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만나기 전엔 악성민원인 취급..'민식이 엄마' 끝내 눈물
“저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아홉 살 큰아들 민식이를 하늘의 별로 보낸 엄마입니다…”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서 첫 질문자로 나선 박초희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아들 김민식군은 9월 11일 오후 6시, 충남 아산 용화동 한 중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목숨을 잃었다. 막내동생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던 그를 가로질러오던 차량이 덮치면서다.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1/29/joongang/20191129160241509alvf.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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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 못해주는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 위의 아이들이 위험하다. 민식이가 당한 사고 현장엔 신호등도,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었다.
안전 장치가 없는 건 해당 스쿨존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어린이가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전국에 1만6000여곳이 있다. 최근 5년간 스쿨존에서 죽은 사람이 31명, 다친 사람이 2500여명에 달한다.
이날 민식군의 어머니가 대통령 앞에서 눈물로 호소한 끝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2건의 ‘민식이법’ 중 한 건을 의결했다.
스쿨존에 신호등과 과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스쿨존 사고 가해 운전자를 가중처벌 하는 나머지 법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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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ㆍ유찬ㆍ하준ㆍ해인이’법은 국회 문턱도 못넘었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건 민식이법뿐만이 아니다.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숨진 '태호ㆍ유찬이법'도 있다. 당시 아이들이 탔던 노란색 통학차량이 안전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유족을 분노케 했다.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안전 의무를 규정한 ‘세림이법’ 적용 대상에 축구클럽이 제외됐던 탓이다. 이 법은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김세림 양(당시 3세) 사고 후 만들어졌다
이 세림이법 적용 대상에 어린이가 통학하는 모든 차량을 포함시키고 운행기록장치 부착, 사고이력 공지 등 안전조치를 강화시키자는 게 ‘태호ㆍ유찬이법’ 내용이다.
![통학버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1/29/joongang/20191129160241640alzf.jpg)
2017년 10월에는 네 살 하준이가 과천 서울랜드 주차장 경사로에서 굴러 내려온 차량에 치어 숨졌다. 당시 하준이네 가족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트렁크에서 짐을 빼내고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경사진 주차장 안전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하준이법’ 역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해인이법’은 2016년 4월 경기 용인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숨진 이해인 양(당시 4세)의 이름을 땄다. 당시 현장에서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병원 이송 도중 숨을 거뒀다. 이 법은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위급한 상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 누구든지 어린이를 응급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법안이다.
편지 쓰고, 찾아가도 '악성 민원인' 취급
![민식이법 등 통과를 호소하며 11일부터 다시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답변 기준선인 20만 명을 넘었다. [사진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1/29/joongang/20191129160241846lupm.jpg)
이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한음이법’이 발의됐다. 하지만 특수교사와 학부모간 찬반 논란에 휩싸여 진전되지 못했다.
민식군의 부모는 문 대통령을 만나기 전까지도 끊임없이 법 통과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외면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국회의들에게 편지를 쓰고, 의원실 300곳을 일일이 찾아가 부탁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악성 민원인’ 취급이었다고 한다.
관련법 통과를 요구한 청와대 국민 청원은 국민과의 대화가 방영된 21일 전까지는 동의한 사람이 11만명이었다. 20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청와대의 공식 답변이 나오는데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 청원은 방송 이후 동의자 수가 20만명을 넘었다.
하준이와 태호의 유족도 지난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민식이법 국회 법안소위 통과는 이제 첫 걸음일 뿐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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