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철 논설위원이 간다] "실 같은 탄소섬유 6가닥이면 소나타도 들어올려"
국내선 효성이 2011년 독자 개발
철의 10배인 가격이 대중화 걸림돌
생태계 만들 정부보조금 등 필요
관심 쏠리는 탄소섬유 생산현장 가보니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완성된 탄소섬유를 기계로 검사하고 있다. [사진 효성첨단소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8/30/joongang/20190830001049865ikmf.jpg)
탄소섬유라는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강도가 높고 가벼운 미래 첨단소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벌어지는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탄소섬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우주항공과 미래 자동차 등 첨단산업에 주로 쓰이는 전략물자여서다. 그래서 일본이 추가 보복에 나설 경우 항상 탄소섬유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전주에 있는 효성첨단소재 공장을 방문한 것도 바로 탄소섬유 때문이다.
![건물 길이가 540m에 이르는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 [사진 효성첨단소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8/30/joongang/20190830001050915zvtb.jpg)
탄소섬유는 탄소로 만든 실이다. 기존 실에서 다른 원소를 없애고 탄소만 남기면 6각형 결정체들이 서로 밀접히 연결된 탄소섬유가 나온다. 탄소 함량이 92% 이상으로, 얇게 썬 다이아몬드와 다름없는 성질을 지닌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다. 내부식성과 전도성·내열성도 매우 높다. 가볍고 튼튼해서 친환경적이고 녹이 슬지 않아 사용 기간도 길다.


섬유업체인 효성이 새로운 분야인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들어 성공한 것에는 오랜 기술 경험이 크게 기여했다. 효성은 1990년대 세계 4번째로 스판덱스를 개발해 세계 1위 상품으로 키운 바 있다. 타이어 코드 등 다른 섬유 네 곳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인 스스로 공학을 전공한 조석래 명예회장의 경영철학도 기술이다. 그는 평소 “오직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 기술을 앞세워 영업하라”고 강조하고 임원의 70%를 이공계 졸업자로 채울 만큼 기술 지향적이다. 박 공장장은 “이런 회사 분위기가 진취적이고 열정적으로 신기술 개발에 나서 4년 만에 끝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같은 사양의 섬유를 일본업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연 2000t의 생산량 90%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효성의 목표는 앞으로 1조원을 투자해 전주공장의 생산량을 2만4000t까지 끌어올려 세계 3위의 탄소섬유 회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아직 탄소섬유를 보긴 어렵다. 항공기 동체 등 군사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일상용품에선 일부 골프채 등 고가제품에 들어갈 뿐이다. 가격이 철의 10배, 알루미늄의 4배에 달할 만큼 비싸서다. 탄소섬유 자체도 비싸지만 이를 가공하는 데엔 비용이 더 든다. 아직 탄소섬유만으로 물건을 만들 수 없고 철이나 수지 등 다른 재료에 섞어 써야 한다. 공장 관계자는 “탄소섬유 자체의 가격이 1이라면 중간품은 10, 최종 완성품은 100인 현실을 극복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탄소섬유는 특성상 가공비와 인건비가 탄소섬유 값의 몇배로 들 수밖에 없다. 탄소섬유가 항공 등 첨단산업에서 주로 쓰이는 이유도 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 분야여서다. 국내 소요량이 월 300t 정도로 미미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연구동에서 자동차용 탄소섬유 부품을 시험생산하고 있다. [사진 효성첨단소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8/30/joongang/20190830001054503hgac.jpg)
기술원의 방근배 경영기획본부장은 “탄소섬유를 대량생산하면 얼마나 편리해질 수 있는지를 방문자들에게 눈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원이 운영하는 연구동을 찾았다. 탄소섬유 생산과 후가공에 필요한 여러 기계가 보였다. 탄소섬유로 만든 자동차 트렁크 도어와 엔진커버 등이 보였다. 자동차 회사와 손잡고 탄소섬유의 효율적 이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만들어진 부품들을 보니 탄소섬유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했다. 전주시도 이 가능성에 주목해 효성첨단소재 공장 옆 20만평의 부지에 100여개의 탄소섬유 가공회사들을 입주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방 본부장은 “사회에 잠재된 수요를 실제 생산과 연결하려면 친환경 보조금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육성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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