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에이스' 왕옌청, KBO 아시아쿼터 최고의 수확 될까

이준목 2026. 5.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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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달러(약 1억 5천만원)의 낮은 몸값으로 계약... 기복 없이 꾸준한 호투 펼쳐

[이준목 기자]

 한화 이글스 투수 왕옌청
ⓒ 한화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투수 왕옌청이 시즌 최고의 호투를 펼치며 또 한 번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왕옌청은 2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하여 7이닝 87구 5피안타 6탈삼진 1볼넷 2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역투를 펼쳤다. 한화는 왕옌청의 활약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하며 3연패 수렁에서 탈출했다.

7이닝은 올시즌 왕옌청의 한 경기 최다 이닝이었다. 이날 승리로 시즌 5승 고지에 오르며 김건우(SSG), 보쉴리(KT), 올러(KIA), 톨허스트(LG) 등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에 등극했다. 시즌 개인 평균자책점도 2.72까지 낮추며 아리엘 후라도(삼성 라이온즈)의 2.40과 나균안(롯데 자이언츠)의 2.65에 이은 리그 3위에 올랐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왕옌청이 7이닝 동안 선발투수로 본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만 출신의 왕옌청은 올 시즌 KBO리그에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왕옌청은 아시아쿼터 연봉 상한선인 20만 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단 10만 달러(약 1억 5천만원)의 낮은 몸값에 계약을 맺었다.

올시즌 10개구단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대부분이 KBO리그보다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일본 출신 투수들(7명)이었다. 유일한 대만 출신인 왕옌청은 한화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는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육성선수로 활약했으나, 프로 1군 경력은 없었기에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왕옌청은 2026시즌 개막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한화 마운드를 넘어 리그에서 손꼽히는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한화는 올시즌 지난해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의 이적 공백, 윌켈 에르난데스-오웬 화이트-문동주-엄상백 등 선발자원들의 줄부상으로 마운드가 붕괴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혼란한 상황에서 그나마 선발 로테이션을 지탱해준 것은 최고령 류현진과 왕옌청, 두 투수 뿐이었다.

왕옌청은 정규시즌 개막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10번의 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개근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기복 없이 꾸준한 호투를 펼치며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시즌 초반에는 내용에 비하여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5월들어 최근 3경기에서는 첫 3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사실상 현재 한화의 1선발로 활약 중이다.

왕옌청의 최대 장점은 안정된 제구력이다. 56.1이닝을 던지며 48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동안 볼넷은 단 22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야구 전문가들은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는 왕옌청이 ABS(자동투구판독시스템)의 주요한 수혜자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경기에서는 구속은 140km대 후반에 그쳤지만, 몸쪽 패스트볼과 바깥쪽 변화구를 적절히 구사하여 타자들을 맞춰 잡는 피칭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이 많았다.

팀당 40여경기를 치른 현재 다른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성적과 비교하면 왕옌청의 진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름값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SSG 타케다 쇼타는 8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9.46에 그치고 있다. 두산이 선발한 타무라 이치로도 15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8.56으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롯데 쿄야마 마사야는 10경기 평균자책점 7.59를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이밖에 KT 스기모토 고우키가 26경기 평균자책점 6.45, 삼성 미야지 유라는 21경기 평균자책점 5.82에 그치고 있다. 일본인 아시아쿼터 중에서는 최근 키움의 마무리를 꿰찬 가나쿠보 유토 정도가 23경기 3승 1패 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15로 유일하게 제 몫을 하고 있을 뿐이다.

선발투수 중에서는 아예 왕옌청과 비교할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호주 출신 LG 라클란 웰스가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2.06으로 왕옌청 못지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으나 현재는 허리 근육통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진 상태다. 외국인 선수로서 낯선 1군무대 첫 시즌을 보내면서도 부상도 없이 꾸준히 활약해주고 있는 왕옌청이, 한화로서는 그야말로 지난해 폰세-와이스 못지않은 '복덩이'나 다름없다.

한편으로 왕옌청의 이러한 활약상은 국내구단들에게 아시아쿼터의 활용도에 대하여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수십억 원을 투자한 미국이나 일본 출신 외국인 투수들이 이름값에 비하여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며 아쉬움을 주고 있는 반면, 한화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대만 출신 투수를 10만 달러라는 가성비로 영입하여 선발진을 지탱하고 있다.

앞으로 왕옌청이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해준다면, 역대 가장 성공적인 아시아쿼터 영입의 모범 사례로 남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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