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땐 자궁 들어내는데..불법 낙태약 먹고 응급실 간 10대
불법 적발 건수 올해 1434건.."국내 도입 논의 서둘러야"
올 초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10대 청소년이 실려왔다. 임신 후 불법 낙태를 시도하다 부작용이 생긴 여성이었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불법 낙태약을 먹고 나서 배에 피가 고이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자궁 외 임신인 줄 모르고 불법 약을 먹었다. 수정란이 자궁이 아닌 나팔관에 착상되는 자궁 외 임신이었다.
![유통·판매가 불법인 낙태약 미프진이 온라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7/28/joongang/20190728070058312spro.jpg)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낙태약 불법 판매 적발 건수가 2015년 12건에서 지난해 2197건으로 급증했다. 올 1~6월 1434건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낙태는 4만9764건 이뤄졌는데 낙태 경험자 중 9.8%가 미프진 같은 불법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서 미프진을 판다는 업체에 상담을 요청했더니 자세한 가격 정보와 약물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트위터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7/28/joongang/20190728070058496rsbu.jpg)
부작용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런 제한을 뒀다. 임신 10주가 지난 여성이 먹으면 수혈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임신 7주 이내라 해도 구토나 설사, 두통, 현기증, 요통은 물론 심한 복통과 하혈을 유발할 수 있다. 약을 먹고 불완전 유산이 되면 임신 초기 낙태 수술을 하는 것보다 출혈, 염증, 자궁 손상 등의 위험이 크다고 한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10대가 불법 유통되는 미프진을 구해 먹고 낙태가 온전하게 되지 않아 과다 출혈을 일으켜 실려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하면 자궁을 덜어낼 수도 있다. 미국 FDA가 미프진 복용 3일차와 14일차에 반드시 산부인과 방문하도록 명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23일 트위터에서 검색된 미프진 판매 업체에 카카오톡 오픈 채팅(익명 채팅)으로 상담을 요청하자 임신 7주 이내라면 39만원이라고 가격을 제시했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7/28/joongang/20190728070058687zbfy.jpg)
![유통·판매가 불법인 낙태약 미프진이 온라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7/28/joongang/20190728070058856aapj.jpg)
“7주 이하 39만원, 7~10주 59만원입니다. 유산 실패 시 비용 전액 지원해드립니다.”
이렇게 미프진을 외국에서 몰래 들여와 온라인상에서 암암리에 거래된다. 업체들은 출처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팔며 “수술 없이 안전하고 간편하게 중절할 수 있는 방법”이라 홍보한다.
![정품 낙태약을 판다고 광고하는 불법 사이트.[인터넷 사이트 캡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7/28/joongang/20190728070059056evyd.jpg)
![지난해 12월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7/28/joongang/20190728070059389ysuu.jpg)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약을 구매했기 때문에 피해를 봐도 마땅히 보상 받을 방법이 없다. 한 여성은 포털사이트에서 “자연유산이 돼서 환불해 달라고 하니까 단순 변심은 환불이 안 된다”며 하소연했다. 가짜약도 판친다. 가짜를 정품으로 속여 파는 사기 사건이 꾸준히 발생한다. 최근 중국산 낙태약 1000여정을 들여와 미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던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일각에서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헌재 결정이 내려진 만큼 법 개정 이전에라도 낙태약 처방과 유통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임신 중절을 할 수밖에 없는 한시가 급한 여성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불법 약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식약처에서 법 개정과 상관없이 미프진을 우선 도입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태 처벌 조항의 개정 시한은 내년 말이지만 그 전에라도 주무부처가 관련 규칙 개정이나 유권해석 등을 통해 처방과 판매를 허용하라는 뜻이다. 의약계에서도 약물을 잘못된 방법으로 복용하거나 가짜약을 먹는 일을 막기 위해 합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불법이라고 하지만 약을 구하기 쉽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미프진이 양성화돼 환자가 안전하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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