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부터 하이브리드·디젤까지...2026 신차 대전 [스페셜리포트]
국내 전기차 시장은 일시적 성장 둔화(캐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22만177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50% 증가한 수치다.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2023년 1% 줄어든 데 이어, 2024년 10% 급감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3년 만에 역성장 흐름을 끊고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전기차 침투율은 13.1%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하이브리드차 역시 성장세를 잇는다. 2024년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역시 성장 흐름이 이어지며 신차 시장에서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는 중이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맞물리며 소비자 선택이 하이브리드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성장세와 전기차 반등에 힘입어 완성차 업계는 올해 라인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모델을 선보여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동화·하이브리드·내연기관이 공존하는 과도기형 풀라인업 경쟁이 2026년 신차 시장의 핵심 구도로 떠오른다.

17인치 디스플레이 탑재
현대차는 원조 가성비 모델의 완전변경이 눈에 띈다. 아반떼와 투싼이 대표적이다. 두 차종 모두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넘은 현대차 베스트셀링카로 꼽힌다.
국내 대표 준중형 세단 아반떼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올 상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7세대를 공개한 이후 약 6년 만에 완전변경에 나선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은 올 하반기 5세대 완전변경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신형 투싼이 일반 가솔린 모델 대신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모델을 기본 파워트레인으로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8세대 아반떼와 5세대 투싼은 현대차그룹의 최신형 인포테인먼트 사양인 ‘플레오스 커넥트’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16 대 9 비율의 17인치 와이드 센터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구글의 차량용 운용체계(OS)인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 기반 개방형 앱 생태계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인 ‘글레오 AI’를 통한 고도화된 음성 제어 기능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용자경험(UX)을 선보일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성능 강화를 택했다. 브랜드 최초 고성능 모델 GV60 마그마를 지난 1월 13일 국내에 선보였다.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모델이다. GV60 마그마는 디자인, 주행 성능, 세팅 전반에서 기존 모델과 차이가 크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이백)이 10.9초에 불과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264㎞에 달한다.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 중 가장 우수한 동력 성능을 갖췄다. 합산 최고 출력 609마력, 최대 토크 740Nm의 전·후륜 모터가 탑재됐다. 부스트 모드 사용 시 약 15초간 최고 출력 650마력, 최대 토크 790Nm 성능을 발휘한다.
기아는 소형 SUV 2세대 셀토스 완전변경이 핵심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1분기 중 공개될 예정인 신형 셀토스는 1.6 하이브리드와 1.6 터보 가솔린 등 총 2개 파워트레인으로 운영된다.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추가한 기아는 전 SUV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게 됐다. 신형 셀토스 1.6 터보 가솔린 모델은 최고 출력 193마력, 최대 토크 27㎏f·m의 주행 성능을 갖췄다. 차량 자체는 1세대 셀토스 대비 높고 길어졌다. 새로운 K3 플랫폼이 적용돼 기존 셀토스 대비 전장 40㎜, 휠베이스 60㎜가 길어졌다. 2열 레그룸은 전작 대비 25㎜ 늘어났다.
오는 3월에는 또 다른 소형 SUV ‘더 뉴 니로’ 출시를 앞뒀다. 2022년 1월 공개된 니로를 기반으로 한 이 차량은 4년 만에 디자인과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이다. 기아는 지난 1월 20일 더 뉴 니로 디자인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중견 3사, 확실한 콘셉트로 승부
KGM·르노코리아·한국GM
중견 완성차 3사는 선택과 집중이 뚜렷하다. 브랜드 정체성 회복과 틈새시장 확보가 핵심이다.
KGM은 대표 모델 무쏘를 전면에 내세운다. 지난 1월 5일 공개된 신형 무쏘는 지난 2018년 선보인 ‘무쏘 스포츠&칸’ 후속 모델이다. 전면 디자인부터 차체 설계까지 오프로드와 적재 성능을 강조했다. 데크 길이와 서스펜션 구성에 따라 스탠다드·롱 데크를 나눠 실사용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0 터보 엔진과 디젤 2.2 LET 엔진으로 구성했다. 디젤 2.2 LET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최고 출력 202마력, 최대 토크 45㎏·m를 발휘한다. 가솔린 2.0 터보 엔진은 8단 자동 변속기와 함께 최고 출력 217마력, 최대 토크 38.7㎏·m의 주행 성능을 뽐낸다. 스탠다드 데크 적재 중량은 다이내믹 5링크 서스펜션 적용으로 최대 400㎏이다. 롱 데크는 파워 리프 서스펜션 적용 시 최대 700㎏, 다이내믹 5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하면 최대 500㎏까지 적재 가능하다.
눈에 띄는 건 전기 픽업 무쏘 EV와 병행이다. 전동화 흐름에 대응하는 동시에 내연기관 픽업 수요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레저용 픽업뿐 아니라 업무용 수요까지 포괄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파워트레인 선택 역시 눈길을 끈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하이브리드 E-Tech 파워트레인은 100㎾ 구동 모터와 60㎾의 시동 모터가 가솔린 1.5ℓ 터보 직분사 엔진과 만나 250마력의 시스템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엔진 최대 토크는 25.5㎏.m로 더욱 강력해졌다. 필랑트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5.1㎞/ℓ다. 1.64㎾h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도심 구간 운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주행 가능하다.

