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없애랬더니 집 요새화..판교의 '중정형' 단독주택
획일적인 신도시 동네 풍경의 이유
![판교에 있는 중정형 집의 모습. 마당은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내부가 보이지 않게 길쪽으로 최대한 벽을 붙였다. [사진 네이버 로드뷰]](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9/08/joongang/20190908060146207kzud.jpg)
‘중정형 집’의 탄생은 역설적이게도 규제에서 비롯됐다. 판교가 시발점이 됐다. 200만가구 건설에만 집중했던 1기 신도시와 달리 2기 신도시 판교에서는 지구단위계획이 처음 도입됐다. 이른바 ‘토지 이용을 합리화하고 그 기능을 증진하며 미관을 개선하고 양호한 환경을 확보하며, 그 지역을 체계적ㆍ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수립하는 도시ㆍ군 관리계획’이다.
판교는 생태ㆍ친환경ㆍ공동체 도시 등을 목표로 경관 및 건축에 다양한 지침을 정했다. 담장도 그중 하나다. 판교는 집을 지을 때 담장을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이웃 간에 친밀하게 교류하며 살라는 취지였다.
![판교 중정형집의 외관.[사진 남궁선 작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9/08/joongang/20190908060149374qmrp.jpg)
![판교 중정형집의 내부. 길쪽으로의 창은 거의 없고, 중정을 향한 내부 창은 크다.[사진 남궁선 작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9/08/joongang/20190908060150548dffr.jpg)
판교에 중정형 집을 다수 설계한 정수진 소장(SIE 건축사사무소)은 “판교의 경우 맞벌이하는 젊은 부부가 건축주인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에 살다 단독주택을 짓는 건축주들은 프라이버시를 가장 고민하면서 마당 있는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데 담장 없애라는 규제는 실제 생활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시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시로 주민 민원이 쏟아졌다. 현재 판교의 지구단위계획을 보면 높이 1.2m의 화관목(花灌木)류의 생울타리를 둘 수 있다. 즉 담장을 치려면 살아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다음은 성남시 도시계획과 관계자와 일문일답.
Q : 왜 화관목류의 생울타리를 만들어야 하나.
A :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친환경ㆍ생태 도시에 컨셉트를 둔 영향 같다. 처음 택지개발사업 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구단위계획을 만들었고 준공 후 지자체로 이관했다. 성남시는 지침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화관목류 설치 관련해서 문제가 있어서 지침을 조금 변경했다.”
Q : 문제가 뭔가.
A : “심어도 심어도 나무가 자꾸 죽는다는 민원이 많았다. 그래서 지반지형 여건상 식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허가권자가 판단해 별도의 재료를 허용하도록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A : “그것도 왜라고 물으면….”


‘공유 외부공지’ 규정도 논란이 많다. 판교의 경우 단독주택을 지을 때 땅의 한 면을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2.5m 이격해 공유공지를 만들어야 한다.
집집마다 이런 공유공지를 만들게 한 이유는 지구단위계획에 명시되어 있다. ‘이웃과의 공유를 통해 넓은 외부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외부공간의 효율적인 활용과 이웃 간의 친밀감을 도모한다.’ 자기 땅을 조금씩 내놔서 이웃과 함께 쓰는 공간을 만들라는 취지인데 현실은 주차장으로 쓰인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각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을 기계적으로 베껴 쓰다 보니 계획의 목표 자체가 사라진 상태”라며 “십수 년 전에 만든 계획을 구색 맞추기용으로 반복해 쓰지 말고 옛 지구단위계획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고 좀 더 정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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