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없이 배달만..공유주방 전성시대 '소자본 창업' 자영업 구원투수 되나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과 비용이 배달시켰을 때보다 현격히 증가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가정집에서 주방이 사라질 것이다.”
지난 9월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서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딜리버리히어로 대표가 한 말이다. 가정간편식(HMR)과 배달음식 시장이 성장하며 집에서도 손쉽게 외식을 즐길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런 변화의 최전방에 공유주방이 있다.
공유주방은 한마디로 배달 전문식당 백화점이다. 식당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홀을 없애고 4~5평의 주방만 입점시켜 100% 배달로만 음식을 판다. 목 좋은 곳에 입점할 필요가 없어 보증금, 권리금이 저렴하니 소자본 외식 창업의 총아로 주목받는다. 공유주방이 전통적 식당 형태를 바꿔 ‘외식업의 폼팩터 혁명’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유주방 춘추전국시대
▷20여 업체 50여 지점…내년엔 수백 개
공유주방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소자본 창업은 물론,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다.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20여개 입점 주방이 공동구매를 통해 쌀, 김치, 고기 등의 식재료와 배달대행료도 절감할 수 있다.
“월평균 매출이 3000만원인 식당의 월 지출 비용은 2200만원 정도다. 이런 가게가 20개 모인 공유주방은 월 지출 비용이 4억4000만원에 달하니 거래처와 협상력이 다르다. 배달대행 기본료의 경우 원래 3000원인데 우리는 2800원만 받는다. 주문 통합 시스템을 통해 한 직원이 네 가게의 배달 주문을 받아주니 인건비도 절감된다.”
경기 성남에서 공유주방1번가를 운영하는 최영 대표의 설명이다.
공유주방 산업이 급성장하자 정부도 전향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섰다. 지난 7월 공유주방 업체 ‘위쿡’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 한 주방을 복수의 사업자가 사용해 영업하고 서울 지역 내 B2B 판매도 허용했다. 향후 2년간 위쿡에서 시범실시한 뒤 성과가 좋으면 전체 공유주방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공유주방이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모양새다. 현재 국내 공유주방 업체는 약 20여개. 이들이 운영하는 공유주방 지점 수는 약 50개 안팎이지만, 내년에는 수백 개로 급증할 전망이다. 대부분 배달형 공유주방이란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세부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오프라인 배달만 하거나 제조(온라인·B2B 영업)도 하거나, 배달기사를 직고용하거나 외주(대행)를 쓰거나, 프랜차이즈만 입점시키거나 제한이 없거나, 이용료를 시간제로 받거나 월세로 받거나 등 제각각 다른 전략을 내세운다.
가장 복합적인 사업 전략을 구사하는 곳은 위쿡이다. 위쿡은 유통형·배달형·식당형 공유주방을 모두 운영한다. 유통형은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B2C로 팔거나 마트, 편의점 등에 B2B로 납품하는 방식이다. 푸드 메이커(공유주방 입점자)가 만든 음식이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식품 공장과 연계해 HMR로 대량생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식당형 공유주방은 ‘낮에는 식당, 밤에는 주점’식으로 식당 전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위쿡 관계자는 “현재 유통형 공유주방 1개, 배달형 2개, 식당형 5개를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12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모든 지점에서 총 200여팀의 푸드 메이커가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유주방1번가와 고스트키친은 서로 ‘국내 최초 ICT 기반 스마트 공유주방’임을 내세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을 통한 주문 접수부터 결제, 주문한 음식이 라이더(배달인력)에게 전달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두 업체 모두 자동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유주방1번가는 또 각 주방 앞에 레일을 설치, 음식이 완성되면 레일에 실어 보내 배송기사에게 바로 전달되도록 했다. 권민준 공유주방1번가 이사는 “2년 동안 약 21억원을 투자해 개발자 12명이 1번가만의 ‘국내 최초 ICT 기반 토털케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KT와 전략적 제휴도 체결, 향후 지니의 챗봇 시스템과 연계해 음성인식을 통한 자동응답 서비스와 재주문 고객에 대한 쿠폰 제공 서비스 등도 도입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영키친도 중앙접수 시스템을 통한 주문 통합접수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영훈 영영키친 대표는 “메뉴 컨설팅과 자체 브랜딩 과정을 통해 외식 전문가로 육성, 공유주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역량을 키워주고 있다. 점주가 직접 운영하지 않거나 투잡 형태로 하려는 경우는 입점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식객촌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나오는 노포 맛집들로부터 실제 레시피를 전수받은 것이 자산이다. ‘식객촌을 집으로 배달해드립니다’라는 모토로, 식객의 맛집 음식을 HMR로 제조, 이를 조리해서 배달하는 신개념 공유주방을 준비 중이다. 서대경 식객촌 대표는 “2020년 고양시 식사동에 오픈할 3호점이 식객촌 공유주방의 완성형 모델이다. 1분기 테스트 후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기존 식객촌 내 배달 전문매장을 오픈, 내년 말까지 약 20여개를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석 먼슬리키친 본부장은 “홀 운영을 통해 입점자의 매출을 다변화하고 수익률을 높였다. 홀 매출은 배달대행비 부담이 없어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임대료 부담도 줄여준다”고 말했다.
