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상북도 영양군에 있는 발효공방1991. 1926년 문을 열었다가 2018년 폐업한 영양양조장이 있던 이 장소는 지난 2022년 말부터 ‘소풍‘이라는 카페와 전시문화공간, 현대식 설비의 전통주 제조시설로 운영되고 있었다. 기와지붕으로 된 단층짜리 전통 건물 3개가 모여 있는 데다, 군청으로 가는 삼거리 길목에 있어 바로 눈에 띄었다. 마을 한 주민은 “100년 동안 우리들 옆을 지켜왔던 영양의 상징적인 곳”이라고 했다. 영양 땅에서 자란 곡식과 장인정신이 깃든 생산기술, 자연과 문학의 고장이 연출하는 쓸쓸한 분위기는 발효공방1991표 막걸리에 절로 손이 가게 했다.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발효공방1991을 전진기지 삼아 프리미엄 발효식품 사업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통주와 양념장에 집중해 관련 시장에서 핵심 입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경북 영양을 문화 관광지로 키워 지역 상생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발효공방1991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이 2026년 완공되고 나면, 막걸리 제품은 현재 2종에서 4종(40만리터)까지 생산이 늘어날 예정이며 지난해 기준 6000만원 수준인 매출 역시 1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 출시 전인 장류(고추장·된장)의 경우 향후 교촌 소스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최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장 담그기 문화에 힘입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리란 포부도 드러냈다.
교촌의 자랑, 은하수 막걸리
발효공방1991의 대표 제품은 지난해 5월 출시한 은하수 막걸리다. 어떠한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고 영양에서 생산된 재료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18일 찾은 양조장 내부는 규모가 크진 않았어도 근로자들의 눈빛에서 정성과 진심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양조장은 ‘담금실’과 ‘발효실’, ‘병입실’ 3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양조 과정은 총 4가지인데, 가장 먼저 담금실에서 ‘증자(쌀을 쪄 효모가 자랄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주는 것)’ 작업이 진행됐다. 증자기에 쌀을 넣고 세미(세척) 작업을 거친 후, 쌀(침미)을 불리는 과정이다.
‘발효실’로 이동해 막걸리 제조의 핵심인 ‘발효(익힌 쌀에 누룩을 입히고 알코올로 변화되는 과정)’가 이어졌다. 발효공방1991에서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고 증자기에서 찐 쌀과 전통 누룩을 발효조에 넣고 술로 만든다. 다음으로, 발효된 막걸리의 ‘체별’ 과정을 거친다. 발효가 끝난 술덧을 제성기로 이송하여 누룩 찌꺼기와 원주를 분리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체별이 끝난 원주(찌꺼기를 걸러낸 술)는 10°C 정도로 2~3일간 숙성을 시킨 후 원하는 도수에 맞게 정제수로 제성(물을 타는 작업)을 한다. 다음 ‘병입실’에서 막걸리를 병에 넣어 냉장 숙성시키는 병입 과정을 끝으로, 막걸리 완제품이 만들어진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는 “100년 전통법을 바탕으로, 청정지역 영양 쌀만 100% 사용해 쌀의 깊은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며 “은하수 막걸리는 월 약 5천 병(연 6만병)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최고의 품질 구현을 위해 대량생산보다는 100년의 전통과 장인정신을 제품에 담아내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 지역 상생 앞장설 예정
발효공방1991은 지난 2022년 설립 후 3가지 경영 목표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첫번째는 발효 노하우 및 특허를 확보해 차별화된 발효 기술을 제시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를 통해 교촌 발효 소스와 연계하는 것이다. 경북 영양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해 교촌 그룹의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게 세번째 목표다.
2026년 완공 예정인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은 교촌의 이러한 가치를 실현해 줄 사업으로 꼽힌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일원에 조성중인 플랫폼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총 100억원을 지원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발효공방1991 양조장과 함께 관광객을 대상으로 발효 체험(전통주, 장류) 및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전개해 완공 후 3년간 30만명의 인구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영양 지역 내에서 상품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구매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역 산업 육성까지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장은 “향후 복합플랫폼 완성되면 2026년 말쯤 막걸리를 통한 매출은 10억원을 예상한다”며 “프리미엄 전통주 시장이 약 400억원 정도인데, 여기서 10억원이면 그리 크지 않아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화된 연구개발(R&D) 역량과 체험 프로그램 등 발효 복합 플랫폼을 통해서 글로벌 발효 식품 선도 기업으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양=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