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의 對중국 무역수지, 반도체가 갈랐다
대중국 무역수지 대만은 흑자 지속, 한국은 4개월째 적자
"한국 시스템반도체, 소재·장비 분야 경쟁력 강화 시급"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이 메모리반도체에 치중돼 있는 국내 기업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과 대만의 대중(對中) 무역구조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대만은 최근 양안 관계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반도체 위주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견조한 대중국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한국은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리튬이온배터리 및 원료, LCD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 반도체 장비의 자급률이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생산이 확대되며 반도체 및 장비 수출이 감소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1~8월간 누계 기준으로 32억달러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으나, 흑자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158억달러) 대비 79.8% 감소했다.
대만은 중국의 봉쇄조치 및 양안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무역수지가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8월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이 대만에 대해 각종 경제제재 및 군사적 위협을 가했음에도 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오히려 21.8% 증가했다. 올해 1~8월 중 반도체가 대중국 수출의 절반(51.8%)을 차지하는 가운데, 시스템반도체(24.0%)와 메모리반도체(17.8%) 수출이 고른 호조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무역수지는 223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183억달러)보다 21.7% 증가했다. 대만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240억달러)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2.7%에 달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자급률 상승과 수출 호조, 수입 둔화에 힘입어 미국, 독일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무역적자 폭을 크게 줄였으나, 대만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큰 변동 없이 지속됐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에서 반도체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3.4%에 달하며, 중국은 전자 및 기계제품 등 중간재를 대만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양국 경제구조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했다.
대만이 대중국 무역 수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대만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기술력, 위탁수요 증가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위주의 대중국 수출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 파운드리 4개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4.0%를 차지했으며, 1~8월간 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3.8%에 달했다.
대만은 반도체 제조의 마무리 단계인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생태계를 자국 내에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만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에서 2019년부터 메모리 위주 한국을 추월했다.
대만은 미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중국의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을 대중국 수출 증대의 기회로 활용하는 중이다. 미국의 수출규제로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조달이 대만에 집중된 반면, 메모리 위주의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주요 수요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구매 중단 등으로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생산 전 범위에 걸쳐 튼튼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미·중간 패권다툼 속에서 수출과 무역수지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안보 측면에서도 국익을 지키는 전략적 무기가 되고 있다"면서 "우리로선 메모리반도체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시스템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높여가는 등 균형잡힌 반도체 산업성장을 추구해가는 한편, 중국과의 분업체제 내에선 기술력이 관건인 만큼 기업의 R&D 투자 확대와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부 R&D 지원체제를 지속 발전시켜가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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