GM은 2026년 초 허머 EV를 포함해 GMC 브랜드 3개 차종을 국내에 투입할 계획이다.
SUV·전동화 승부 건 수입차
BMW·벤츠·아우디 정면승부
2026년 한국 수입차 시장의 격전지는 전동화와 SUV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3사뿐 아니라 지프, 랜드로버, 소니-혼다, 볼보 등 여러 브랜드가 고성능·고급형 전기 SUV를 잇달아 선보인다.

뉴 iX3에는 6세대 BMW eDrive 기술이 적용된다. 고효율 전기 모터와 원통형 셀 기반의 고전압 배터리를 통해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를 끌어올린다. BMW는 2027년까지 노이어 클라쎄 플랫폼을 40종의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에 순차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올해 ‘콤팩트 SUV’를 출시한다. 댐퍼 시스템, 효율적인 파워트레인, 향상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적용했다. 특히 마이크로 LED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이번 세대를 대표하는 핵심 요소다.
미국 브랜드 지프는 오프로드 정통 SUV의 전동화 실험작 ‘지프 리콘’을 출시할 전망이다. ‘전기 랭글러’를 표방한 이 모델은 33인치 타이어와 락킹 디퍼렌셜 등 정통 오프로더 DNA를 계승하는 동시에 전기차 특유의 탈착식 도어와 무소음 주행을 제공한다. 주행거리는 370㎞에 불과하지만, 전기 오프로더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EV’를 통해 초고급 전기 SUV 시장에 도전한다. 800V 아키텍처, 약 480㎞ 주행거리, 10.4인치 지상고를 갖췄다. 이 모델은 쿼드 모터 대신 듀얼모터를 사용하지만, 각 액셀에 100% 토크 배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올해 공개될 예정인 SUV·전동화 신차가 여럿이다. 볼보코리아는 올해 전기차 신모델인 ‘EX90’과 ‘ES90’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EX90은 전기 플래그십 SUV로, 넉넉한 실내 공간과 가족 중심 설계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안전 철학과 코어 컴퓨팅 아키텍처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ES90은 전기 플래그십 세단으로, SDV 개념을 적용해 코어 컴퓨팅 구조를 갖췄으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도 지원한다.
더 거세지는 중국 공세
BYD·지커·샤오펑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한국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BYD에 이어 지커·샤오펑 등 후발 주자가 잇달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전기차 주력 모델을 투입할 채비를 마쳤다. 미국과 유럽의 고율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 완성차 업체가 한국을 전기차 수출의 전략 거점으로 삼으며 국내 시장이 전례 없는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KAMA가 내놓은 ‘국내 전기차 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는 전년 대비 112% 증가한 7만4728대가 판매됐다.
신호탄은 BYD가 쐈다. 지난해 ‘아토3’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한 BYD는 중형 세단 ‘씰’, SUV ‘씨라이언7’ 등 순차적으로 주력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저변을 빠르게 넓혔다. 특히 씨라이언7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해 첫 달에만 825대를 판매하며 BYD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후발 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올 상반기 국내 첫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4개 딜러사를 지정하는 등 본격적인 판매 준비에 돌입했다. 지커는 2021년 지리자동차와 저장지리홀딩그룹이 공동 설립한 고급 전기차 브랜로 볼보·폴스타와 플랫폼·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회사다. 한국 시장에 처음 선보일 모델은 고성능과 고급 사양을 앞세운 중형 SUV ‘7X’가 유력하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기술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이 고율 관세로 중국산 전기차 진입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BYD 등 중국 업체는 가격 인하 전략으로 이를 돌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축소 시대, 품질·경험이 진짜 경쟁력

Q. 올해 신차 시장 트렌드는.
A. 전기차는 고급 세단이나 중대형 SUV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사실상 대세 파워트레인으로 자리 잡았다. 내연기관은 아직 ‘퇴장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가격 경쟁력과 신흥국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는 흐름이다.
Q.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나 제도 변화가 신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A. 정부가 올해를 기점으로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성능·효율 중심의 차등 지급 구조로 바뀌며 완성차 업체 전략도 현실적으로 변했다. 과거와 달리 보조금이 없어도 경쟁력 있는 가격과 품질을 갖춘 모델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졌다.
Q. 국내 완성차 업체 대응 전략은.
A. 향후 경쟁은 디자인과 주행 성능 같은 전통적 요소는 기본이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신뢰성 등 전반적인 ‘브랜드 경험’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특히 중국 브랜드 공세가 거세지고, 글로벌 브랜드와 기술 격차도 축소됐다. 국내 브랜드는 품질 신뢰도·안전성·서비스 네트워크라는 본연의 강점을 더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5호 (2026.01.28~0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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