '원팀' 민주·조국…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현장 가보니
"부산은 그래도 국민의힘 아이겠나. 도와줘야지."(부곡동 부곡시장 상인)
"대통령 부부 하는 거 보소. 까볼 때까지 모린다."(구서동 편의점 사장)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11일 오전 시작됐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0일 금정구에서는 치열한 막판 선거전이 벌어졌다. 오전에는 국민의힘이, 오후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상대측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구민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한쪽은 '지금껏 일해 온 국민의힘을 밀어주자'고 했다. 금정구는 역대 9번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8번 이긴 '보수 텃밭'이다. 다른 한쪽은 윤석열 대통령 내외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언급하며 '선거전이 팽팽하다'고 봤다. 원래였다면 국민의힘이 유리했겠지만, 지금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금정구 부곡동 부곡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행인들은 대부분 선거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보통 재·보궐 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선거운동원과 유세 차량이 오갔고, 금정구 남쪽에 위치한 연제구에서 지원 사격을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연제구의원들이 상인에게 인사하자 상인들은 보통 반갑게 악수했다. 시장 안 교회에서 나온 이연화 씨(61·여)는 "국민의힘이 안 되겠나(되지 않겠냐)"며 "어르신들은 보수 쪽이 많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 씨(50대·여)는 반대로 조급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아니, 지금 국민의힘이 안 돼요"라며 "지금 저쪽 조국(조국혁신당) 하고 합쳤잖아. 그래서 지금 밀리는데 큰일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조국이가 와이리(왜 이렇게) 인기가 많노"하고 혼자 읊조렸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단일화한 것을 두고 '세가 커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부산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실제로 부산에서 인지도가 높다. 부산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해오곤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서로 자당 후보로 단일화하기 위해 갈등과 협상을 반복했다. 지난 6일, 막판에야 김경지 민주당 후보가 두 당 단일 후보로 나서기로 합의했다. 류제성 조국혁신당 후보는 사퇴 후 김 후보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김 후보 측은 9일에도 두 후보가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류 후보는 통화에서 "절차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어쨌든 공동 후보이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후보 측에서 요청하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팀'을 이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금정구 인구구조가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 있다. 금정구 구민 21만여명 중 60세 이상이 7만 6000여명으로, 약 36%를 차지한다. 전국 평균이 약 28%인 것에 비하면 노년층 비율이 높다. 공휴일이 아닌 보궐선거일에는 주로 노년층 참여가 많은 편이다. 금정구청 앞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완식(70·남) 씨는 "여기서 민주당은 일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며 "국민의힘에서 국민을 위해서 도로도 놔주고 이미 다 해왔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실발(發) 리스크를 안고 있다. 택시 기사 정모 씨(50대·남)는 "부산 시민은 국민의힘을 많이 밀어줬는데,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며 "높으신 분들이 너무 잘하셨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비꼬았다. 자신을 '금정구 토박이'라고 밝힌 유일봉 씨(63·남)는 "이번에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이슈가 있어서 윤일현 후보가 밀리니까 치열하게 됐다"며 "우리 집만 하더라도 젊은 사위하고 딸은 민주당 쪽이더라"라고 했다.
유 씨는 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초등학교부터 금정구에서 시작했다"며 "시 의원 할 때부터 사람이 성실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인식하듯 각 후보는 서로 다른 선거전을 펼치고 있었다. 김 후보는 '정권 심판'을 강조하는 한편 윤 후보는 '통학로 조성', '순환버스 지원' 등 지역 현안을 부각하고 있다. 김 후보는 친(親)민주당 성향 유튜브에 출연하는 등 선거 운동 단위도 넓히고 있다. 김 후보 선거 사무소에는 민주당 부산시당, 기초의원, 지역위원회 등 단위에서 온 인원 열댓 명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김 후보 측은 "구청장은 그냥 지역 일꾼은 아니다"라며 "중앙당에서도 챙기고 있기 때문에 '침례병원 공공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 측은 정부 실정이 구청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자 다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누가 금정구를 위해서 일할지 뽑아야 하는데, 저쪽(민주당)에서는 자꾸 인물을 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 선거공보물에는 표지부터 '금정구를 정치판으로 만들지 말아주길'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해 교육·보육 시설을 개선하고 청년 유입을 늘리는 계획을 짰다고 밝혔다. 윤 후보 선거 사무소에는 상주 인력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캠프는 사무소에 많은 인력을 두기보다 4명씩 조를 짜 '현장 파견'을 보낸다고 전했다.
부산=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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