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댄스 배우냐고요? 반짝이 드레스 맘껏 입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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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18)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옷이 좋으면 사람이 한층 돋보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옷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의 세 가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의식주를 꼽고 그 중 ‘衣(의)’가 가장 앞에 나온다.
서양 영화를 봐도 댄스파티 때는 남녀 모두 한껏 멋을 부리고 간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멋진 옷을 입고 가는 것이다. 미혼 남녀라면 거기서 자신의 배우자를 만날 수도 있다. 죠 라이트(Joe Wright) 감독이 만든 영화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에서도 보면, 댄스파티에서 처음 만난 선남선녀들이 몇 커플 결실을 본다.
평소 나의 옷 입는 스타일은 남자치고는 좀 화려한 편이다. 직업상 젊은 유럽 바이어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은 남자들도 빨강, 핑크, 연두 등 과감한 패션을 하고 다녔다. 튀지 않아 보이려는 한국식 패션과는 반대로 튀어 보이려고 그렇게 입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거나 요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였다. 이들을 보고 나도 패션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호텔 파티가 아닌 약식 파티 때는 비교적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고 간다.
![댄스 강습을 하러 나갈 때는 빨간 나비넥타이를 선호한다. 그래야 수강생들과 달라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내 외모가 전혀 댄스 하는 사람 같지 않다는데 옷이라도 그렇게 입어야 달라 보인다. [사진 pixabay]](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2/20/joongang/20191220070048064ygtw.jpg)
처음 호텔에서 하는 댄스파티에 갔을 때 지도강사는 무조건 남자는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착용하라고 했다. 일반적인 긴 넥타이로는 입장을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줬다. 검정 나비넥타이를 맸는데 왠지 안 어울리는 것 같고 자신이 없었다. 화장실에 잠시 가는데 지나가는 손님이 내가 호텔 직원인 줄 알고 뭔가 물어보기도 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나비넥타이는 호텔 직원들을 연상할 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러워졌다. 자주 하다 보니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반 넥타이보다 목이 덜 죄고 휴대에 편한 점도 있었다. 그 당시는 나비넥타이가 귀해 비싸게 주고 샀지만, 지금은 흔해졌다. 동대문시장 나비넥타이 파는 곳에 가면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다. 값 차이에 비해 품질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
그 후로는 댄스 강습을 하러 나갈 때는 당연히 나비넥타이를 맨다. 빨간 나비넥타이를 선호한다. 그래야 수강생들과 달라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내 외모가 전혀 댄스 하는 사람 같지 않다는데 옷이라도 그렇게 입어야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은 나비넥타이가 많이 대중화된 셈이다.
남자들의 댄스 의상은 라틴댄스에서는 간단하다. 검정 또는 흰색의 셔츠가 대부분이고 바지는 검정 바지가 거의 대세다. 왈츠 같은 스탠더드 댄스에서는 좀 더 격식이 필요하다. 하얀 드레스 셔츠를 입어야 하고 겉은 연미복이나 턱시도를 입어야 한다. 검은색 하나면 경기 대회에도 나갈 수 있고 평생 입을 수 있다. 턱시도나 연미복은 100만원이 넘으니 비교적 비싼 편이다.
댄스할 때 입는 옷은 어깨를 옆으로 펼칠 때 가운데 부분이 튀어나오면 안 되므로 맞출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춤을 안 추는 용도라면 당연히 일반 정장처럼 어깨 끝에 보강재를 넣는다. 내가 그런 옷을 입고 나니 음악회 지휘자도 연미복을 입고 일본의 고위 정치가들도 행사 때 연미복을 입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연미복은 시범댄스 때 그리고 경기대회에 나갈 때만 입는다.
바지는 댄스복 바지가 있다. 바디 라인을 살리기 위해 옆 주머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실용적으로 입기 위해서는 땀이 많이 나는 사람들은 손수건을 넣어둘 주머니 하나쯤은 만들어도 무방하다.
