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42) 세계 최대 중식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 도제 경영·고객 감동..中 훠궈 시장 평정

1614억홍콩달러(약 25조1500억원).
홍콩 증시에 상장된 훠궈(火鍋) 전문 외식 브랜드 ‘하이디라오(海底撈)’의 시가총액이다(지난 8월 13일 기준). 같은 날 기준 국내 시총 4위인 현대차(27조5600억원), 5위 네이버(23조5000억원) 중간이다. 전 세계 하이디라오 매장 수는 466개(지난해 말 기준). 시총을 매장 수로 나눠 거칠게 계산하면 매장당 가치가 5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 2017년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인수할 때 기업가치는 7억달러(약 8000억원), 매장당 가치는 160억원 수준이었다.
하이디라오는 어떻게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외식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맨손으로 일군 기적
▷1994년 테이블 4개 ‘작은 식당’으로 창업
하이디라오 역사는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3세였던 장융(張勇) 하이디라오 회장은 아내 수핑(舒萍)과 함께 쓰촨(四川)성 젠양(簡陽)시에서 탁자가 4개뿐인 작은 식당을 창업했다. 메뉴는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 중국 요식업 매출의 20%에 달할 만큼 ‘중국인의 소울푸드’로 불리는 대표 서민 음식이다. 그만큼 경쟁 식당도 많았다. 용접공 출신 장융 회장은 맛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남다른 서비스를 무기로 삼기로 했다. 구두가 더러운 고객에게는 구두를 닦아줬고, 생일을 맞은 임신한 고객에게는 중국 전통 풍습에 따라 사과, 연꽃씨, 땅콩, 대추, 아기 사진이 들어 있는 선물을 준비했다. 이런 특별한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며 차츰 그의 식당에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극진한 환대 서비스는 장융 회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도 고객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밝게 웃는 얼굴로 ‘니하오’라며 반갑게 인사한다. 고객이 기다리는 동안에는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네일아트를 해주며 지루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물수건을 집게로 집어 건네준다. 훠궈 국물이 옷이나 휴대폰에 튀지 않도록 앞치마, 비닐 지퍼백을 주고 머리카락이 긴 손님은 머리끈도 챙겨준다. 심지어 혼자 식사하러 온 이에게는 외롭지 않도록 앞에 곰돌이 인형을 놔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에는 전혀 가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덕분이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비결은 하이디라오만의 독특한 인재관리 방식과 보상 체계에 있다.
하이디라오는 철저한 내부 승진 제도를 운영해 직원에게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한다. 주방 보조를 하든, 서빙을 하든, 버스를 운행하든 모든 직원이 누구나 점장이 될 수 있다. 고객에게 문을 열어주던 ‘도어맨’ 출신이 미국 지사장이 된 사례도 있다. 베이징의 한 하이디라오 점장은 “나는 입사한 지 5년 만에 점장이 됐는데 사무실 근무를 거치느라 다소 늦게 승진한 축에 속한다. 빠르면 입사한 지 2년 만에 점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직원은 기존 직원 소개를 통해 선발하고 그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한다. 가령 A직원이 추천해 채용한 B직원이 일을 잘하면 B직원은 물론, A직원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된다. 또 B직원이 C직원을 데려오면 A, B, C직원 모두에게 성과급이 지급된다. 단, A직원은 C직원이 데려온 D직원부터는 성과급을 받을 수 없고, D직원 관련 성과급은 B직원까지만 지급된다. 자신이 추천한 직원 성과가 자신의 성과와 연동되므로 신중하게 추천할 수밖에 없다. 추천해 데려온 직원에게는 끊임없이 업무 노하우를 전수해 인재로 키워낸다. 이런 도제식, 다단계식 인사 시스템을 통해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점장 중에는 최대 3000만원까지 월급을 가져간 경우도 있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자신이 추천한 직원이 일을 못하면 벌점이나 벌금이 부과된다.
도제식 인사 시스템은 장융 회장이 서양의 경영 교과서를 따르지 않고 중국 전통의 경영 방식을 적용한 사례다.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수천년간 도제 교육 방식이 채택돼왔다.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는 그 대가로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스승의 몫으로 나눠줬다. 장융 회장은 ‘이왕이면 스승이 제자를 거느리는 방식이 좋겠다’고 판단, 직원을 도제 방식으로 가르침으로써 ‘알을 낳는 암탉’으로 키워냈다. 실제 장융 회장은 자신과 함께 가게를 시작한 직원인 양샤오리를 키워냈고, 양샤오리는 원화강을, 원화강은 임억을… 그렇게 한 명 한 명씩 키워냈다. 이들은 훗날 하이디라오의 중요한 임원이 됐다.

