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버블경제 붕괴가 가져온 비극, 세 청춘을 겨냥하다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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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스틸 |
| ⓒ ㈜플레이그램 |
니시오 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영화 <한 남자>의 무카이 코스케가 각색에 참여했다. 지난 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 배우가 '부산 어워드 배우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20년대 이후 일본의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토요코 키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양산 배경에는 버블경제의 붕괴로 가정 내 경제적 체계도 함께 무너진 부모 세대가 있다. 부모의 가난은 자녀에게 전가되어 양극화를 만들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은 개선되지 않고 밝은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다. 30여 년간 악순환이 반복되자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올 의지조차 사라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정, 집은 더 이상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했다. 유약한 청소년은 집 밖으로 나왔다. 토요코 키즈는 대략 가부키초의 극장 주변 골목인 토요코에서 활동하는 무리를 일컫는데 한국의 가출팸과 비슷하다. 화려한 도시, 깨끗한 일본의 어두운 속내다. 가정과 학교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은 쉽게 범죄에 빠진다. SNS를 통해 서로를 찾고 공동체를 만들며 지속적이기보다 파편화된 양상으로 불안정한 관계를 형성한다. 일본 사회는 이들을 제대로 인솔하고 보호하지 못한 채 사회문제로 키웠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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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스틸컷 |
| ⓒ ㈜플레이그램 |
마모루는 가정폭력을 당하다 끝내 집을 나왔다. 하루 끼니를 때우고 잠잘 곳만 있으면 된다고 믿지만 극한 외로움에 사무친다. 우연히 MZ 조직에 스며들어가게 되어 친형 같은 타쿠야를 따르게 되지만, 의심을 놓지 않는다.
한편,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던 타쿠야는 이번에는 반대로 마모루의 호적까지 구매하려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범죄에 얽혀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세 청년의 3일 동안의 도주극을 전형적인 누아르의 틀을 벗어난 유사가족의 형태로 구성함으로써 따스함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한다. 제목처럼 과연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지 인물 각자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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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스틸컷 |
| ⓒ ㈜플레이그램 |
세 사람은 범죄에 가담하면서도 피해자들을 신경 쓰고 서로를 걱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을 가장해 남성에게 접근하고 호적을 매매하면서도 연민이 생겨 갈등한다. 피해자의 사연을 듣고 마음이 동요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타쿠야가 친동생처럼 생각하는 마모루와 조직을 벗어나 새 출발을 꿈꾸는 미래도 이와 다르지 않다.
범죄로 시작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가장 어린 세대 마모루에게까지 충분히 전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지타니는 타쿠미를 조직에 소개했던 인물이었지만 오히려 탈퇴에 적극 앞장서는 인물로 변모하며 미숙한 어른의 성장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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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스틸컷 |
| ⓒ ㈜플레이그램 |
결말부에는 눈, 꼼데가르송 셔츠, 전갱이 조림으로 상징되는 복선마저도 완벽히 풀린다. 그중 집밥은 가족 구성원의 영양분이자 생존의 의지로 읽힌다. 세 인물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전갱이 조림을 먹는 장면은 운명으로 얽혀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그로 인해 용기를 얻어 살아갈 여운이 짙게 깔린다.
세 인물의 서사는 곧 한 명의 인생처럼 동일시되고 관객은 각자의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카지타니로부터 시작된 어두운 길은 타쿠야의 작은 등불로 밝혔고 마모루가 이어받는 형태다. 점차 각박해져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함께한다면 조금은 살만하다는 힘찬 메시지로 들리는 이유다. 십 대 싱어송라이터 tuki.(츠키)가 들려주는 '인생찬가' OST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응원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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