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야구 에이스' 김라경 "서울대 야구부 최초 여자선수 되고파"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에이스 김라경(19)이 2020년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신입생이 된다. 1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만난 김라경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 지원했고, 지난 9일 밤 경기 남양주 집에서 인터넷으로 합격자 명단을 확인했다. 너무 떨려서 가족들이 대신 봐줬다. 정말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김라경은 지난해에도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모집에 지원했다. 1단계 서류평가에서 합격했지만, 2단계 실기평가에 늦는 바람에 탈락했다. 다른 대학에 입학했지만, 미련이 남아 1학기가 끝나고 휴학을 하고 다시 수능을 봤다. 김라경은 "서울대에 정말 간절하게 들어가고 싶었다. 계속 미련이 남아 휴학하고 독서실을 다니면서 공부했다. 올해는 실기평가에 늦지 않기 위해 전날 서울대 근처 숙소에서 묵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1일 KIA-LG 경기에 앞서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라경이 시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2/14/joongang/20191214003754828ivyc.jpg)
![투구와 타격 훈련으로 물집이 생기고 굳은 살이 박힌 김라경 손바닥. [사진 김라경 SNS]](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2/14/joongang/20191214003755939mlmt.jpg)
그러나 야구는 남자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일본과 달리 여자 야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중·고등학교 여자야구는 1개 팀도 없다. 동호인 팀에서 뛰는 선수 대부분은 다른 일을 하면서 주로 주말에 훈련을 한다. 당연히 프로 리그도 없다. 그래서 김라경은 '여자야구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투철하다. 그는 "야구도 공부도 잘하면 여자야구를 많이 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대에 합격한 여자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라경에게 '서울대 도전' 꿈을 심어준 건, 서울대 야구부 선수들이었다. 그는 "중3이었던 2015년 9월 서울대 야구부와 여자야구 대표팀이 서울 고척스카이돔 개장 경기를 치렀다. 그때 공부도 잘하는 학생들이 야구까지 잘하는 것을 보고 서울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전했다. 당시 서울대 야구부가 여자야구 대표팀을 8-4로 이겼다.
한창 야구에 전념했던 김라경의 학교 성적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전체 250명 중 120등 정도였다. 그러나 서울대 진학을 위해 공부와 야구를 병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여성야구팀 서울 후라와 대표팀 훈련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했다. 김라경은 "마음 먹고 공부하려고 보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무조건 외우고 또 외웠다. 선생님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선생님들이 '라경이 또 왔어?'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김라경은 "어렸을 때부터 야구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공부하다 힘들면 밖에서 뛰고 왔다. 땀을 흠뻑 흘리면 정신이 확 들어 공부가 더 잘됐다"면서 "보통 사람들은 '운동하니까 당연히 공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운동해서 공부를 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서울대 합격 도우미는 오빠 김병근이었다. 김라경은 "오빠가 독서실에 데려다줬다. 야구 지도자를 꿈꾸는 오빠 덕분에 야구도 많이 늘었다. 그래서 1년 사이 구속도 더 늘었다"고 전했다.
![여자야구 대표팀 김라경(가운데)과 한화 선수 출신 오빠 김병근(왼쪽). 오른쪽은 정민철 한화 단장. [사진 김라경 SNS]](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2/14/joongang/20191214003758364inbv.jpg)
김라경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저는 계속 개척하는 위치에 서 있어요. 선례가 없으니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 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김라경의 한국 여자야구 개척사는 계속 새로 쓰여지고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건모 외 유명인 많다..결과 엇갈린 '성폭력 맞고소'
- 퇴근후 남녀 모인다..젊은 직장인 욕구 건드린 이곳
- 또 '블랙아이스' 참사..車 30대 추돌, 10여명 사상
- K팝도 K푸드도 아니다..외국인 선호 'K제품' 1위는
- 잃어버린 입맛 되찾는 '원조 밥도둑'..해외서도 난리
- 전기차 장악 나선 벤츠..겨울되니 주행거리 절반 뚝
- 넷플릭스가 불 지폈다..이젠 건강검진·속옷까지 구독
- 4+1 협상, 소수당 의석 감소 '연동률 캡'에 막혔다
- 요기요 만든 獨 DH가 인수..'배민' 4조7500억 잭팟
- 인종차별 맞선 발레리나..'호두까기 인형' 바꿨다