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어준 향한 민주당의 거리두기, '겸손' 논란이 남긴 질문
[박철 기자]
필자는 그동안 김어준의 방송 진행 방식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다. 그의 화법은 종종 단정적이고, 논쟁을 균형 있게 펼치기보다는 강한 프레임 속에서 이야기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공론장이 특정한 방향으로만 흘러갈 위험이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나는 비판했다. 공론장은 누구에게도 면책특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나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단순한 비판이나 평가의 차원을 넘어서는 감정이다. 솔직히 말해 야속함이다. 최근 김어준이 진행하는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제기된 이른바 '이재명 공소취소 의혹' 발언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방송에 출연한 인사가 '대통령 뜻이라며 공소 취소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검찰 내부에 돌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발언은 곧바로 정치권을 흔들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파장은 더욱 컸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고, 발언 당사자를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김어준 방송의 책임까지 거론하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김어준을 무조건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 감지되는 '김어준 거리두기'를 보면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이렇게 기억이 짧아도 되는가.
한 시대의 정치적 확성기
한국 정치에서 진보 진영은 오랜 시간 동안 불리한 미디어 환경 속에 있었다. 거대 신문과 방송이 정치 권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던 시절, 진보적 목소리가 대중에게 널리 전달되는 통로는 많지 않았다. 특히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의 미디어 지형을 돌아보면 정치적 의제와 해석의 상당 부분이 전통적인 언론 권력에 의해 형성되고 있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것이 인터넷 기반의 정치 방송과 팟캐스트였다.
그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프로그램이 바로 '나는 꼼수다'였다. 이 방송은 기존 언론이 만들어 놓은 형식을 완전히 깨는 방식으로 등장했다. 거친 농담과 풍자, 노골적인 정치 비판, 그리고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던 이야기들을 섞어내며 새로운 정치 미디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당시 많은 시민들은 기존 뉴스에서 느끼던 답답함을 이 방송을 통해 풀었다. 정치 권력과 거대 언론이 설명하지 않던 사건들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야기하는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송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검증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고 지나치게 선동적인 표현이 등장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이 만들어낸 변화는 분명했다. 정치가 더 이상 정치인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들이 토론하고 해석하는 공적 공간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 바로 김어준이었다. 그는 기존 언론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치 이야기를 풀어냈다. 권력과 언론을 동시에 비틀고 풍자하면서도 자신만의 확신에 찬 서사를 만들어냈다.
그의 방송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사건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는 권력과 언론의 위선을 폭로하는 인물로 보였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과장과 음모론을 유통하는 위험한 선동가로 보였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 자체가 이미 그가 한국 정치 미디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촛불의 시대와 미디어의 변화
2016년 겨울 한국 사회는 거대한 민주주의의 장면을 경험했다. 광장은 수백만 개의 촛불로 가득 찼고 시민들은 거리에서 정치의 주체가 되었다. 그 흐름이 결국 만들어낸 역사적 사건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다. 이 시기 미디어 환경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기존의 방송과 신문만으로는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와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웠다. 시민들은 스스로 정보를 찾고 해석하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김어준의 방송은 바로 그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매일같이 정치 상황을 해석하고 권력의 움직임을 설명하면서 많은 시민들에게 하나의 해석 틀을 제공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방송을 통해 정치 상황을 이해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 논쟁 자체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 토론의 공간은 크게 넓어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김어준의 화법은 언제나 논쟁적이었다. 확신에 찬 주장과 강한 프레임은 때로 공론장을 활기차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갈등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 시대의 정치적 흐름 속에서 김어준은 분명한 역할을 했다. 그의 방송은 수많은 시민들이 정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나누는 문화의 형성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정치가 더 이상 국회와 청와대의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에서 토론하는 문제로 확장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정치적 장면을 바라보며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보이는 김어준과의 거리두기 움직임은 단순한 정치적 대응일까, 아니면 한 시대의 정치적 동맹을 너무 쉽게 지워버리는 정치의 습관일까.
공소취소 논란이 만든 균열
최근 '겸손' 방송에서 제기된 공소취소 발언은 단순한 방송 논란을 넘어 정치권 전체를 흔드는 파장을 낳았다. 방송에서 제기된 내용의 핵심은 이른바 '이재명 사건 공소취소 요청이 있었다'는 의혹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기자는 검찰 내부에서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 내용은 곧바로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문제는 이 발언이 단순한 의견이나 분석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황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대통령 뜻'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강하게 반응했다. 당은 이 발언을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규정했고 발언 당사자를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일부 당 인사들은 방송 자체의 책임을 문제 삼으며 김어준에게도 사과를 요구했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대통령과 관련된 중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당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는 또 다른 문제를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들은 단순히 해당 발언을 반박하는 수준을 넘어 김어준의 방송 플랫폼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방송에서 퍼뜨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방식의 정치 방송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김어준과 거리를 두려 한다는 인식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손절'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중요한 것은 공식 발표만이 아니다. 말의 뉘앙스와 분위기, 그리고 반복되는 메시지가 결국 하나의 정치적 신호를 만들어낸다. 지금 나타나는 흐름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김어준이라는 존재와 일정한 선을 긋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비판과 손절은 다르다
필자는 다시 말하지만 김어준을 비판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방송은 공적 영향력이 큰 플랫폼이고 따라서 당연히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방송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론장의 건강성을 위해서라도 영향력이 큰 미디어는 더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단순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정치적 거리두기, 더 솔직하게 말하면 손절의 분위기에 가깝다.
정치의 세계에서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어떤 인물이 정치적으로 유용할 때는 가까이 두다가 상황이 달라지면 조용히 선을 긋는 일은 오래된 정치의 습관이다. 하지만 그 습관이 반복될 때 정치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조금씩 약해진다. 정치가 필요할 때는 그의 영향력을 활용하고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면 거리를 두는 방식은 결국 정치의 도덕성을 갉아먹는다. 민주당이 정말 성숙한 정치 세력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조용한 거리두기가 아니라 공개적인 토론이다. 만약 김어준의 방송 방식이 문제라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그의 방식에는 이런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이런 방식의 정치 미디어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설명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애매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정치적 부담만 피하려는 모습은 오히려 더 많은 의심을 낳는다. 그래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대할 것인가. 함께 싸울 때는 동지였다가 상황이 바뀌면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이런 정치 문화가 과연 민주주의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가. 나는 김어준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한국 정치의 한 시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태도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분명하다.
야속하다. 정치는 그렇게 쉽게 사람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함께 싸웠던 시간들이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는 기억 위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정치 역시 기억 위에서 신뢰를 얻는다. 민주당이 정말로 성숙한 정치 세력이 되기를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조용히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기억과 토론 위에서 정치하는 용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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