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층 아파트 미세먼지 농도 1층 최악? 20층 최악? 다 틀렸다

중앙일보 디지털 서비스 ‘먼지알지’에 임모 독자가 아파트 층수별로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질문을 보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취재팀이 직접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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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층 평균 50.2㎍, 11~20층은 43㎍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지난달 21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1층부터 20층까지 층수를 올라가며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를 이용해 공기 질을 측정했다. 측정 항목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습도·온도 등이다. 두 가구가 마주 보는 계단식 아파트에서 한층한층 올라가며 창문을 통해 바깥의 미세먼지를 측정했다.
가장 먼저 아파트 건물 외부에서 미세먼지 수치를 쟀다.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당 50㎍이었으며 초미세먼지(PM2.5)는 46㎍이었다. 온도는 24도, 습도 49%다. 아파트 바로 앞은 지상 주차장으로 차들이 주차해 있다. 아파트 앞 80여m 거리에 4차선 도로를 두고 있다.

층수와 농도가 정확히 반비례하지는 않았지만, 고층이 대체로 저층보다 농도가 낮았다. 저층(1~10층)과 고층(11~20층)의 미세먼지 농도 평균치를 비교하니 저층은 50.2㎍(이하 모두 PM2.5 기준) 고층은 43㎍이었다. 이날 오전 8시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미세먼지 수치는 21㎍, 일평균 수치는 26㎍이었다.
비교를 위해 같은 날 다른 건물에서도 실험을 진행했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14층 높이 빌딩 1층부터 7층까지 초미세먼지(PM 2.5) 평균은 54㎍, 8층부터 14층까지는 42㎍이었다. 고양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저층 농도가 더 높았다. 같은 시간 서대문구 대현동 도시대기측정소에서 관측된 미세먼지 농도는 3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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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도 초미세먼지 안심할 수는 없어”
미세먼지 농도는 고층이 평균적으로 낮게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고층이라고 미세먼지를 안심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최용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모델링팀장은 “원론적으로는 높이 올라가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기상 상황과 바람이 부는 형태 등에 따라서 농도 수치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워낙 많다”고 말했다.

특히 초미세먼지 같은 경우에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면 높이와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최 팀장은 “PM2.5 이하 미세한 물질은 고층이라고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안 좋은 날에는 공기질 관리를 잘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높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재는 측정소는 설치 높이를 제한하고 있다. 도시대기측정소는 1.5m부터 10m 이내에 설치한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에 따르면 이 높이는 ‘사람들이 호흡하고 생활하는 높이를 고려한 기준’이다. 고층집합 주거 등 지상 10m 이상의 높이에서 사람이 다수 생활하고 있을 경우 등에 한해 예외를 허용한다. 하지만 예외의 경우에도 최고 20m를 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도로변측정소의 경우에는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최고 15m를 넘지 않는 곳에 측정망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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