중국 베이징의 한 하이디라오 점장은 “점장은 3년 안에 매장 경영을 안착시키고 신규 매장을 출점해야 한다. 본인이 신규 매장 점장으로 가서 다시 자리를 잡거나, 본인은 기존 매장 점장으로 남고 자신이 키운 제자를 신규 매장 점장으로 보내야 한다. 이런 방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3년마다 매장이 적어도 2배 이상씩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이디라오는 말단 직원에게도 권한을 위임해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 고객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일선 직원도 할인 또는 전액 무료 요리를 제공할 수 있다. 직원이 잘해서 고객에게 팁을 받으면 점장에게 보고한 후 직원이 갖도록 한다. 이런 권한 위임은 직원들이 매뉴얼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의 높은 임금과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 일반 식당에서 근무하는 직원 시급은 3000~4000원 정도. 하이디라오는 일반 직원은 4300원(1선 도시 기준)이 보통이고, 우수 직원은 최고 8000원까지 받는다. 여기에 숙식도 별도로 제공한다. 월 4회 휴무가 보장되고 매장에서 반경 2㎞ 이내에 위치한 직원 전용 숙소에는 침대와 에어컨이 구비돼 있다. 국내 외식업계 관계자는 “베이징에 지사를 운영할 당시 직원에게 숙소를 마련해주려 했다. 그런데 5명이 살 만한 아파트 월세가 200만~300만원에 달해 포기했다. 하이디라오 매장이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있고, 여기서 2㎞ 이내면 집값이 상당히 비쌀 텐데도 직원 모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것은 상당한 복지 혜택”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명절이면 직원 부모에게도 5만원 안팎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우수 직원 부모는 여행도 보내준다. 농민공 직원들의 자녀가 다니는 기숙학교를 운영해 학비도 100% 지원한다.
모든 하이디라오 식당의 부엌 벽에 붙어있는 다음 문구에는 이런 휴머니즘 경영철학이 압축돼 있다.
“하이디라오의 첫 번째 목표는 공정한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원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국 내 모든 도시로 식당을 확장하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위생 문제에 ‘경영 책임’ 솔직 인정
하이디라오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2017년 한 기자가 직원으로 잠입해 가게의 불결한 위생 상태를 카메라에 담아 보도했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주방에 쥐가 뛰어다니고, 배관 청소를 하는 데 고객의 숟가락이 쓰였으며, 먼지를 거르는 분진팬과 식기류가 같은 싱크대에서 세척되고 있었다. 식품 위생에 불신이 많은 중국 외식 시장에서 극강의 서비스로 차별화해온 하이디라오 평판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2012년 맥도날드가 비슷한 식으로 위생 문제가 지적된 바 있었다. 당시 맥도날드는 “해당 매장에 국한된 예외적인 사례”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변명에 급급해 중국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하이디라오 사태가 터졌을 때도 중국 소비자들은 으레 책임을 회피하는 식의 회사 공식 입장이 발표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해 10월 새롭게 문을 연 매장이 베이징에 위치한 ‘하이디라오 스마트 매장’이다. 무려 200억원을 들여 주방에서의 식자재 입고, 요리, 플레이팅 과정을 모두 로봇으로 자동화했다. 이 매장은 오픈하자마자 고객이 줄 서서 입장하는 베이징의 명물이 됐다.
