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는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

광복 80주년을 맞아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의 삶을 조명한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손 선수가 기증한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와 금메달, 월계관 등 18건의 전시품이 공개됩니다. 50년 만에 돌아온 청동 투구와 함께 손 선수의 발자취를 인공지능(AI) 영상으로 재현해 시대의 감동을 전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을 확인하세요.

KOREAN 손긔졍 베를린에서 서울까지

전시 기간 2025년 7월 25일~12월 28일
전시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기증1실
전시품 손기정 기증 ‘청동 투구’(보물) 등 18건
운영시간 월·화·목·금·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수·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2077-9000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기증1실에 가면 유독 눈에 띄는 전시품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청동 투구입니다. 익숙한 우리 유물들 사이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청동 투구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가 기증한 것입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손 선수의 삶을 조명한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금메달과 월계관 등 손 선수의 여정을 보여주는 전시품 18건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2800여 년 전에 제작된 세계적 유물인 청동 투구는 관람객을 만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월계관. 세계화보 올림픽 기념호. ‘두 발로 세계를 재패하다’ 특별전에서 최초로 공개된 손기정 선수의 한글 서명 엽서. 그는 한글 서명에 한국인이라는 뜻의‘KOREAN’을 함께 썼다.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50년 만에 찾은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

이 청동 투구는 금메달을 딴 손 선수에게 주어진 특별 부상품이었지만 그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베를린의 한 박물관에 보관돼오다 손 선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1986년 50년 만에 투구를 돌려받은 손 선수는 “이 투구는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1994년 이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정부는 해외 유물이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에 우리 민족의 긍지를 높여준 마라톤 우승자의 부상품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평가해 1987년 투구를 보물로 지정했습니다.

청동 투구와 함께 전시에는 그가 받은 금메달과 월계관, 우승 상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전시품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념 특별전 이후 14년 만입니다. 손 선수의 서명이 담긴 엽서의 실물도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1936년 8월 15일, KOREAN 손긔졍’. 시상대에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린 그는 해방 전까지 국제대회 출전 금지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자신이 한국인임을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 사람들에게 한글로 사인해줬습니다. 손 선수는 지도자로서도 한국 마라톤에 황금기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보스턴마라톤에서 서윤복, 함기용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그가 봉송한 성화봉 뒤편으로는 그의 생전 인터뷰에서 발췌한 글이 적혀 있습니다. 평생 가슴 속 돌덩이로 지녀왔을, 일장기를 달고 뛴 올림픽에 대한 그의 부채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내가 살아있을 때, 남의 나라 국기로 우승했던 내가 50여 년 후 우리 서울에서 올림픽에서 성화를 드는 것, 그것이 나로서는 베를린올림픽 우승 이상의 영광이었다. 나는 너무나도 기뻐서 그 기쁨을 이렇게 (아이처럼 뛰면서) 표현하였다.’

손 선수의 여정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현한 영상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일장기를 달고 뛴 청년 손기정의 모습부터 1947년과 1950년 미국에서 열린 보스턴마라톤에서 ‘KOREA’ 대표로 당당히 세계를 제패한 그의 제자들,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나선 노년 손기정의 모습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며 이어집니다. 그날의 영광과 감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영상은 상실의 역사를 경험하지 못한 요즘 세대에게 귀중한 교육자료입니다. 특별전은 올해 12월 28일까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