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엔50전 학살'에 울었다.."아베 교만함 부끄럽다"는 일본인
22일 부산 소녀상 앞에 무릎꿇고 "죄송합니다"
"남북 통일로 강국돼 교만한 일본 견제해주길"

일본 역사 교사 출신이자 ‘노 모어(NO MORE) 왜란(倭亂) 실행위원회’ 대표인 가와모토 요시아키(川本良明·77) 씨는 지난 22일 부산에 오자마자 동구 초량동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다. 노 모어 왜란 실행위원회는 일본인과 재일동포로 구성된 일본 시민단체로 1992년 설립됐다.
그는 노 모어 위원회 회원들과 매년 일본의 한국 침략지를 방문해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올해로 20년째다. 소녀상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와모토 대표는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가 청산됐다고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은 진정한 사죄를 바라고 있다”며 “겸허한 자세로 사죄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시간에 관동 대학살을 가르치던 중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고 한다. 당시 조선인을 학살하던 일본인의 모습과 자신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1923년 발생한 관동 대학살은 관동 지역에 대형 지진이 발생하자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인이 방화했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돌면서 많은 조선인이 무참히 학살된 사건이다. 당시 일본인은 한국어에 없는 발음인 ‘15엔 50전’(じゅうごえんごじっせん, 쥬고엔고주센)을 시켜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면 죽창으로 죽였다.
가와모토 대표는 “초등학생이던 1950년 고철을 주워서 조선인이 운영하는 고물상에 팔러 갔다. 2엔은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50전(고주센) 밖에 안 줬다”며 “화가 나서 ‘조센징’,‘고주센’을 수차례 외치며 한국인을 무시했다. 나중에 관동 대학살 때‘쥬고엔고주센’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면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 역시 언어폭력으로 한국인을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제대로 된 역사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역사를 고대사부터 가르치다 보니 근·현대사를 못 배운 채 교육과정이 끝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나는 근·현대사부터 가르쳤고, 일본의 침략 역사도 사실대로 알려줬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사 수업을 들은 제자들이 일면식도 없는 한국인 역사 교사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죄한 적도 있다고 했다.
가와모토 대표는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일본인들이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 조처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에 관한 대화가 이어지자 주문홍 목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주 목사는 1983년 일본 신학교로 유학을 갔고, 1993년부터 노 모어 왜란 실행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부터 이 단체의 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주 목사는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 조처는 유치할뿐더러 역사를 경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라며 “한일은 운명적인 동반자이기 때문에 관계를 끊어낼 수 없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한일 관계가 더 돈독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경색될수록 한일 민간 교류는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 목사는 말했다. 그는 “한일 민간 교류가 많아져 신뢰가 쌓이면 건설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가와모토 대표는 "남북통일을 바란다"고 했다.“일본이 한국을 무시하고 고압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부끄럽습니다. 남북이 통일돼 강국으로 거듭나 일본을 견제하고, 바로 잡아주기를 바랍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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