동종 업계 대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준다지만 외식업은 여전히 기피되는 업종이다. 이에 하이디라오는 지방에서 상경해 일자리가 귀한 농민공 위주로 채용한다. 전국에서 모인 각계각층 직원이 매장부터 기숙사까지 24시간 같이 생활하니 갈등이 생길 수 있을 터. 이에 하이디라오는 나름 엄격한 규칙을 통해 기강을 잡고 있다. 기숙사에서는 침대맡에 놓여진 물건 없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어야 하고 이불은 각을 잡아서 반듯하게 개어놔야 한다. 자정이 넘으면 소등한다. 이런 기숙사 운영 규칙을 어기면 벌점이나 벌금이 부과된다. 직원끼리 다투고 이간질하거나 단체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점장이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적절한 ‘채찍과 당근’ 전략으로 직원 근태관리와 동기부여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디라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억위안(약 2조9200억원), 22억5700만위안(약 3889억원). 시총에 비하면 비교적 초라한 실적이다. 그럼에도 하이디라오 주가는 상장 1년도 안 돼 두 배 이상 급등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매년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공격적 출점을 통해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디라오 매장 수는 2015년 156개(중국 149개, 해외 7개)에서 지난해 466개(중국 430개, 해외 36개)로 3년 만에 3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과 순이익도 같은 기간 9919억원, 708억원에서 2조9238억원, 284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전 세계에 3600만명이 넘는 회원과 7만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중국 본토를 넘어 홍콩·대만·싱가포르·미국·한국·일본·캐나다·호주 등 10여개국 100여개 도시에 진출한 글로벌 외식 기업이 됐다. 올해에도 영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신시장에 진출하며 꾸준히 영토 확장을 하고 있다.
매장당 연간 방문객은 1억명에 달하고, 1인당 객단가는 약 100위안이다. 방문 고객 10명 중 6명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이용한다. 요식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수치다.
인터뷰 |최원석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환대 서비스로 성공…‘매출 30% 인건비’가 경쟁력

Q하이디라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A 100% 서비스 경쟁력으로 성공한 사례다. 중국 대표 서민 음식인 훠궈는 진입장벽이 낮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하이디라오 같은 가격대(평균 객단가 100위안)에 그만한 가성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다. 배달도 하고 HMR(가정간편식)도 팔지만 전체 매출의 97%가 여전히 매장 영업에서 나온다는 것도 고객이 만족하는 부분이 서비스에 있음을 보여준다. 장융 회장도 “우리 회사 경쟁력은 (맛이 아닌) ‘인적자원관리’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복지 혜택을 통해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함으로써 최상의 서비스를 이끌어냈다.
Q하이디라오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매장이 너무 많아지면 브랜드 희소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A 원래는 그리 공격적으로 출점하던 기업은 아니었다. 2015년까지는 상장 계획도 없었다. 당시 매장이 150개가 채 안 됐다. 그런데 지난해 상장을 하며 상장 자금의 60%를 신규 출점에 투입할 만큼 최근 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며 출점하고 있다. 다른 외식 체인 기업은 2선, 3선 도시에 출점할 때 해당 지역 경제 수준에 맞게 가격을 낮춘다. 하이디라오는 그럴 바에는 아예 출점하지 않는다. 또 빠른 출점을 위해서는 가맹사업을 하면 그만이지만 100% 직영점으로 출점해 브랜드 관리에 신경 쓴다.
Q높은 인건비와 인센티브, 복지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인가.
A 하이디라오의 영업이익률은 15% 정도다. 중국 외식업 평균치가 20%대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대신 고객 충성도를 높여서 재구매가 활발히 이뤄지게 한다. 또 적극적인 비용 통제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하이디라오는 ‘센트럴 키친(CK)’을 운영, 중앙에서 조리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중국 최대 식자재 유통업체인 ‘수하이’와 조미료 업체 ‘이하이국제’를 자회사로 둬 수직계열화했다. 이하이국제는 원래 하이디라오에만 납품했지만 규모가 커지며 다른 기업에도 납품, 상장 후 주가가 10배 넘게 올랐다.
외식업체가 이익을 올리려면 가격을 높이거나 객수를 늘리거나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1인 가구 증가와 불황으로 고객 수 증가나 가격 인상은 어렵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만이 불황기에 외식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요시노야, 쇼호센 등 일본 외식업계에서 살아남은 업체도 다 이런 공식을 따랐다.
Q하이디라오의 향후 전망은.
A 하이디라오는 인건비가 매출의 30%에 달한다. 업계 평균이 15~25%임을 감안하면 고비용 구조다. 그렇다고 복지 혜택을 줄이면 하이디라오의 핵심 경쟁력인 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 지난해 스마트 매장을 연 것도 로봇 자동화로 고용을 줄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이 큰 것 같다. 그러나 서빙까지 로봇에 맡길 수는 없다. 친절한 서비스가 하이디라오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출점을 계속해야 한다. 출점 여력이 있으니 확장은 계속될 것이다.
[베이징(중국) =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2호 (2019.08.21~2019.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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