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성소수자 지지 의미’ 무지개 모자 착용 허용

웨일스 축구협회 “FIFA, 모든 경기장서 무지개 복장 허용”
잉글랜드·독일 등 9개팀 주장이 차는 무지개색 완장은 금지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하는 '원 러브'(OneLove) 셔츠를 입은 벨기에 축구팬들이 23일(현지시간) 벨기에와 캐나다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경기가 열리는 도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부터 '성 소수자 차별 금지' 의미가 담긴 무지개 모자와 깃발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한다.

웨일스 축구협회(FAW)는 25일(한국시간) "웨일스 팬들은 이란과의 조별리그 B조 2차전부터 무지개 모자와 깃발을 들고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며 "FIFA가 이를 허용했다. 모든 경기장에서 무지개 복장으로 응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미국의 1차전 경기에서는 무지개 복장이 금지됐다. 당시 성 소수자를 지원하는 모임인 웨일스의 '레인보우 월' 회원과 웨일스 팬들은 무지개 모자와 깃발을 들고 경기장을 찾았지만 "무지개 복장은 허용되지 않은 상징물"이라는 이유로 안전요원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취재를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미국 축구전문기자 그랜트 월도 무지개 복장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했다고 21일 폭로했다. 월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성소수자(LGBTQ)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갔더니 안전요원들이 입장을 거부하고 나를 25분간 억류했다. 티셔츠를 벗으라고 거칠게 요구했다"며 "내가 급하게 (이 상황에 대한) 트윗을 올리자, 안전요원이 내 손에서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이에 FAW는 성명을 통해 공식 항의했으며, 외신도 카타르 월드컵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관련한 비판이 커지자 FIFA도 관중들의 무지개 복장 착용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9개팀 주장들이 차려고 했던 무지개색 완장은 허용에서 제외됐다. 무지개 완장 착용은 지난해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EURO 2020)에서 주장들이 피부색·성적 지향·문화·성별 차별에 대해 반대하는 의미를 담아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주 노동자들과 성소수자 처우에 반발하는 차원으로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벨기에 등 9개국 팀의 주장들이 이 완장을 두르는 데에 동의했다.

하지만 FIFA는 무지개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설 경우 '옐로우카드'를 줄 것이라며 사실상 착용을 금지한 상태다. FIFA는 무지개 완장의 대의는 존중하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신구 착용과 세리머니 등을 제한해왔다며 그 근거로 13조 8항 1호를 제시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