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에서, 또 철도 역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6.25 전쟁일 겁니다. 열차 지붕과 기관차 옆에까지 빼곡히 올라탄 피난민들의 사진(사진 1, 사진 2)에서 당시의 고달프고도 급박한 상황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1890년대부터 6·25전쟁 이전까지 살펴봤던 1회에 이어 2회에선 6·25전쟁부터 철도 재건과 발전의 순간을 소개합니다. 이 기사 속 사진과 사연은 모두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협회와 한국철도문화재단이 최근에 공동 발간한 ‘신한국철도사’(7권)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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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 폐허로 변한 철도
(사진 3) 1950년 미국이 포획해 철로 위를 다닐 수 있게 개조한 소련 트럭.[출처 국가기록원]
6.25 전쟁을 치르면서 가장 중요한 게 아마도 보급품 수송이었을 텐데요. 소련제 트럭을 포획한 미군이 철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바퀴를 개조(사진 3)해 보급품 운송에 활용했다고 합니다.
(사진 4) 6.25 전쟁 당시 파괴된 서울역. [출처 한국철도공사]
(사진 5) 6.25 전쟁 당시 파괴된 용산지구. [출처 한국철도공사]
(사진 6) 6.25 전쟁 당시 파괴된 대동강 철교. [출처 한국철도공사]
6.25 전쟁은 그나마 있던 철도 자원마저 상당 부분 파괴했습니다. 서울역은 폐허(사진 4)가 됐고, 철도의 중심지였던 용산지구(사진 5)도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대동강 철교(사진 6) 역시 끊어졌습니다.
(사진 7) 1952년 복구된 낙동강 철교를 통과하는 개통열차. [출처 한국철도공사]
(사진 8) 1952년 복구된 북한강 철교를 건너는 기념열차. [출처 한국철도공사]
하지만 효용성이 뛰어난 철도를 파괴된 채 둘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쟁 중에도 복구를 서둘러 1952년 4월 30일 낙동강 철교를 다시 개통했고(사진 7), 북한강 철교 역시 그즈음에 열차(사진 8)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9) 1951년 UN 기자들의 열차 침대칸 내부.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전쟁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UN 소속의 기자들이 한국을 찾았는데요. 이들은 침대칸이 설치된 열차(사진 9)를 이용해 이동한 것 같습니다.
(사진 10) 1953년 북한군 포로들을 태운 화물열차.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전쟁이 끝난 1953년 본국으로 돌아가길 거부한 북한군 포로들은 기차를 이용해 서울역으로 왔는데요. (사진 10) 당시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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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선, 영월선 등등 철도 재건
(사진 11) 버려진 전차를 개조한 교실. [출처 국가기록원]
전쟁의 상처가 아무리 컸어도 학구열을 꺾을 수는 없었나 봅니다. 1954년 버려진 전차 내부를 개조한 교실에서 수업(사진 11)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진 12) 1955년 이전 영암선 공사 현장. [출처 한국철도공사]
(사진 13) 1955년 12월 영암선 영주~철암 전구간 개통. [출처 한국철도공사]
그리고 속속 철도의 재건과 건설이 이뤄지기 시작했는데요. 1950년대 영암선(영주~철암) 공사(사진 12)가 진행됐고, 1955년 12월 영암선 영주~철암 전 구간(사진 13)이 개통됩니다.
(사진 14) 1956년 1월 17일 영월역에서 열린 영월선 개통식. [출처 한국철도공사]
(사진 15) 1959년 1월 11일 열린 충북선 개통식. [출처 한국철도공사]
1년 뒤인 1956년 1월엔 영월역에서 영월선(제천~영월화력발전소) 개통식(사진 14)이 열렸고, 1959년 1월에는 충북선(조치원~봉양)도 운행을(사진 15) 시작했습니다.
(사진 16) 1958년 5월 강경선 채운~연무대 구간 개통식. [출처 한국철도공사]
당시 철도 건설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사진이 한장 있는데요. 1958년 5월 15일 강경선(강경~연무대) 채운~연무대 간 개통식(사진 16)을 보면 단선 철로만 제대로 놓여있을 뿐 주변 정리도 거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개통식 주변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사진 17) 1960년 부산공작창 디젤기관차 공장의 작업 장면. [출처 한국철도공사]
(사진 18) KTX 고양차량기지. [출처 한국철도공사]
1960년에는 부산에 디젤기관차공장이 세워지고 디젤기관차 생산과 조립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작업 환경(사진 17)을 보면 지금의 모습(사진 18)과는 확연히 다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19) 1960년 서울역 구내 모습. [출처 국가기록원]
(사진 20) 현재의 서울역 구내 모습. [출처 중앙일보]
1960년에 촬영된 서울역 구내 모습(사진 19)도 이채로운데요. 당시에는 지하도를 통해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의 서울역(사진 20)과 비교하면 역시 상당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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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 출범, 서울지하철 건설...