일반 댄스파티 때도 드레스코드가 있지만, 크루즈 여행을 갈 때도 춤출 때 입는 드레스코드가 필요하다. 드레스를 갖춰 입지 않으면 춤추는 곳에 입장이 거부된다. 낮에는 관광도 하고 수영도 한다지만, 밤이 되어 춤을 못 추면 크루즈 여행은 지루해진다. 하루의 절반을 포기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무도용 드레스는 준비해 가야 한다.
![여성들의 드레스는 반짝이 효과를 주는 장식이 수공 작업이라서 비싸다. 반짝이 장식이 많은 것을 선호하지만, 남성과 춤출 때 앞쪽은 가려지므로 굳이 비싼 반짝이 장식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진 pixabay]](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2/20/joongang/20191220070049502olvd.jpg)
여성들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옷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이다. 값도 비싸다. 단체로 포메이션을 하는 시점이나 경기에 나가게 되면 의상을 통일해야 한다. 그런데 스타일을 놓고 몇 날 며칠을 서로 논쟁한다.
어떤 여성은 팔뚝이 굵은 편이니 팔뚝이 가려지는 스타일을 원하고 다른 여성은 의견이 또 다르다. 심지어 등 위쪽에 점이 있다며 등 뒤가 파인 옷은 못 입겠다며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스타일, 컬러, 가격까지 최종 합의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여성들도 라틴댄스의 경우는 비교적 쉽다. 바지를 입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탠더드 댄스 드레스는 가격부터 만만치 않다. 단체복이라도 10만원은 든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여러 벌의 옷을 번갈아 입기를 원하므로 문제가 복잡해진다. 한번 입은 옷을 컬러는 못 바꾸더라도 스타일이라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차후 문제까지 고려한다.
여성들의 정식 드레스는 한 벌에 300만~400만 원 정도 지불해야 한다. 반짝이 효과를 주는 장식이 수공 작업이라서 비싸다. 반짝이 장식이 많은 것을 선호하지만, 남성과 춤출 때 앞쪽은 가려지므로 굳이 비싼 반짝이 장식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성들은 이런 옷을 입고 싶어 댄스에 입문했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보던 의상을 직접 입어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댄스가 아니면 꿈도 못 꿀 일이라는 것이다.
한 벌만 매번 입고 나갈 수 없으므로 고민이 많다. 그래서 처음 맞추는 드레스를 검은색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 검은색이 주는 안정감과 덜 식상함, 그리고 때가 덜 타는 이점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파티장 분위기가 침침해 보인다는 약점이 있다.
경기대회에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가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누가 누군지 식별이 잘 안 되어 손해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학원에서 댄스를 배울 때 입는 연습복이 대부분 검은색이라 식상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의상들은 사실 라틴댄스와 스탠더드 댄스를 같이 즐기는 댄스파티에서는 문제가 좀 있다. 그런 드레스를 입고 스탠더드 댄스를 출 때는 제격이지만, 다리 동작을 보여주는 라틴댄스를 추기에는 옷이 거추장스럽고 보기에도 별로 안 좋아 춤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잘 차려입으면 그 장면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내가 속한 장애인단체 선수들도 대회장에 가면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사진 pixabay]](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2/20/joongang/20191220070050681blob.jpg)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염가의 파티드레스라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소위 야회복이라는 옷인데 치마가 너무 풍성하지 않은 옷을 말한다. 치마를 입었어도 춤출 때 다리 곡선이 보일 정도의 옷이다. 유럽에 가보면 길거리에서 파는 염가의 일상 옷 중에도 충분히 야회복으로 입을 만한 옷들이 많다. 그걸 봐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옷 입는 면에서는 아직 보수적인 편이다.
그렇게 잘 차려입고 나가면 모두 흐뭇해한다. 그런 장면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내가 속한 장애인단체 선수들도 대회장에 가면 서로 사진 찍느라고 분주하다. 휠체어 선수나 시각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옷장에 보통 사람들은 정장, 캐주얼복, 등산복 정도의 분류가 대부분이지만, 내 경우에는 댄스복이 추가된다. 연미복, 팔 있는 턱시도, 팔 없는 턱시도, 어깨보강재 넣은 턱시도, 드레스 셔츠, 그리고 다양한 컬러의 화려한 의상들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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