개러지키친은 ‘초단기 성공 창업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세운다. 계약 기간에 따라 1~2개월 동안 목표하는 매출과 배달 주문 건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메뉴 구성·브랜딩·배달앱 마케팅 등의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권영재 개러지키친 대표는 “통합주문 시스템, 포장대행, 라이더 등 불필요한 부가 서비스를 없애고 매출을 초단기간 내에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레시피만 있으면 몸만 들어와서 장사할 수 있도록 시설을 구비했다. 다양한 F&B 프랜차이즈와 MOU를 맺어 메뉴에 대한 준비 없이도 원하는 브랜드를 선택해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공유택시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이 참여한 클라우드키친과 심플키친, 푸딩키친 등 다양한 공유주방이 영업 중이다.


▶공유주방으로 식당 창업해볼까
▷창업 쉬워도 지속 가능성은 점주 몫
공유주방에 입점해 창업한다면 어떨까.
일단 창업 비용은 크게 아낄 수 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이 지난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한 ‘공유주방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주방으로 창업 시 일반 음식점에 비해 창업 비용이 5분의 1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서울 역삼동에서 10평 기준 분식집을 창업한다면 보증금, 권리금, 인테리어, 주방설비 등을 더해 약 1억원의 창업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공유주방은 4평 기준 개별 주방을 얻는 데 1500만~2000만원이 든다. 이 같은 비용 절감은 공유주방 산업의 가장 큰 효과다. 창업 비용 절감은 물론, 실패 시 손실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다. 이 밖에도 주방에서 1~2명만 근무하니 인건비가 절감되고, 산업의 다양성 제고,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유주방이 가정에서 주방과 냉장고를 없애는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정에서 주방과 냉장고가 사라지려면 먼저 소비자가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다양한 음식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지역 단위로 라스트마일 물류와 연계돼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공유주방이 바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특히 위쿡이 B2B 판매 허가를 받으며 식당 창업 대신 온라인 판매를 선호하는 푸드 메이커가 급증하고 있다. F&B 산업구조가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다.” 김기웅 위쿡 대표의 생각이다.
공유주방으로 창업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공유주방도 외식업인 만큼, 기본적인 요리 실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정이 고스트키친 대표는 “공유주방에 입점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음식 자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유주방은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므로 입점했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정말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민준 이사도 비슷한 의견이다. “공유주방을 고를 때는 특수상권에 입점하듯, 운영 브랜드를 따져봐야 한다. 전문성 없는 공유주방 업체가 늘어나면서 단순히 공간 임대만 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수 있다. 공유주방 업체가 배달 전문식당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창업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권영재 대표는 공유주방 업체의 재무건전성을 체크하라고 조언한다. “공유주방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플랫폼 사업이다. 공유주방 업체가 재무적으로 튼튼한 기업인지, 지속 가능한 모델을 갖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공유주방이 수십 개 식당이 모인 ‘커뮤니티’인 만큼,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는 능력도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공유주방은 문이 없어 매출이 저조한 식당이 어디인지 딱 보인다. 공유주방 업체가 커뮤니티 내 소통을 활성화하는 등 운용의 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노력이 부족하고 극심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면 공유주방 입점을 재고해볼 만하다. 실제 그런 이유로 퇴점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2~3년 더 성장 후 옥석 가려질 것”
한편에서는 공유주방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단 소자본 창업이 수월해짐으로써 자영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가뜩이나 포화된 자영업 시장 경쟁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한 공유주방 업체 대표는 “원래 가게 하나를 임대하던 상가주가 가게를 셋으로 쪼개 공유주방으로 전환, 임차료를 더 받을 수 있겠냐며 컨설팅을 의뢰해온 경우가 있다. 현행법상 누구나 공유주방을 창업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이를 막을 수 없다. 외식업에 대한 노하우 없이 공유주방만 만들면 부동산 임대업이나 다름없다”고 귀띔했다.
아직 시장 초창기인 만큼 현재 모델이 ‘완성형 공유주방’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대경 대표는 “현재의 공유주방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저비용 창업과 배달 중심으로 가는 방향성만큼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여러 사업 모델이 시장에 적응하면서 변화, 발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생 문제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지난 11월 5일 공유주방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유주방 운영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식약처는 “현재 식품위생법은 교차오염으로 인한 식품 사고 예방을 위해 1개 주방에서 1명의 사업자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공유주방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일반 음식점, 배달 전문식당 등 다양한 사업자로 운영하고 있어 이를 고려한 입법 제언이 필요하다. 또한 주방과 시설 공유로 인한 교차오염 우려로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위생관리 능력이 공유주방 영업허가의 새로운 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권영재 대표는 “향후 공유주방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이를 위해 명확한 법제화가 필요하며, 기존 영업 ‘장소’ 위주의 영업허가가 운영자의 ‘위생’관리 능력 위주로 바뀌는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공유주방이 향후 외식 시장의 새로운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배민 관계자는 “공유주방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며 입점 문의도 늘고 있다. 공유주방을 한번 이용해본 점주들은 사업과 지역 확장을 위해 계속해서 다른 지역 공유주방으로 입점한다. 공유주방은 여러 지역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민준 이사는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며 로드숍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배달 전문식당이 확산될 것이다. 창업 희망자들은 조금이라도 창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유주방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입점 수요가 늘면 공유주방도 입점주를 가려 받게 되고, 검증된 브랜드만이 공유주방에 입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주방이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에 다다르면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공유주방 모델이 시작돼 2010년대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 기준 미국에만 700개 이상의 공유주방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 공유주방 시장 규모는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향후 2~3년간 기존 공유주방 업체들의 점포 확장, 새로운 업체들의 시장 진입 등으로 인해 일정 규모의 외형 성장을 보일 것이다. 이후에는 대부분의 산업이 그렇듯 경쟁력 있는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의 관측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5호 (2019.11.27~2019.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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