(사진 21) 1963년 9월 철도청 발족. [출처 국가기록원]
(사진 22) 1963년 8월 서울 교외선 개통. [출처 국가기록원]
(사진 23) 1965년 9월 경인복선 개통식. [출처 국가기록원]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철도에도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1963년 9월 철도청이 출범(사진 21)해 그동안 교통부에서 담당하던 철도업무 대부분을 맡게 됩니다. 또 한 달 전인 63년 8월에는 서울~의정부 간 서울교외선이 개통(사진 22)되고, 65년 9월에는 경인복선도 완공(사진 23)됩니다.
(사진 24) 1970년대 작성된 수도권 전철화 계획도. [출처 한국철도공사]
정확한 작성연도는 알 수 없으나 70년대 초반 정부가 수립한 지하철 및 수도권 전철화사업 추진 계획(사진 24)을 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인천, 수원, 덕소, 의정부 방향의 전철화 계획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25) 1971년 서울시청역 부근 지하철 공사 현장. [출처 서울시청]
(사진 26) 1974년 8월 15일 개통한 서울지하철 1호선 및 수도권 전철. [출처 국가기록원]
(사진 27) 1974년 서울지하철 전동차 반입. [출처 서울시청]
70년대는 지하철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70년대 초반 서울 지역에서 지하철 공사(사진 25)가 시작돼 1974년 8월 서울지하철 1호선 및 수도권 전철이 개통(사진 26)하게 됩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교통 환경을 크게 바꿔놓는 사업의 시작인 셈입니다. 당시 사용된 전동차는 배편으로 일본에서 부산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사진 27)
(사진 28) 김장용 배추를 실어나르던 열차. [출처 국가기록원]
(사진 29) 1976년 서울옆 앞 대우빌딩. 이듬해 완공됐다. [출처 국가기록원]
1970년대에 철도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요. 하나는 김장철이면 배추를 실어나르던 열차(사진 28)입니다. 당시 열차는 중요한 배추 수송수단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서울역에 내리면 보이는 옛 대우빌딩(현재 서울스퀘어)(사진 29) 입니다. 한때 서울의 상징물로도 불렸던 곳입니다.
(사진 30) 1977년 11월 발생한 이리역 폭밣사고. [출처 국가기록원]
77년 11월 철도로서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하는데요. 바로 이리역 화약열차 폭발사고(사진 30) 입니다. 당시 폭발로 주변 지역이 초토화되고 59명이 숨지는 등 엄청난 인명피해도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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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개통에 시속 400㎞ 해무까지
(사진 31) 1983년 서울지하철 2호선 개통. [출처 서울시청]
(사진 32) 1992년 6월 경부고속철도 기공식. [출처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진 33) 2000년 9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기공식. [출처 한국철도공사]
80년대부터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는 우리 철도가 획기적인 도약을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3년 서울지하철 2호선이 개통(사진 31)됐고, 92년 6월엔 경부고속철도 기공식(사진 32)이 열렸습니다. 또 2000년 9월엔 남북 간에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기공식(사진 33)도 있었는데요.
(사진 34) 2002년 출고되는 국산 1호 KTX. [출처 한국철도공사]
(사진 35) 2004년 3월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 [출처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진 36) 2009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공사 장면. 2단계는 이듬해 개통했다. [출처 한국철도시설공단]
2002년 4월엔 국내에서 제작한 KTX 1호가 출고(사진 34)됐고, 2년 뒤 경부고속철도 1단계(서울~동대구) 개통식(사진 35)이 열렸습니다. 동대구~부산 간 2단계는 2010년 10월 개통(사진 36)했습니다.
(사진 37) 2014년 5월 운행을 시작한 ITX 새마을. [출처 한국철도공사]
(사진 38) 2010년 상업운행을 시작한 KTX-산천. [출처 한국철도공사]
국내 열차제작 기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는데요. 일반열차로는 2014년 5월 기존 새마을호를 대체하는 ITX-새마을이 영업(사진 37)을 시작했고, 그에 앞선 2010년엔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이 상업운행을 개시(사진 38)했습니다.
(사진 39) 2012년 열린 해무 출고식. [출처 한국철도공사]
또 2012년 4월에는 시속 400㎞가 넘는 차세대 고속차량 해무(HEMU-430X)(사진 39)도 모습들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으로 우뚝 선 우리 철도가 앞으로 어떻게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