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쓰는데..문 닫으면 스르륵 열리는 지구대 화장실

시민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서 ‘작은 경찰서’ 역할을 하는 일선 지구대 화장실은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 시설이다. 몇몇 곳은 공식적으로 ‘개방화장실’로 지정돼있기도 하다. 하지만 화장실 내 잠금장치를 없앤 곳이 많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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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풀리고, 잠금장치 뽑아둬
기자가 현장 확인을 위해 최근 찾아간 A지구대 화장실은 입구 잠금장치가 헛돌기만 했다. 작은 단추처럼 생긴 잠금장치는 아무리 돌려도 잠기지 않았다.

서울 관악구 B지구대 화장실도 비슷했다. 바깥 철문에는 잠금장치 문고리만 붙어있었고, 안쪽 문은 잠금장치가 떼어져 있었다. 문짝에는 한때 잠금장치가 있었을 빈 구멍만 3개가 뚫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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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자해 막기 위한 조치”
이런 화장실을 둔 지구대들도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다. 지구대들은 “사건 관련자가 화장실에서 자해할 우려가 있어서 잠금장치를 없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 D지구대 화장실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식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곳 화장실 문 안쪽에 붙은 ‘화장실 잠금장치에 관한 안내’란 글에는 “사건 관련자가 화장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거나 자해의 우려가 있어 안에서 잠그는 장치가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사건과 무관한 민원인 이용 시 불편하단 여론에 따라 (잠금장치를) 문 위쪽에 설치했다. 유사시 밖에서 경찰관이 문을 강제로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남녀 공용화장실인 이곳엔 외부 철문에 잠금장치가 없고, 하나뿐인 좌변기 앞 나무문에만 위쪽에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 관내 한 지구대장은 “지구대 화장실은 원칙적으로 다 잠그지 못하게 돼 있다”며 “피의자 자해 우려가 있어서 시공단계에서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한다. 이번에 지구대 관내 새 공사를 할 때도 화장실 문고리를 일부러 뗐다”고 설명했다. 용산서 관내 한 지구대장도 “아주 오래 전엔 지구대 화장실 잠금장치가 다 있었지만 사고가 자꾸 생기니 이후부터는 문고리를 뽑았다”며 “나도 과거에 도박 때문에 조사받으러 왔던 여성이 지구대 화장실에서 수건에 목을 매는 시도를 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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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는 있고, 어디는 없고
그러나 이에 대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화장실 잠금장치가 갖춰진 서울 관악서 관내의 한 지구대장은 “유치장도 아니고 지구대 화장실 문고리가 없다는 게 내 상식선에선 말이 안 된다”며 “고장이 났으면 고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구대 화장실 잠금장치를 없앤 건 인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개방한 화장실이라면 좀 더 이용자를 위한 배려를 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타협안을 적용한 곳도 있다. 한 지구대는 화장실 입구에 문고리를 없앤 대신 ‘사용중’ 표시를 해놓을 수 있게 해놨다. 다른 지구대는 ‘들어갈 때 꼭 노크하세요’란 안내문을 붙여놓는 곳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 화장실 문제에 대해서도 사소한 사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시민 편의와 사고 예방이라는 두 목적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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