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역사상 최초! 세게 메이저 준우승한 여성 기사 최정 9단이 맞서온 편견

라효진 입력 2022. 11.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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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편견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가진 편견도 넘어야 했다.

여성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지금, 여전히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활동하기 힘든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입니다.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경기는 성별을 분리해 열리죠. 그러나 몸이 아니고 머리를 쓰는 스포츠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e-스포츠나 바둑 등에서는 여성 선수와 남성 선수가 함께 기량을 겨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도 여성이 1등을 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선수 풀의 절대적인 부족은 그 결정적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최정 9단이 여성 기사 최초로 메이저 바둑 세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바둑도 남녀 대회가 따로 열리기는 하지만, 그가 2등을 한 대회에서는 남자와 대국을 벌였습니다. 바둑은 최소 3000년의 역사를 지닌 스포츠입니다. 최정 9단은 이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8일 열린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에서 대국한 건 한국 남자 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여자 랭킹 1위 최정 9단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최정 9단의 활약은 16강에서부터 서서히 알려졌는데요. 현 일본 최고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치리키 료 9단을 16강에서 꺾고, 8강에선 중국의 양딩신 9단, 4강에선 변상일 9단을 물리쳤습니다. 이 중 한국 랭킹 2위인 변상일 9단은 최정 9단과의 경기 도중 자책하듯 울음을 터뜨리고 자신의 얼굴을 마구 때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를 부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미 LG배, 춘란배 등의 세계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고 온 신진서 9단의 벽은 높았습니다. 우승 후 신진서 9단은 경향신문에 "최정 사범의 경험과 기세가 무섭게 다가왔다. 괜히 초일류 기사들을 꺾은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진다 해도 개인적으로 큰일이 나거나 그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상대를 평가했죠.

바둑 세계 대회 시작 이래 볼 수 없었던 성 대결을 성사시킨 최정 9단은 중앙일보에 여성 바둑 기사로서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가 남자보다 왜 바둑을 못 둘까'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이유를 계속 찾았는데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이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면서도 "그 이유를 계속 찾을수록 무의식적으로 사회적 편견을 갖게 되고, 내가 원하는 곳에 닿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진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찾기보다 내가 원하는 목표에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말했어요.

최정 9단은 변상일 9단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던 순간, 참았던 눈물을 보이며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내 한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사회적 한계를 넘어, 목표인 세계 대회 우승으로 향하는 그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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