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디즈니 작품? 순수 한국산 '레드슈즈'가 보인 가능성들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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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 슈즈> 영화 포스터 |
| ⓒ 싸이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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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 슈즈> 영화의 한 장면 |
| ⓒ 싸이더스 |
애니메이션 영화 <레드슈즈>는 마법구두를 신고 외모가 변한 '레드슈즈'와 요정공주의 저주에 걸려 초록색 난쟁이가 되어버린 '일곱 왕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레드슈즈>의 스틸과 예고편을 먼저 접했다면 감독만 한국 사람이고 제작진은 모두 외국인으로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퀄리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레드슈즈>는 제작사 싸이더스 산하 로커스 스튜디오가 국내 인력과 자본으로 만든 순수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시나리오 개발에만 5년을 들이고, 3년 반에 걸친 프로덕션 동안 200여 명의 스태프가 참여했다. 제작 규모도 220억에 달한다.
<레드슈즈>는 각본과 연출은 홍성호 감독,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감독은 김상진 감독이 맡았다. 홍성호 감독은 CG 불모지와 다름이 없었던 국내에서 <원더풀 데이즈>(2003)의 특수효과를 맡아 2D, 3D, 실사 모형까지 더한 '멀티메이션' 기법을 사용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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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 슈즈> 영화의 한 장면 |
| ⓒ 싸이더스 |
<레드슈즈>는 2007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이전까지 오리지널 스토리를 개발하던 홍성호 감독은 장편 애니메이션 투자 상황이 여의치 않자 사람들이 알 만한 친숙한 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모티브로 해서 <레드슈즈>의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10여 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레드슈즈>의 이야기는 많이 바뀌었지만, "성인부터 어린이 관객까지 많은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홍성호 감독의 바람은 변함이 없다.
<레드슈즈>는 '친숙한 설정'으로 접근한 작품답게 많이 보았던 소재로 가득하다. 기본적인 얼개는 동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바탕으로 <인어공주>, <빨간 구두>,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개구리 왕자>, <아더왕의 전설>, <잭과 콩나무>, <헨젤과 그레텔>, <오즈의 마법사>, <피노키오>, <신데렐라> 등 익숙한 동화를 유쾌하게 비틀어서 넣었다.
애니메이션 <슈렉>(2001)과 <미녀와 야수>(1991)의 요소도 살아있다. <타이타닉>(1997) 등 영화의 패러디도 나온다. 액션 장면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토로의 망치 등 요즘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상케 하는 소품으로 풍부하다. 박진감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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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 슈즈> 영화의 한 장면 |
| ⓒ 싸이더스 |
스노우/레드슈즈는 화이트 왕국의 공주이지만, 왕관을 쓰거나 화려한 드레스를 입지 않는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등 진취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정치적 소신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걸로 유명한 배우 클로이 모레츠는 캐릭터의 능동성을 한층 강화해 주었다.
공간을 활용한 연출도 눈길을 끈다. 화이트 성은 레지나 공주의 손아귀에 있을 적에 무채색으로 그려진다. 레지나의 지배를 벗어나며 비로소 색을 되찾는다. 자신의 재력을 강조하는 애버리지 왕자(짐 래쉬/정재헌 목소리)의 성은 호수 위에 덩그러니 있는 화려한 외관으로 그의 외롭고 독선적인 성격을 더욱 부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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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 슈즈> 영화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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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것을 만드는 가운데 힌국적인 것도 놓치지 않았다. 김상진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한국적 요소에 대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메인 캐릭터를) 딱히 한국인이라고 정한 건 아니어도 동양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최선을 다했어요. 레드슈즈도 금발의 서양 공주가 아니잖아요. 의상도 마찬가지로 한복에서 가져왔죠. (멀린이 사용하는) 부적에는 한국어로 '번개'를 썼고요."
홍성호 감독은 <레드슈즈>를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말처럼 <레드슈즈>는 스노우/레드슈즈와 멀린이 서로를 만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들을 통해 사회에 가득한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다. 편견이 만연한 오늘날, <레드슈즈>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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