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00만원" "필로폰 변기에"..악용되는 랜덤채팅앱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8/07/joongang/20190807050059160dbiw.jpg)
랜덤채팅앱은 실명 인증 없이 가입한 후 내가 있는 위치 주변의 인물들과 자유롭게 채팅할 수 있는 앱이다. '만남어플' '익명소통창'으로 불리기도 한다.
A씨는 이 앱으로 김양에게 성관계 대가로 돈을 주는 ‘조건만남’을 제안했다. 이후 A씨가 머문 객실로 갑자기 송모(19)군과 동갑내기 강모군 등이 들이닥쳤다. 김양이 모텔 화장실서 자신의 스마트폰 메신저로 ‘○호실’이라고 알려준 뒤다.
송군 등은 “여자애가 미성년자다. 우리가 신고하면 당신은 끝이다”며 “(신고 무마 대가를) 800만원부터 시작하겠다. 우리는 경찰에 끌려가도 금방 나온다”고 A씨를 협박했다. A씨는 스마트폰으로 돈을 이체해준 뒤에야 풀려났다.
이들은 A씨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사진까지 찍었다. 이어 “신고하면 아저씨 가족 찾아가 사진을 보여주고 소문내겠다”고 했다.
이들은 한달간 이런 수법으로 30~40대 남성 5명에게 모두 2138만원을 뜯어냈다. 송군 등은 경찰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조건만남을 빙자한 범죄면서도, 랜덤채팅앱이 성매매 경로로 쓰인 사례다.
랜덤채팅앱은 마약구매 경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윤모(48)씨는 채팅으로 ‘신의손’이라는 닉네임과 연락이 닿았다. 마약공급책이었다.
![랜덤채팅앱 화면. [중앙포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8/07/joongang/20190807050059558rpkq.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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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랜덤채팅앱 이용 범죄
랜덤채팅앱이 청소년 성매매, 마약 구매 등 범죄의 온상으로 주목받은 건 2015년이다. 당시 서울의 한 모텔에서 14세 청소년이 성매매하기로 하고 만난 남성에게 살해됐는데 연락수단으로 랜덤채팅앱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조건만남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74.8%가 채팅앱을 이용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2016년부터 청소년 성매매가 많이 발생하는 방학 시기에 채팅앱을 이용한 성매매를 집중 단속해왔지만, 최근까지도 관련 범죄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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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 자체 없애는 건 불가능
하지만 랜덤채팅앱을 없애거나 운영자를 처벌할 근거는 현행법상으로는 마땅치 않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목적으로 만든 채팅앱 자체가 유해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지난 2016년 채팅앱 운영자를 고발한 적이 있지만 2018년 11월까지 재판에서 센터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채팅앱 운영사들도 수익 때문에 범죄 예방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채팅앱 매개 청소년 성 착취, 현황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익명의 채팅앱 운영사 측은 이 연구에서 “실명인증 또는 성인인증을 도입하면 외국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채팅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채팅앱 운영사는 “성인인증을 하는 채팅앱은 가입 회원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채팅앱 운영사가 이용자의 범죄 행위를 알게 되면 경찰에 즉시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어겨도 불이익이나 처벌받지 않으면 상황은 바뀌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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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미성년자) 못쓰게 하니 ‘ㅁㅈ’
범죄 시도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는 채팅앱도 있다. 특정 낱말 전송을 금지하거나, 성매매 관련 대화를 나눈 신고가 접수된 이용자의 접속을 막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악용하는 이용자들은 이런 제재를 교묘하게 피해 간다. 고등학생을 뜻하는 ‘고딩’을 차단하자 ‘고등어’로, 미성년자의 준말인 ‘미자’를 차단하자 ‘ㅁㅈ’으로 쓰는 실정이다. 이용정지를 해제시키는 프로그램 판매자까지 등장해 영구 이용정지 효과가 사라지기도 했다.
장명선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교수는 “법률에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 규정을 신설해 정보통신망에서 알선정보를 제공 또는 유통한 자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는 추가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청소년이 유해 매체에 접속하면 운영자가 이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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